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보도된 '역선택'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보도된 '역선택'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후보 간의 경쟁력 검증보다는 ‘역선택’을 둘러싼 경선 룰 논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역선택’은 특정 정당 경선에 다른 정당 지지자들이 참여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것을 뜻한다. 상대 정당의 경쟁력 있는 후보를 제치고 약체 후보가 당선되게 함으로써,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자가 최종적으로 승리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역선택’을 두고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윤석열·최재형 후보는 경선 룰에 역선택 방지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홍준표·유승민 후보 등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룰 개정은 불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 역선택 vs 확장성, 내부갈등 커지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경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빅카인즈에서 ‘역선택’을 검색한 결과 총 408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정홍원 당 선거관리위원장이 경선 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을 시사한 30일 59건의 기사가 보도됐고, 이에 반발한 홍준표·유승민 후보가 비판을 쏟아낸 31일에는 102건으로 기사량이 급증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당 선관위는 경선준비위원회의 결정을 수정할 권한이 있다”고 교통정리에 나선 이달 2일에도 110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역선택’ 관련 기사의 핵심 연관키워드 목록 가장 상단에는 ‘윤석열’ 후보의 이름이 자리했다. 역선택 논쟁 자체가 윤석열 후보와 다른 경선 후보들의 대치구도로 짜여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 지지층은 역선택을 방지하지 못할 경우 여권 지지자들이 원하는 후보가 뽑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병민 윤석열 캠프 대변인은 지난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는 분들이 야권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오히려 본선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후보에게 왜곡된 표심을 몰아주게 된다면,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가는 길에 국민의 민의가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도 민주당 지지의사를 밝히거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선거권자를 대상으로 전화면접을 실시한다”고 주장했다.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에 반대하는 유승민·홍준표 후보 등도 연관키워드 목록에 포함됐다. 이들은 국민의힘 지지층만으로 대선을 이길 수 없다며 당의 확장성을 제한하는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유 후보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홍원 위원장은 오직 윤석열 후보만을 위한 경선 룰을 만들려 한다”며 “확정된 경선 룰에 토씨 한 자도 손대지 말라. 경선 판을 깨겠다면 그냥 사퇴하라”고 말했다.  홍 후보 또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역선택을 내세워 반쪽 국민경선을 하자고 하는 시도는 어떤 형태로도 배격해야 한다”며 “대선도 지지율 30% 전후의 우리당 지지자들 만으로는 선거에 이길수 없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로 경선관리를 해 주시도록 거듭 요청 드린다”고 촉구했다.

 

사진=홍준표 국민의힘 경선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 '역선택' 실체 있나? 언론사별 논조 달라

한편, 언론은 국민의힘이 신속하게 경선 룰을 확정해 ‘역선택’ 논란을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경선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일 기사에서 “두 달여간 진행되는 경선 과정에서 변수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윤 전 총장이나, 어떻게든 그를 따라잡아야 하는 홍 의원이나 유 전 의원이나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문제가 국민의힘 경선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역선택이 실제로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문화일보는 2일 사설에서 “지지층 및 중도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본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상대 진영까지 포함한 조사의 결과가 너무 다르다”며 “상대 진영의 ‘전략적 역선택’, 즉 경쟁력이 낮은 후보를 의도적으로 지지하는 경우를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또한 3일 기사에서 기존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야권 후보 적합도를 조사할 때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전체 조사 때와 순위가 뒤바뀐다”며 역선택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해 “선거마다 경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예전에 역선택이 없어서 지금도 없다는 건 맞지 않다”며 “여러 데이터의 정황상 역선택의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반면 역선택이 경선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일신문은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역선택'이 존재한다고 분석한다”면서도 “하지만 '역선택'이 경선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매일신문은 이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여론조사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이걸 바꾸자면 무리가 따른다”며 “분명한 것은 국민의힘 후보들이 '샅바 싸움'으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인다면, 정부 여당의 무능과 실정, 폭정을 향한 국민적 분노가 언제든지 국민의힘을 향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욱 경향신문 논설위원 또한 지난달 31일 “역선택의 함정”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그동안 당내 경선에서 여러 차례 역선택 논란이 있었지만, 실제 역선택이 효력을 발휘했다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당 경선준비위와 최고위원회가 의결한 사안을 당 선관위가 뒤집는 것은 명분이 없다. 보수층 지지율이 높은 윤 후보에 유리하게 룰을 고치려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이어 “국민의힘 선관위는 역선택 논란을 멈추고 정책으로 시민들에게 선택받을 궁리를 해야 한다”며 “역선택이 두려워 우리 편만 여론조사에 참여하라는 후보가 본선에서 얼마나 확장성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