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장남 이동호씨의 성매매 및 불법도박 의혹 관련 기사(위)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의혹 관련 기사(아래)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장남 이동호씨의 성매매 및 불법도박 의혹 관련 기사(위)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의혹 관련 기사(아래)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뉴스로드] 대선정국이 여야 후보 가족들을 둘러싼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장남 이동호씨의 성매매·상습도박 의혹도 폭로되면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씨의 경우 이전부터 과거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돼왔으나, 최근 논란은 지난 14일 YTN의 단독 보도가 불씨가 됐다. YTN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 초빙교수직에 지원하면서 이력서에 한국게임산업협회에 재직했다고 기재했으나, 근무기간(2002~2005년)이 해당 단체가 설립되기도 전(2004년)이어서 허위 기재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김씨는 2004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서 대상을 수상했다고 기재했으나, SICAF 측은 당시 수상자 명단에 '김건희' 또는 개명 전 이름인 '김명신'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14일 김씨 관련 의혹에 대해 “부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허위가 아니다”라며 옹호한 데 이어 15일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취재를 하고 방향을 잡으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하지만 여론이 계속 악화되자 17일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 그건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이 되어야 한다”며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후보 또한 16일 장남 이씨의 상습도박 및 성매매 의혹이 불거지며 곤경에 빠졌다. 지난 16일 조선일보에서 이씨가 2019~2020년 상습적으로 불법도박을 했다는 기사가 나온데 이어, 같은 날 서울경제가 이씨가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에 남긴 마사지 업소 후기를 입수해 보도한 것. 

이 후보는 보도 당일 “이번 일을 계기로 반성하며 당사자로서 모든 일에 대해 책임지고, 속죄의 시간을 가지겠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고 장남 이씨의 실명으로도 사과문을 발표했다. 다만 민주당은 해당 의혹에 대해 “(이씨의 여성혐오 발언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지만 평범하기도 하다”(권인숙 의원), “후보 자녀는 세금으로 지원받는 영부인 후보자만큼 검증 대상은 아니다”(조응천 의원) 등 감싸기에 나서 오히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 윤석열 배우자 기사량, 이재명 아들 기사량보다 많아

빅카인즈에서 ‘이재명’과 ‘아들’, ‘윤석열’과 ‘김건희’를 각각 검색한 결과를 비교해보니 두 대선후보의 가족리스크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논조는 사뭇 달랐다. 우선 ‘이재명’과 ‘아들’, ‘장남’, ‘이동호’ 등을 검색한 결과,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전국 54개 매체에서 보도된 기사는 891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윤석열’과 ‘김건희’의 경우,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총 1817건의 기사가 검색돼 이재명 후보 장남 관련 기사보다 2배 가량 많았다. 이틀 먼저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을 고려해도 김씨의 허위경력 의혹과 관련해 언론의 관심이 더 많이 쏠렸다는 뜻이다. 

날짜별로 보면 두 사건 모두 의혹 제기 다음날(이씨 17일 292건, 김씨 15일 388건) 가장 많은 기사가 보도됐다. 다만 이씨의 경우 의혹 제기 이틀 후인 18일이 토요일이라 기사량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 화요일에 의혹이 제기된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기사가 나흘 연속으로 300건 이상 보도되는 등 취재 열기가 더 오래 이어졌다. 

두 사건 모두 핵심 연관키워드는 의혹의 내용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재명 후보 장남 이동호씨 관련 기사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키워드는 ‘불법도박’과 ‘성매매의혹’이었으며,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관련 기사의 경우 ‘허위경력’과 ‘허위이력’이었다. 다만 이씨 관련 기사의 경우 ‘윤석열’이 연관키워드 목록 3위에 올랐지만, 김씨 관련 기사에서 ‘이재명’은 7위였다. 이씨의 상습도박·성매매 의혹은 대부분의 기사에서 김씨의 허위경력 의혹과 함께 대선후보의 ‘가족리스크’로 묶여 보도된 반면, 김씨의 경우 독립적으로 다룬 별개의 기사가 많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언론, 李·尹 향해 가족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검증 요구

이는 주요 일간지의 사설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나는 흐름이다. 김씨 관련 의혹이 이틀 먼저 불거진 만큼, 이씨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사설이 많지 않았다. 16일 이후에는 두 후보의 가족리스크를 함께 다루는 사설이 대부분이었다. 

우선 김씨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언론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논조를 보였다. 특히 윤 후보와 김씨가 허위경력 의혹에 사과하기보다는 큰 문제가 아니라며 오히려 의혹 제기에 대해 불만을 내비치는 등 부적절한 초기 대응에 나선 것이 비판을 샀다.동아일보는 15일 사설에서 “김 씨는 1년짜리 산학 겸임교수 자리에 누군가의 소개를 받아 지원한 것으로 공모 과정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며 “공인이든 사인이든 겸임교수 자리를 얻기 위해 경력이나 수상 실적을 왜곡했거나 부풀렸다면 그 자체가 대학과 학생들을 속인 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가 ‘공정’을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운 만큼, 배우자 의혹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일보는 16일 사설에서 “윤 후보는 공정과 신뢰를 강조한다. 대상에서 부인도 예외일 순 없다”며 “현 정권의 내로남불을 질타하며 집권하겠다는 사람이 ‘내로남불’을 하겠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런 모호한 사과가 아니라 허위경력인지, 아닌지 분명한 팩트를 밝힌 뒤 사과할 게 있으면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 장남 의혹에 대해서도 언론은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겨레는 16일 사설에서 “비록 성인 자녀의 일이라고 해도 대선 후보 가족의 불법행위는 공적 관심사로 검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후보가 사과하고 처벌과 치료 등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하다”며 “관계 당국은 유력 후보의 아들이어서 봐줬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일반 국민과 똑같은 잣대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대응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20일 사설에서 권인숙 의원이 이 후보 장남의 여성비하 발언을 두고 “안타깝지만 평범하기도 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권 의원 주변 사람들은 이런 말을 ‘평범하게’ 하고 다니나”라며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여성·약자의 인권 문제를 변질시킨 일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 '가족리스크'에 얼룩진 대선, 정책·공약은 실종

다만 여야 후보의 가족 관련 논란이 함께 불거진 만큼, 이 후보 장남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는 개별 후보에 대한 비판보다는 가족리스크로 얼룩진 대선정국 전반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이었다. 국민일보는 18일 사설에서 “여야 후보 모두 가족 문제에 휘말린 터라 누가 더 빨리 사과하는가, 사과하는 태도가 어떠한가로 차별화하려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며 “대통령을 뽑는 건지, 대통령 가족을 뽑는 건지 알 수 없는 논쟁이 이어지는 동안 후보들이 꺼낸 정책과 공약은 진지한 토론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비호감 선거판, 가족 리스크 선거판이 돼버린 근본 원인은 극단적인 진영 대결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금 여야 선거캠프에선 진영 대결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네거티브 메시지가 연일 생산되고 있다. 이런 식의 선거로는 한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야 후보의 가족리스크로 인해 20~30대에서 부동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서울신문은 20일 사설에서 “(여야 두 후보가) 각각 사과는 했지만 2030 젊은 층은 이 후보나 윤 후보 모두 다 문제가 있다고 보고 등을 돌리고 있다”며 “젊은 부동층이 늘어난 건 두 후보가 가족리스크에 대해 사과는 했지만 형식적이어서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부동층이 많아지면서 이번 대선 투표율이 낮아지며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가 될 거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나라의 명운이 걸린 선거에서 ‘누가 더 잘못한 게 없나’가 선택 기준이 된다면 불행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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