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철완·차파트너스, 자사주 전량 소각 등 요구..."정기주총서 주주행동주의 나설 것" 예고
- 박철완 측, 지분 5% 적지만 소액주주·국민연금·외국인 지지 자신감 보여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진=금호석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진=금호석유]

오는 22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입지가 위태로워 보인다.

상대는 다름아닌 박찬구 회장의 조카 박철완 전 금호석유 상무다.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 2002년 타계한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금호석유 보통주 지분의 9.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 회장은 7.14%로 3대주주,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유 부사장은 7.65%로 2대주주다. 박 회장 부자의 지분만 14.79%,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15.89%에 이른다.

반면 박 전 상무의 특수관계자 포함 지분은 10.87%로 약 5% 적다.

금호석유는 6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50% 소각을 결정했다. 이날 금호석유화학은 공시를 통해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보통주식 262만4417주가 소각하고, 3분의 1에 해당하는 87만5000주는 오는 20일 소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총 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6개월간 취득한다. 매입이 완료되면 이사회를 통한 세부적인 결의 및 공시를 거쳐 전량 이익 소각할 예정이다.

하지만, 7일 재계에 따르면 박 전 상무 측은 금호석유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지 않으면 정기 주총에서 주주행동주의에 나서겠다며 박 회장 측을 압박하면서 자신들이 내세운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안건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 측은 이같은 자사주 소각과 자기주식 취득과 관련해 “석유화학 시황 침체에도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철완 전 상무 [사진=연합뉴스]
박철완 전 상무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재계에서는 금호석유의 이번 결정이 박 전 상무의 박 회장 측 견제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상무는 지난달 15일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금호석유 주식의 공동보유자로서 특별관계가 형성됐다고 공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는 박 회장에 대한 견제를 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가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는 자사주를 부당하게 활용할 가능성과 이사회의 독립성 결여로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을 금호석유에 주주 제안으로 제출했다.

박 전 상무측은 자사주 소각 결정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차파트너스는 “발행주식 총수의 9%가 넘는 나머지 50%의 자사주를 남겨두는 결정을 한 것은 우호적인 제3자에 대한 처분을 위한 것”이라며 “회사의 금번 결정은 과거에 비해 전향적이지만, 그 실질은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 캠페인에 대응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상무 측은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금호석유 측과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정기주총에서 주주행동주의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파트너스는 2022년 사조오양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남양유업이 차파트너스가 추천한 심혜섭 심혜섭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를 신임 감사로 선임했다. 또 코스닥 상장사 ‘토비스’의 자사주 소각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22일 치열한 양측의 표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이 8.13%, 외국인 주주가 약 20%, 나머지는 소액주주들이 나눠 가졌다.

자사주 소각과 이를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은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로 다뤄지며, 총회 출석 주주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이사 선임의 건은 보통 결의로 진행돼 주주총회 출석 주주 의결권 2분의 1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된다.

박 전 상무 측은 부족한 지분을 채우기 위해 국민연금(8.13% 보유)과 외국인 및 소액주주까지 자신의 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3% 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선임의 건도 쉽지만은 않다. 3% 박 회장 부자와 박 전 상무 3명은 3%룰이 적용되는데, 박 회장 측 특수관계인이 8명이기 때문이다. 

외견상 박 회장 측이 우세하지만 차파트너스는 표대결에 자신감을 보인다. 우선 '소액주주'들이 자신들 편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금호석유 소액주주들이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 소액주주들의 찬성을 이끌어내는 데 적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석화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6일 기준 0.66배에 불과하다. PBR이 1 미만이면 보유 자산에 비해 그만큼 주가가 저평가 됐다는 의미다. 

또한 감사위원을 위한 사외이사로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추천했다. 차파트너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김 의장이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이사회의 모든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한 바 있다. 

차파트너스는 주주제안을 통해 남양유업과 사조오양의 감사위원을 선임했을 당시 글로벌 의결권 글로벌 자문사 ISS와 글래드루이스의 찬성을 이끌어 낸 바 있어 20%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지지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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