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기일 교수 "우-러 전쟁 발발 1주기, 군사기술 기반의 현대전 양상과 미래전 변화 전망"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사진=한국방위산업연구소]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사진=한국방위산업연구소]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특별군사작전 개시명령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은 벌써 해를 넘기고 치열한 공방과 소강상태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쟁 초반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점한 러시아 측의 일방적인 승리를 예견했지만, 전쟁 양상은 서방의 첨단무기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가 완강하게 저항하면서 전쟁의 승패는 안개 속인 가운데 장기전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러 전쟁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EU와 NATO의 동진 확대 구축에 따른 충돌로 전쟁을 불사하면서 극렬히 대치하는 러시아 간 현실정치적 및 군사안보적 불연속선 사이에서 국제정세는 불안정한 신냉전의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 촉발 배경과 패권경쟁 구도의 대리전 형태

오늘날 현대전에서는 주로 장기전이 아닌 단기전 내지 초단기전으로 전쟁의 승패가 갈리는 반면, 우-러 전쟁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을 중심으로 한 EU와 NATO를 중심으로 러시아 간 일종의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의도들이 내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우크라이나를 지렛대로 서방 측의 동진정책 추진과 이에 대립하여 러시아가 격렬하게 대립함으로써 지정학적인 노림수로서 일종의 양 세력 간 복선이자 부정적 암류(Undercurrent)가 작용되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대전은 국가총력전(Total War) 형태라고 말하는데, 이는 국가의 인적 및 물적자원이 총동원되어 전쟁에 투입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오늘날에 국가 간 전쟁은 단순하게 한 나라와 나라 간에 전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이념적 아이돌로기(Ideology) 충돌로서 국가 간 동맹이나 연합체제 기반 하에 진영의 대립과 대리전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러시아와 대항하는 우크라이나는 일종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측의 대리전 양상 속에 첨단 무기를 지원받게 되면서 우-러 전쟁이 장기화되는 배경이 있겠다.

그리고 미국의 거대한 군산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라고 불리는 글로벌 초대형 방산업체들이 우-러 전쟁을 통해 일종의 ‘전쟁 특수’를 맞이하게 되면서 주요 방산업체 매출액과 영업실적 등이 주가에 반영되어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이다.

한편, EU 가입 회원국들 중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 핀란드 이외에도 동유럽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주변국들은 NATO 가입을 희망하고 있고, NATO가 중국을 위협의 대상으로 적시하면서 우-러 전쟁은 이념적 블록(Block)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또한, 현재 우-러 전쟁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 이란제 자폭 드론인 샤헤드(Shahed)가 지원, 제공된 데 이어 북한도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전쟁 물자를 지원하기 위한 기본 병기로부터 포탄과 병력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서방 측으로부터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받음으로써 고립된 이란과 북한이 우회적으로 직접 또는 간접적인 러시아에 군사적 차원의 지원은 당연하게 보이거니와 실제로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협력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최근 국제정세에 있어서 중요한 질서의 축은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에 반해 중국식 권위주의의 부상을 눈여겨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이 권위주의를 앞세워 다른 국가들의 체제 동조화와 세력화되는 현상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한편, 중국은 미국의 민주주의는 기존까지의 국제 질서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패권주의와 강권주의였다는 비판을 하면서 미-중 간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최근 중국의 반도체와 무기가 러시아에 대량 수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정부가 러시아 측에 무기 지원한다는 의혹이 확산되었는데, 실제로 러시아는 중국산 드론을 공급받아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을 뿐만 아니라 탄약 등 일부 중국산 군수 무기류 제공 관련 검토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은 단순한 헤게모니 투쟁이 아닌 향후 전개될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양국 간 상대국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정책을 강화하려 한다는 차원에서 여러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지원과 시도는 확대되어 계속될 것이라 전망된다.

