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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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대 은행 임직원에 지급된 성과급이 총 1조 3천억원을 넘기면서, 금융당국이 이런 보수 산정에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이 정무위원회 황운하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 총액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1조 3,823억원으로 파악됐다.

개별은행 임원 1명의 평균 성과급은 KB국민은행 2억 1,600만원, 신한은행 1억 7,200만원, 하나은행 1억 6,300만원, 우리은행 1억 400만원, 농협은행 4,8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직원 1명의 평균 성과급은 NH농협은행 3,900만원, 하나은행·신한은행 1,300만원, KB국민은행 1,100만원, 우리은행 1천만원으로 모두 1천만원을 넘어섰다.

NH농협은행은 이에 대해 "기본급을 제외한 정기 상여금 등이 포함된 수치"라며 "은행별 급여체계 차이에 따라 상여금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을 뿐, 총급여 수준은 다른 은행들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양정숙 의원에게 낸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2017년 1조 78억원, 2018년 1조 1,095억원, 2019년 1조 755억원, 2020년 1조 564억원, 2021년 1조 709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인터넷은행은 카카오뱅크가 전년 대비 139% 증가한 258억원, 케이뱅크가 105% 증가한 138억원, 토스뱅크가 78% 증가한 34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주요 은행들은 성과급과 더불어 주주 배당도 늘리고 있다.

양정숙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17개 은행의 배당(현금·주식배당) 합계는 전년 대비 28% 증가한 7조 2,412억원이다.

배당 규모는 2017년 4조 96억원, 2018년 5조 4,848억원, 2019년 6조 5,446억원, 2020년 5조 6,707억원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양정숙 의원은 "2021년에는 7조 2천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60∼70%의 외국인을 포함한 주주들에게 나눠줬고, 최근 5년간 현금지급기처럼 뿌린 배당금만 29조원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은행이 성과급과 배당을 지나치게 늘리는 데 대해 정부가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증한 대출과 최근 기준금리 상승으로 손쉽게 돈을 벌면서, 늘어난 이익을 공익에 환원하기보다는 임직원들의 상여금·퇴직금을 늘리고 주주 배당 확대에만 몰두하는데 문제의식을 느낀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4일 내부 임원 회의에서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으로 국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과 함께 상생하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권의 (공익적 금융) 지원 내역을 면밀히 파악해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는지 점검해 적극적으로 감독하라"고 주문하며 "성과보수 체계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취지와 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0개 은행에 대한 결산 현장검사에 들어갔다.

매년 초 주요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들여다보는 정기적 검사인 결산 검사에서, 올해는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과 대출채권의 자산건전성 분류 적절성 등을 예년보다 면밀하게 점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 시도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분위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4일 금융발전심의회 전체 회의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조속히 세부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다음 달 초 '기업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예고했다.

은행들도 이자 이익이 크게 늘어난 만큼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공익적 측면뿐 아니라 은행의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필요하는 데 공감하며, 실제로 다양한 취약계층 금융 지원책을 실제로 실행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지나치게 금융의 모든 본질적 요소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와 은행은 공공재가 아니다. 주주가 있는 엄연한 민간기업일 뿐"이라며 "사기업으로서 적정한 급여로 인력 수급을 관리해야 하고 이익으로 충당금을 많이 쌓아 대출 위험 관리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정부가 지나치게 예금·대출 금리 조정에 간섭하면, 예금 금리와 시장금리, 대출 금리가 자연스럽게 연동되는 금리 체계가 망가져 오히려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며 "더구나 사기업 은행에 공익 지출만 강조하는 것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최후의 완충장치로서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 은행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뉴스로드] 이다혜 기자 newsroad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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