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발병 환자가 3년 만에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8일 쿠웨이트에서 22일간 체류한 61세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서울대 병원 격리 병동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메르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해당 환자를 진료했던 의료진과 접촉자 23명을 자택 등에서 격리 조치했다.

이를 두고 각 언론에서는 정부의 발 빠른 조치에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귀국 직후 병원으로 직행한 환자를 24시간 만에 격리 조치해 전염의 위험성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초기 대응을 적절히 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이유다. 3년 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얻은 일종의 학습 효과가 아닐까 싶다.

2015년의 메르스 사태는 끔찍함 그 자체였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초동 대처 실패는 물론, 응급실과 병동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 그 결과 186명이 감염되고 그중 38명이 사망했으며 16000여 명이 격리 조치됐다. 특히 정부는 당시 메르스 사태 때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대중으로부터 메르스 괴담을 만들게 한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그해 12월 보건 당국이 메르스 종식을 선언할 때까지 217일간 시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과거 박근혜 정부와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뉴스로드>는 이번 메르스 발생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대처가 3년 전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안명옥 전 의료원장의 발언​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안명옥 전 의료원장의 발언​

박근혜 정부는 최초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다음 날인 2015년 5월 21일, 당시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을 통해 메르스에 대해 "(메르스는) 전염력이 대단히 낮다. 지금 사실은 우리 이 상황을 보시는 국민들께서 매우 걱정하실까 봐 제가 말씀을 드리는데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안심하셔도..."라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 사태가 지속되던 6월 16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는 어떻게 보면 중동식 독감이라고 할 수가 있다"며 사태를 가벼이 보는 발언을 일삼았다. 그 결과 38명의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남겼다.

연합뉴스
9일 이낙연 국무 총리가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해 초동 대처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9일 오후 이낙연 국무총리를 주재로 한 메르스 대응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열었다. 이 총리는 이날 “2015년의 경험에서 우리는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라며 약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미리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발언을 통해 메르스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정부의 행보를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총리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메르스 환자 현황을 공유한 뒤 관련 병원 등이 메르스 대처에 전념하도록 협조하자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연합뉴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문영표 보건복지부장관이 브리핑을 열고 정부 대응 방침을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뒤 2주가 채 지나기도 전에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에 문제를 느낀 국민과 일부 의료계 구성원들은 정부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진료를 한 병원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끝까지 병원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병원명 미공개에 따른) 고민의 많은 부분이 조금은 근거가 없다고 말씀드린다메르스라는 질병이 밀접 접촉을 통해서 비말을 통한 감염이 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환자가 거기에 있었다고 해서 병원에 가시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장관은 메르스의 전파력이 약하다 판단해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유는 병원명을 공개할 경우 병원이 신고를 하지 않거나, 환자를 거부하는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했다.

사진 = 질병관리본부
사진 = 질병관리본부

문재인 정부는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자 즉시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해당 병원명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메르스 환자가 귀국 직후 설사 증상을 보이며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고 밝혔다. 또한, 9일 이낙연 총리는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메르스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이 필요 이상이라 할 만큼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에 많은 억측과 과장된 걱정을 가질 수 있다모든 상황에 대비한 설명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대국민 설명을 홈페이지, 온라인 등을 통해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메르스 환자 발생 후 정부의 대처는 3년 전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메르스에 대한 위험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현 정부는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추가 감염자와 의심 환자는 없는지 철저히 대비해 이 상황을 타파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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