이러한 미-중 패권경쟁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 구도로 완화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우-러 전쟁 장기화로 인하여 국제정세는 불안정화로 신냉전체제로의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전 양상과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을 활용한 군용 무인기 주요 특징

최근 현대전 양상에 있어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이 바로 효율성과 효과성에 있겠다. 효율성이란 전략적 측면에서 전쟁 수행에 있어 제한된 자원과 역량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곧 전쟁의 승패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효과성이란 전술적 측면에 있어서 효과기반작전(EBO, Effects Based Operations)으로 대변되는데, 전장에서 유리하기 위해서는 적을 제거하거나 파괴하기 보다는 적을 통제하고 무력화시킬 수 있는 효과에 비중을 둔 개념을 말한다. 가령, 종래의 전쟁에서 같은 대규모 파괴나 대량살상 형태가 아닌 적 전쟁지도부 내지는 필수 기간 산업체나 일반 민간 대중을 대상으로 타격함으로써 기능적 및 심리적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전장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현대전에서는 이처럼 전쟁의 수행개념과 전투방식에 대한 패러다임에 있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2월 발발한 우-러 전쟁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즉, 우-러 전쟁에서 주목할 부분은 전투 방식 측면에 있어서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을 비롯한 첨단무기들을 전술적으로 활용하여 전장에서도 두드러진 실전 효과를 나타내면서 위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은 미국 측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생산 및 제조된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Bayractar)를 비롯해 미국 에어로바이런먼트(Aerovironment)사의 일명 ‘닌자 드’론으로도 불리우는 스위치 블레이드(Switch Blade), 즉 소형 자폭 무인기 등이 대표적이다.

가성비가 높은 바이락타르 무인기는 총 4발의 무장 장착이 가능한데, 레이저 유도식 폭탄을 투하해 러시아 전차와 장갑차를 효과적으로 타격하면서 전장의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부각되고 있다.

기존까지 종래의 전장에서 전투 방식이 아닌 새로운 무기로서 드론이 등장하면서 전쟁 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무력화되는 상황이 반복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서방 측의 지원을 받아 재블린(Javelin)과 같은 개인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이나 첨단 야간투시경 장비 등을 활용하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교되는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과의 전투에서 상대적으로 최대한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나름 선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사용 중인 대부분의 드론, 즉 무인기에는 중국산 부품이 포함되거나 중국산 드론이 공급되어 활용된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인데, 작년 10월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무인 드론 두 대가 서로 충돌하면서 공중전 장면이 포착되어 이른바 ‘드론 전쟁’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러한 민수용 드론 자체는 저가이면서도 로우테크(Low Tech) 기술이 사용되지만, 드론에 다양한 첨단 무기와 기술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활용도가 매우 광범위한데, 일종의 민수용 드론에 테크니컬(Technical) 개념이 접목된 것으로 보여진다.

테크니컬은 일명 '가난한 나라들이 사용하는 무기의 상징'으로도 불리는데, 정규군이 운용하는 규격화된 장비가 아닌 유사한 민수용 중소형의 차량 등에 중화기를 설치하여 전투용으로 개조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전에 있어 민수용 드론을 개조하여 군사용 무인기로 활용하는 사례가 이러한 테크니컬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미래전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개념인 초연결(Hyper Connected)로서 민간과 국방의 경계와 영역이 급격하게 허물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게 될 것인데,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볼 때 드론전을 수행하는 형태의 테크니컬 사례가 점차 증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군사기술 전환기 시대의 장차 새로운 미래전 변화에 따른 대응과 전망

