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건 접수 현황. 2019년은 7월16일에 법이 시행돼서 6개월분.자료=용혜인 의원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건 접수 현황. 2019년은 7월16일에 법이 시행돼서 6개월분.자료=용혜인 의원실

[뉴스로드]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지 2년 반이 지났지만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모양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사건은 2019년 2130건, 2020년 5823건, 2021년 6763건 등 총 1만4716이었다. 2021년의 경우 2020년보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건이 16.14%나 증가해 관련법이 시행됐음에도 오히려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 않은 곳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523건(17.14%)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2,200건(14.95%), 기타 2159건(14.67%), 사업시설관리업 1,782건(12.11%) 등의 순이다. 전년 대비 증가율로 따지만, 공공행정이 34.57%로 가장 많이 증가했으며, 정보통신업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도 각각 34.23%, 25.15%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유형별로는 폭언이 6588건(39.72%)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당인사 2810건(16.94%), 따돌림·험담 2148건(12.95%), 차별 588건(3.54%), 업무미부여 497건(3.00%), 폭행 441건(2.66%), 감시 399건(2.41%), 강요 271건(1.63%), 사적 용무지시 252건(1.52%), 기타 2593건(15.6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비해 가장 많이 증가한 괴롭힘 유형은 감시(61.11%)였으며, 강요(35.37%)와 폭언(22.00%)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사적 용무 지시와 업무 미부여는 각각 38.93%, 7.02% 감소했다. 관련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갑질’로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 있는 공공연한 괴롭힘은 감소한 반면, 잘 드러나지 않는 은근한 괴롭힘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 직장 내 괴롭힘 1만4천건 중 기소의견 송치는 0.46%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는데도 방식만 바뀐 채 괴롭힘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로는 법 조항의 실효성과 관련 부처의 미지근한 대응이 꼽힌다. 실제 관련법 시행 후 지난 2년 반 동안 접수된 1만4716건 중 종결된 1만4327건의 처리 현황을 살펴보면, 기타 6,535건(45.61%)와 취하가 각각  6535건(45.61%), 5754건(40.16%)으로 가장 많았다. 기타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제외(근로자성 부인 등) ▲위반없음 등이 포함된 것이다.

반면, 개선지도는 1859건(12.98%), 검찰송치는 179건(1.25%)에 불과했으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경우는 66건으로 전체 사건의 0.46%에 그쳤다. 검찰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기소 현황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접수해도 대응이 적극적일 수 없는 것은 관련법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기준법 76조의 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직장 내 괴롭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신고자에게 불이익이 주어질 경우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자체에는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는 데다 적용 대상도 5인 이상 사업장으로 국한된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개정안에는 사용자와 사용자의 친족인 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여전히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게다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나 배달원이나 공동주택 경비원,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조차 없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10월 14일부터 개정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이를 아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업체 엠프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7~14일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개정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내용을 알고있는 경우는 26.7%에 불과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법 내용에 대해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와 대응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용혜인 의원은 “처리 현황에도 기타가 절반 가까이 되고, 업종과 유형도 기타가 상당히 늘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기타법’으로 보는 것 아니냐”고 고용노동부의 안일한 분류를 비판하며, “직장 내 괴롭힘은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신중히 잘 다뤄야 하는 부분인데, 법 시행 2년 반인데 개선해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이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대상을 5인 미만 사업장,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아파트 경비노동자 등으로 넓히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처벌규정을 두어야 한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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