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기 회장, 성범죄 흔적 지우기에 동곡재단 동원한 정황...사실이면 위법
- 사회복지사업법, '목적사업 외에 사업하면' 시·도지사가 설립허가 취소할 수도

김준기 전 회장 [사진=DB그룹]
김준기 전 회장 [사진=DB그룹]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지난 1989년 5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동곡사회복지재단)이 김준기 회장의 사적 용무에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관련법을 위반한 것으로 복지법인 설립이 취소될 수도 있다. 

김준기 전 회장은 최근 가사도우미를 간음했던 경기도 남양주 별장 부지 일부를 동곡재단 산하 관계사에​ 매각했다. 이 관계사는 한 달 만에 ​또 다른 관계사에 ​이 땅을 팔았다.

이렇게 한 달만에 두번이나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세금부담도 늘었는데, 이는 김 전 회장이 저질렀던 ‘성범죄(피감독자 간음죄 등) 흔적 지우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

사회복지사업법 제26조 4항에 따르면, 사회복지재단은 '목적사업 외의 사업을 하였을 때'  시·도지사는 기간을 정해 시정명령을 하거나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 법의 1조 2항은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은 공공성을 가지며 사회복지사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공공성을 확보하여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만일 동곡재단이 김 전 회장의 사적용무에 동원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회복지사업법을 위반한 셈이 된다. 따라서, 이같은 경우에 강원도지사나 강릉시장이 설립 취소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간다. 

김준기 DB그룹 전 회장이 별장으로 쓰는 남양주 금곡동 땅. 오른쪽 위 하늘색 원 안이 김 회장이 동구농원에 매각한 후 동구농원이 다시 삼동흥산에 매각한 부지. 아래 빨간 원 안이 김 전 회장의 부친 고 김진만 국회부의장의 묘소. 왼쪽 하늘색 원은 동곡농장 소유 건물 [사진=구글맵]
김준기 DB그룹 전 회장이 별장으로 쓰는 남양주 금곡동 땅. 오른쪽 위 하늘색 원 안이 김 회장이 동구농원에 매각한 후 동구농원이 다시 삼동흥산에 매각한 부지. 아래 빨간 원 안이 김 전 회장의 부친 고 김진만 국회부의장의 묘소. 왼쪽 하늘색 원은 동곡농장 소유 건물 [사진=구글맵]

김 전 회장 일가, 남양주 별장 매각에 동곡재단 산하 2개 농업법인 동원해 

매각된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 일대는 김 전 회장 일가가 사적 용도로 사용해왔던 곳으로, 김 전 회장이 부친 고 동곡 김진만 국회부의장과 함께 농장과 별장으로 썼던 곳이다.

또한 이 곳은 지난 2016년~2017년 김 전 회장이 가사도우미를 성범죄를 저질렀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 곳의 전체 면적은 25만 8491㎡(7만 8193평)으로, 그는 지난 2011년 이 중 임야 2필지(7694㎡​, 2327평)를 장남 김남호 DB그룹 회장에게 매각했고, 임야 3필지(25만 432㎡​​, 7만 5756평)는 동부문화재단에 출연했다.

남은 대지 1필지(365㎡, 110평)만 자신이 보유해왔는데, 최근 이 땅을 동곡 재단 산하 농장에 매각했다. 

최근 삼동흥산에 매각한 부지에 있었던 김 회장의 별장 모습 [사진=구글맵]
최근 삼동흥산에 매각한 부지에 있었던 김 회장의 별장 모습 [사진=구글맵]

부동산 등기부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981년 11월부터 보유한 금곡동 대지 1필지​(365㎡, 110평)​를 농업회사법인 동구농원에 지난 6월 28일 2억 9127​만원에 팔았다. 동구농원은 동곡재단의 자회사다.

매각한 땅에는 그가 별장으로 썼던 지하 1층~지상 1층 규모의 단독주택 건물(연면적 295.27㎡, 81평)​이 있었는데, 지난해 12월 철거됐다.  

별장부지 입구가 잠겨있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별장부지 입구가 잠겨있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동구농원은 김 전 회장의 별장 땅을 산 지 한 달 만인 지난 7월 27일 동곡사회복지재단의 또 다른 관계사 ​삼동흥산에 3억 716만원에 다시 매각했다. ​

동곡농장 입구 [사진=뉴스로드]
동곡농장 입구 [사진=뉴스로드]

김 전 회장이 동구농원에 그리고 다시 ​삼동흥산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양도세, 취득세 등 불필요한 세금만 가중된 셈이다. 그리고 이 곳에는 동곡재단 산하 동곡농장도 있다. 

결과적으로 동곡재단이  김 전 회장의 개인 소유 부지를 매입해 준 셈이며, 자회사들을 이용해 거래 과정을 복잡하게 했다. 재단이 '성범죄 흔적 지우기'에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동곡재단의 이사장은 지난 2019년부터 박진오 강원일보 사장이 맡고 있으며, 강원일보는 강원흥업, 강원여객 등 재단산하기업들과 재단이 과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기업들도 사회적책임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설립된 사회복지재단이 설립자 개인의 사적용무에 동원되는 편법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김 전회장은 이 일로 2021년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형을 받았다. 석방은 됐지만, 아직 집행유예 기간이라는 점에서 좀 더 자숙하는 모습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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