앞으로 첨단기술이 안보로 연결되는 시대에 있어 종래 물리적인 안보 위협 성격에서 벗어나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내지는 신안보 또는 포괄안보 등으로 불리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위협이 대두되고 있다. 가령, 기술, 에너지, 자원, 식량, 기상, 사이버 등의 다양한 위협요소들이 실질적인 국가적 차원의 안보 위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21세기 전쟁의 성격은 단순히 정형화된 접적 및 정형 형태의 물리적 공간에서 벌어지던 전쟁 양상이 비접적 및 가상의 사이버 공간 이외 장사정화되면서 이른바 4세대 전쟁으로도 불리고, 일종의 비대칭전 형태의 네트워크전(Network Centric Warfaer),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 다영역작전(Multi Domain Operations)이라는 다소 생소한 전쟁 형태와 전투 방식 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첨단 과학기술 전환기 시대에 있어 전쟁에서의 전투를 하는 방식과 개념 자체가 과거에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방식과 형태로 등장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우-러 전쟁에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통신시설을 파괴하며 공격을 저지하려 했는데, 미국 정부에서 러시아 측의 우크라이나 내 통신시설을 파괴한 데 따른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보유한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Starlink)를 지원한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스타링크 서비스를 통하여 통신시설 복구 및 운영과 드론 제어 등에 활용하게 되면서 주요 군사정보를 업데이트해 통신 지원을 받음으로써 러시아군의 통신시설 공격에 대응할 수 있었다.

또한, 스타링크는 전장 네트워크 운용에 있어서 각종 해킹 시도와 전자 공격 등에도 대비가 되므로 현대전에서 독립 위성 네트워크의 보유는 대단히 중요하다.

현대전에서는 실시간 전장 가시화와 체계적인 지휘통신 체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우크라이나군 지휘통신 시설을 파괴하여 와해하려는 러시아군 시도는 미국의 스타링크 지원을 통한 활약으로 군 통신망 제약을 극복할 수 있었다.

중국도 저궤도 위성 통신망 확보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는 등 통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중국이 미국의 스타링크가 군사 위성화를 경계하면서 대응 차원에서 중국형 스타링크로서 자체 독립 위성 인터넷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 데 이어 요격기술 개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미국은 우주군 전략사령부를 창설한 바 있는데, 전 세계는 장차 미래전을 대비한 우주 무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전에서의 네트워크 중심전과 더불어 앞으로 다가올 미래전을 대비하기 위한 우주에서의 무기 개발은 분주하게 진행 중인 가운데, 가령 위성에 레이저와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Micro wave) 장비를 장착해 위성을 직접 요격하거나 우주에서 지구 지표면에 적을 공격하는 방식의 무기를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AI 관련기술이 무기에 접목되면서 향후에는 멈티(MUM-T, Maned Unmaned Teaming)라 불리는 유무인 복합체계에서 이보다 한층 진보된 완전 자율 무인체계를 뜻하는 엄엄티(UMUM-T, Unmaned Unmaned Teaming), 무무인 복합체계로 고도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AI 기술 기반의 무인 무기체계가 미래 전장에 운용되면 인명 손실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위험한 지역과 임무에 있어 시공간의 제약 없어질 뿐만 아니라 대량생산과 운용이 가능할 것이다.

오늘날 한 나라의 국력은 국가안보를 달성하는 수단이자 곧 목표가 되는데, 국력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로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대변되던 것에서 이에 더해 하이테크 시대에 있어 기술력이 국력의 3요소로 추가되었다.

또한, 안보에 있어 첨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유형으로 ‘기술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기존 지정학(Geo-Politics)의 국제질서가 기정학(Tech-Politics)으로 재편이 되는 추세다.

따라서 하이테크(Hi-Tech) 기술로서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하여 최첨단 무기체계 개발 및 도입을 위해 밀리테크(mili-TECH) 4.0 개념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첨단 기술이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는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기준과 표준을 뜻하는 뉴 노멀(New Normal)로서의 안보와 경제, 기술이 융합된 뉴 디펜스(New Defense), ‘뉴 스페이스(New Space)’에 걸맞은 기민한 대응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기일 교수는 국내 방위사업학 박사 1호로 잘 알려져있다. 

- 상지대학교 입학처장,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학부장 겸 군사학과 학과장, 상지대학교 평화안보상담심리대학원 안보학전공 주임교수,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 통일안보전략연구소 명예이사장, 모병제추진시민연대 상임고문을 겸하고 있다. 

-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추진위원·홍보대사,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교수,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 겸임교수, 더불어민주당 제21대 총선 인재영입(11호)·선거대책위원회 세계5대강군위원회 공동위원장·국방안보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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