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매사추세츠주 반스터블 카운티의 확진자 469명을 분석한 자료. 옅은 파란색 부분이 백신 완전 접종자. 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백신접종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감염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단면역에 의한 코로나19 종식은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돌파감염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오히려 경제·사회적 회복을 늦춘다는 지적도 나온다.

◇ 美 CDC 보고서에 나타난 돌파감염의 위험성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MMWR(질병 및 사망률 주간 보고서, 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은 백신 접종을 통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에 경종을 울렸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3~17일  여러 공공행사 및 여름축제 등을 이유로 매사추세츠주 반스터블 카운티를 방문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 469명을 조사한 것이다.

CDC에 따르면 ①전체 확진자 469명 중 74%(369명)가 이미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에서 감염됐으며 ②확진자 중 133명의 검체를 조사한 결과 119명은 델타 변이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고 ③백신 완전 접종자와 미접종자·1차접종자의 바이러스 보유량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CDC 보고서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확진자 4명 중 3명은 백신 접종 후 감염된 ‘돌파감염’ 사례였다는 것이다. 특정 백신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 돌파감염된 확진자들이 접종한 백신은 화이자(159명, 46%), 모더나(131명, 38%), 얀센(56명, 16%) 등 다양했다. 백신을 접종해도 감염의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은, 접종률을 높여 코로나19를 종식시키겠다는 기존의 계획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백신접종자와 비접종자가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가능성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CDC는 백신접종 완료 후 돌파감염된 사례 중 127명을 골라 유전자 증폭(RT-PCR) 검사를 실시했는데, 이들의 바이러스 평균 배출량(Ct)은 22.77로 미접종자 및 1차접종자 84명(21.54)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는 백신접종자도 미접종자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백신접종이 델타 변이에 의한 감염을 예방하기 어렵고, 백신접종자도 감염확산의 위험이 있다는 두 가지 사실은 결국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수는 없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CDC는 보고서 발표 사흘 전인 27일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 없이 실내에서는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관련 지침을 수정했다. 주 정부 등 지자체 및 기업에서도 CDC 지침에 따라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부활시키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율 비교. 자료=헤리티지재단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율을 다른 질병 및 사고와 비교한 자료. 맨 아래쪽 노란색 네모가 백신접종자의 사망율. 밑에서 두번째 노란색 네모는 미접종자의 사망율. 자료=헤리티지재단

◇ 백신은 정말 돌파감염을 막지 못할까?

반면, 돌파감염에 대하 공포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지난 12일 발표한 ‘코로나19 돌파감염 및 사망에 대한 통계적 분석’ 보고서에서 “CDC가 엇갈린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혼란과 불필요한 공포를 초래했다”며 “백신은 델타 변이를 포함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중증 및 사망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며, 공중보건 지침 또한 이러한 사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헤리티지재단은 CDC가 발표한 MMWR의 핵심 발견이 여러 측면에서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통계적 측면에서 CDC가 조사한 469명이 전체 확진 사례를 대표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 469명은 ▲특정 기간에 ▲특정 지역의 공공행사에 참석했으며 ▲이후 증상을 느끼고 스스로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보고한 사람들이다. 

당시 반스터블에서 무증상 감염이 어느 정도나 확산됐는지는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없다. 만약 무증상 감염이 상당한 수준으로 확산됐다면, CDC의 연구는 이들을 과소대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즉, 46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반스터블, 또는  미국 내 전체 확진 사례를 대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CDC 보고서에도 이러한 통계적 한계가 명시돼있다. 

헤리티지재단은 당시 반스터블에서 열린 여름 축제 참가자가 6만명이었고 참석자의 백신접종률이 90%를 웃돌았다는 다른 조사 결과를 근거로 다시 돌파감염 확률을 시뮬레이션했다. 양성 판정 사례 중 70%가 완전접종자, 30%는 미접종자라고 가정할 때, 백신접종자의 확진률은 겨우 1.21%로 미접종자(4.67%)보다 낮다. 

같은 현상을 분석했지만 CDC는 “확진자의 74%가 백신접종자”라는 분석을 내놓은 반면, 헤리티지재단은 접종자의 확진율이 미접종자의 4분의1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셈이다. 두 분석을 더하면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돌파감염의 위험성이 있지만, 미접종자에 비해서는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돌파감염’이라는 용어가 주는 위험한 느낌과는 달리, 돌파감염으로 인한 중증·사망율은 높지 않다. 헤리티지재단이 CDC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백신 완전 접종자가 코로나19로 인해 죽을 확률은 13만7698분의 1로 번개에 맞거나 개에 물려 사망할 확률과 비슷하다. 

CDC 또한 지난 9일 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CDC가 백신 완전 접종자 1억6400만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망률은 0.001% 미만(1507명), 중증으로 인한 입원율은 0.005% 미만(7101명)에 그쳤다. 설령 백신 접종 후 돌파감염이 되더라도 심각한 상황에 이를 위험은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현재 공중보건정책의 목표는 코로나19 감염을 완전히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평범한 계절성 질환처럼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돌파감염은 ‘일상’으로의 회복을 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시대의 흔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센터의 아메쉬 아달자 선임연구원은 13일 U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코로나19를 보다 관리하기 쉬운 일상적인 호흡기 질환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백신을 통해 달성해야 할 목표”라며 “누구나 돌파감염될 수 있지만, 백신 덕분에 증상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