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무산됐다.

지난 18일 오후 3시 한국프레스센터 18층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최저임금위 제1차 전원회의에는 박준식 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 9명이 불출석했다.

이들은 근로자위원 9명이 아닌 노동계 인사들이 회의장에서 '물가 폭등 못 살겠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하라!',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투쟁 구호를 외치는 상황을 문제 삼았다.

박 위원장은 사무국 직원들을 통해 노동계 인사들의 퇴장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회의장에 착석해 있던 사용자위원 9명은 공익위원들이 입장하지 않자 차례차례 퇴장했다.

근로자위원들도 오후 3시 55분께 회의 무산을 선언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차기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회의는 무산됐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이 끝나면 배석자를 제외한 기자들과 다른 참석자들(노동계 인사 등)이 퇴장한 뒤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위원장이 노동자들의 의사 전달 기회조차 박탈한 채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 상당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이야기하고 싶으면 이 자리까지 찾아왔겠느냐"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회의 장소에도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 굉장히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박준식 위원장은 이날 같은 건물 19층에서 장내 정리를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위는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으로 이뤄진다.

사용자위원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경영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근로자위원 9명은 양대 노총 소속이거나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이들의 입장이 매년 대립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에는 주로 학계 인사들로 이뤄진 공익위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

양대 노총은 이날 전원회의에 앞서 프레스센터 앞에서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앞서 권 위원은 윤석열 정부에 노동 개혁 방안을 권고하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밑그림을 그린 전문가 집단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으로 활동했다.

양대 노총은 권 위원이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지난해 회의에서 졸속 심의를 주도했다고도 주장했다.

양대 노총은 "반노동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 입장에 편향된 공익위원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공익위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며 "권 위원의 사퇴가 전제돼야 제대로 된 최저임금 논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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