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러 래퍼 "이데올로기를 위해 사람들을 죽일 준비 안됐다"

이반 비탈리예비치 페투닌 /페투닌 인스타그램 캡처
이반 비탈리예비치 페투닌 /페투닌 인스타그램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30만 명 규모의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고 나선 가운데, 러시아에서 '극단적선택'의 저항이 발생해 푸틴의 입지가 최악의 상황으로 몰렸다. 러시아에서 래퍼로 활동하던 20대 남성이 "누굴 죽일 준비 안됐다. 전쟁에 나가기 싫다" 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것.

3일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워키(Walkie)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27세의 래퍼 이반 비탈리예비치 페투닌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크라스노다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 고층 건물에서 투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망 원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에 내려진 부분 동원령이 꼽힌다. 페투닌은 과거 러시아군에 복무한 적이 있고,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텔레그램을 통해 팬들에게 영상을 남겼는데 여기에는 반전 메시지와 관련한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데일리메일은 페투닌이 영상에서 현재의 '부분 동원령'이 '총 동원령'으로 전환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페투닌은 영상을 통해 "당신이 이 비디오를 보고 있다면 나는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을 수 있다"며 "나는 내 영혼을 걸고 살인죄를 지을 수 없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이데올로기를 위해 사람들을 죽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무기를 들고 동족을 죽일 수 없다"며 "역사에 남는 것을 택하겠다. 이것이(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것) 나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강조했다.

페투닌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팬들은 그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몰려가 추모의 글을 남기고 있다. 팬들은 "당신은 전설", "당신이 평화를 찾았으면 한다" 등의 댓글을 다는 중이다.

한편 부분 동원령 발표 이후 러시아의 남성들은 징집을 피하려 본인의 팔·다리를 부러뜨리거나 자녀가 있는 여성과 급하게 결혼해 징집을 거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SNS에서는 한 남성이 큰 둔기로 러시아 예비군 남성의 팔을 내리쳐 부러뜨리려 하는 영상, 친구에게 “내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울부짖는 남성의 영상 등이 확산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뉴스로드] 김선길 기자 newsroad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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