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왼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왼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자유한국당이 반대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미 지지 의사를 밝힌 나머지 여야 4당과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에 대한 지지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한국당이 감내해야 할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최근 특별재판부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제발 좀 나서지 말라”고 말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냇다. 김 원내대표는 “(특별재판부는) 위헌적 요소가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고용세습 의혹을 덮으려는 정치공세”라고 폄하하며 정치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최근 여당 주도의 특별재판부 논의 흐름에 대한 한국당의 초조한 심경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특별재판부 설치에 합의할 경우 여당에 정국의 주도권을 내주는 모양새가 되는데다, 사법농단이 이명박·박근혜 전 정권에서 발생한 사태이기 때문에 자칫 한국당에 대한 책임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민주당이 (특별재판부 설치법 합의에 대해) 여야4당이 정문관에서 기자회견하는 것을 주도했기 때문에, 그러한 모습 자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당의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 29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도입에 대해 질문한 결과 찬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61.9%였다. 이는 반대의사를 밝힌 24.6%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구체적으로는 30대(73.9%), 민주당 지지층(82.1%), 진보성향(80.1%) 응답자들이 특별재판부에 대해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나, 전반적으로는 연령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반수 이상이 특별재판부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의 경우 찬성 31.5%, 반대 50.2%로 특별재판부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53.0%), 60세 이상 장년층(55.4%)조차 특별재판부 도입에 절반 이상의 높은 찬성 여론을 보이고 있어 ‘나홀로 반대’가 한국당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자료=리얼미터
자료=리얼미터

정계에서도 한국당이 특별재판부 도입에 합의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한국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고 사법부가 삼권분립을 제대로 역할 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또한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한국당은 재판거래를 한, 사법농단을 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며 “촛불혁명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오히려 한국당이 반성하고 앞장서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얼토당토않은 위헌 논란을 핑계로 자유한국당만이 (특별재판부)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국민의 분노를 자극하지 말고 서둘러 특별재판부 설치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이언주·지상욱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특별재판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특별재판부 설치법에 대해서는 합의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여당이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받아들이는 대신 한국당도 특별재판부 설치법에 합의하는 ‘빅딜’이 필요하다며, 두 당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별재판부 도입을 원하는 여론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당분간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등 3당 대표가 모여 회동을 열고 관련 사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촉구 권고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일언반구도 없다”며 김 대법원장 사퇴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별재판부 논의에서 홀로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한국당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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