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형기업 '면사랑' 일감 몰아주려고 중기부 상대 소송 제기해 실망감 확대

함영준 오뚜기 회장 [사진=오뚜기]
함영준 오뚜기 회장 [사진=오뚜기]

문재인정부에서 '갓뚜기'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착한기업'으로 부각됐던 오뚜기가 실망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뚜기의 가장 큰 문제는 지배구조다. 가족기업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행태가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다. 

오뚜기는 앞서 지난 2017년 당시 한국기업지배구조원(한국ESG기준원)이 코스피 상장사 73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평가에서 오뚜기는 지배구조 항목에서 최하위 등급인 'D'를 받은 바 있다. 

이후 오뚜기는 2022년 오뚜기라면지주를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에 흡수합병시키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인 상미식품과 풍림피앤피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꿔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약 5년여에 걸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8년 6월8일과 8월8일 종가 기준 88만8000을 기록했던 오뚜기 주가는 최근 절반 이하인 40만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오뚜기와 수백억원대의 내부거래를 하고 있는 '면사랑(대표 정세장)'이 '일감 몰아주기'를 예외적으로 승인해달라는 주장에 이어 중소기업벤쳐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펼치면서 이같은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면사랑은 오뚜기 계열 면‧소스 주문자상표부착(OEM) 업체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준 지난 2022년 기준 자산총계 1224억원, 자본총계는 378억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이다. 2022년 매출은 1400억원을 넘었고, 영업이익은 45억7358만원(영업이익률 3.26%)을 기록했다. 

면사랑은 약 30년간 오뚜기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해왔으며, 작년 4월부터는 자산총액이 중소기업 기준을 넘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자들은 면사랑 지분의 93.94%를 보유한 과점주주다.

정 대표는 고(故) 함태호 오뚜기 창업자의 장녀인 함영림 이화여대 음대 교수의 남편이며 함영준 회장의 매형이어서 '면사랑'은 오뚜기의 친인척 기업으로 볼 수 있다. 

현행법상 국수제조업은 두부, 장, 냉면제조업 등 11개의 생계형적합업종에 속해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거래만 가능하고, 따라서 오뚜기는 중견기업인 면사랑과의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오뚜기는 면사랑과의 기존 거래관계 유지를 위해 중기부 생계형적합업종 사업확장 승인을 신청했다. 

오뚜기는 중기부에 면사랑과 OEM 연간 출하량을 기존 적법하게 승인받은 최대치 130%에서 110%로 축소하는 조건으로 내부거래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중기부는 오뚜기에게 '면사랑과의 OEM 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대체 거래처를 찾으라'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오뚜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면사랑을 앞세워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에 오영주 중기부 장관을 상대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와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중기부는 지난달 24일 중기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오뚜기와 면사랑에 대해 3년간의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불승인' 심의 결과를 통지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수 제조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고시'에 따르면 중소기업 OEM을 통한 국수 연간 생산·판매 출하량이 최대 연간 OEM 출하량의 130% 이내일 때에만 그 생산‧판매가 허용되지만 중소기업 OEM에만 국한된다는 것이 중기부의 해석이다. 

오뚜기측은 양사 거래가 중단되면 매출‧이익‧신용도 하락 등 중대한 손해가 발생하는 주장이다.

오뚜기 측은 "중소기업 OEM에만 국한된다는 중기부의 해석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바뀐 첫 사례에 대한 심의를 받았을 따름"이라며 "약 30년간 문제없이 거래해온 점에 비춰 중기부 판단은 관행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기부의 이번 처분은 생계형적합업종법의 문언과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당사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조치"라면서 "중기부 처분의 위법성은 법원에서 판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뚜기 그룹은 그동안 여느 중견기업보다 일감몰아주기에 의한 사익편취로 세금없는 부의 승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오뚜기의 소송제기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함윤식 오뚜기 경영지원팀 과장으로의 승계구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같은 논란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가족은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존재다. 특히, 유교적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함태호 창업주의 모든 가족들을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이 함영준 회장에게 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투명한 지배구조 없이 이뤄지는 부의 승계 관행과, 가족경영의 한계는 오뚜기의 지속가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 국민들의 시선이다. 

'착한 기업' 이전에 '제대로 된 기업'이 돼야 미래를 장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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