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600억 세수 증발하는데 배당 확대 효과는 불확실… ‘초부자 감세’ 논란 확산
-상위 0.1%가 절반 가져가는 배당소득… “지배구조 개선 없는 세율 인하=정책 실패”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기재위 종감에서 임광형 국세청장에게 “미술품 거래를 악용한 탈세 행위가 신종 조세회피 수법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사진=차규근 의원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기재위 종감에서 임광형 국세청장에게 “미술품 거래를 악용한 탈세 행위가 신종 조세회피 수법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사진=차규근 의원실]

국회 조세소위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5%로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재정 손실과 초고액자 감세 확대에 대한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연간 4600억원 세수 감소가 불가피한데다 배당 활성화 효과도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토론회에서 밝힌 분석에 따르면, 최고세율을 10%p 낮출 경우 세수는 매년 약 46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거대한 재정 손실을 감수할 만큼 실효성이 있는 정책인지 여부다. 배당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정책 목표와 세율 인하의 실제 효과 사이의 간극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이 높은 세율 때문이 아니라 지배구조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율은 평균 3.7%에 불과하다. 배당 정책을 결정하는 지배주주가 낮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을 늘려도 자신이 가져가는 몫이 매우 작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세금을 깎아줘도 배당을 늘릴 인센티브가 존재하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경우 세제 혜택은 기존에 배당 비중이 높은 금융업 등 특정 업권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배당 활성화가 아닌 ‘세제 특혜’ 확대로 귀결될 수 있다.

분배 측면의 우려도 크다. 배당소득은 국내에서 가장 상위 집중도가 높은 소득으로 꼽힌다. 상위 0.1%가 전체 배당소득의 절반을 가져가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세율 인하는 초고액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초부자 감세’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불평등 심화는 물론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적 모순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재명 정부는 현행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94조원 세입 확충을 약속한 바 있다. 재정 여력을 확보하겠다면서 동시에 초부자 중심 세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선택”이라는 비판이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은 “배당은 늘지 않고 세금만 줄어드는 ‘소 잃고 외양간도 잃는’ 정책이 될 것”이라며 “정부안보다 더 후퇴한 세율 인하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경제는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경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경제이며, 지금 필요한 것은 초부자 감세가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라고 강조했다.

재정 안정성과 자본시장 신뢰 회복, 분배 정의라는 세 가지 정책 목표가 동시에 걸린 사안인 만큼,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 인하 논의는 단순한 세법 조정이 아니라 장기 경제 구조의 방향성을 가르는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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