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예상보다 강력한 통화긴축을 내세운 '매파 발언'을 내놓자 뉴욕 증시는큰 폭으로 하락헸다. /AFP 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예상보다 강력한 통화긴축을 내세운 '매파 발언'을 내놓자 뉴욕 증시는큰 폭으로 하락헸다. /AFP 연합뉴스

[뉴스로드] 뉴욕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연준발(發)’ 경기침체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뉴욕증시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당분간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을 시사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26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08.33포인트(3.03%) 급락한 32,283.40으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41.46포인트(3.37%) 밀린 4,057.66을 나타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97.56포인트(3.94%) 추락한 12,141.71로 거래를 마감했다.

3대 지수는 이번 주 4% 이상 하락하며, 2주 연속 떨어졌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열린 잭슨홀 연설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자신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연준의 정책 전환을 기대했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인 기록은 너무 일찍 완화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7월 인플레이션이 완화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한 달 동안의 개선으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고 확신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7월에 다음 회의에서도 또 다른 이례적인 큰 폭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다시 언급하며, 다음 회의까지 절반의 시간이 지났다며 9월 금리 결정은 입수되는 전체 지표와 전망의 변화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월가는 파월의 발언이 뚜렷하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었다고 평가했으며, 예상보다 일찍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한동안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데 시장이 놀랐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파월 의장의 매파적 연설에 전날 3.372%에서 이날 3.391%로 상승했다. 반면 10년물 국채 금리는 3.023%에서 3.034%로 소폭 상승해 2년물 국채 금리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통상 경기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지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더욱 심화한 것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 전환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은 “조기 정책 완화는 없다”는 파월 의장의 단호한 태도를 확인한 뒤 일제히 투매에 나섰다. 금리 부담에 더 민감한 기술주들의 낙폭이 컸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5.4%,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4.2%, 마이크로소프트는 3.9% 각각 급락했다.

2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전면의 유로화 조형물을 촬영한 모습.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전면의 유로화 조형물을 촬영한 모습. /연합뉴스

한편,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져 한국 경제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국은 최근 물가상승률이 꺾이긴 했으나 예년보다 높은 수준에 있고,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해 미국보다 더 큰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전망보고서 내 ‘미국·유럽의 경기침체 리스크 점검’을 통해 “중국 성장세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미국, 유럽 경기가 둔화될 경우, 이들 국가와 교역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미국의 경우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세는 잦아들었으나, 올해 들어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경제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미국 노동통계국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8.5% 올랐다. 이는 41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던 지난 6월 상승률(9.1%)과 시장 예상치(8.7%)보다 하회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여전히 8%대라는 높은 상승률은 유지되고 있다.

한은은 미국보다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유럽 경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여파로 에너지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독일과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50%에 달한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타격이 겹치면서 물가가 크게 올랐다. 실제로 7월 유로존(유료화 사용 19개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9%로, 1997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로존 물가는 지난해 11월 이후 매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9.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PMI도 기준치인 50 이하로 하락했다.
 
한은은 “유럽 경제는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이 당변한 최대 리스크이며, 전쟁, 이상기온 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 장기화도 지속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한다”며 “금년 들어 러시아가 (유럽 지역에) 가스공급을 축소한 가운데, 가스공급을 전면 중단할 경우 경제활동이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 부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로드 김선길 기자newsroad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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