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3일 TV토론회에서 재생에너지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KBS 방송화면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3일 TV토론회에서 재생에너지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KBS 방송화면 갈무리

[뉴스로드]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등 여야 대선 후보 4명이 참여하는 첫 TV토론회가 열렸다. 부동산, 외교, 안보, 일자리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격론이 오간 가운데, 기후변화와 관련된 내용도 거론돼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발언은 이재명 후보의 일자리·성장 주도권 토론에서 나왔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지목해 RE100과 EU택소노미에 대한 대책을 물었고, 윤 후보는 RE100과 EU택소노미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면서도 재생에너지에 대해 이 후보와는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 RE100, ‘캠페인’ 아닌 ‘의무’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충당겠다는 캠페인으로, 지난 2014년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시작했다. 현재 해당 캠페인에 가입한 기업만 349개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BMW 등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KB금융그룹 등 국내 기업도 포함돼있다. 

이 후보는 “RE100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럴 때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지 않고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했다가, 나중에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발동되면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나?”라며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탄소에 의존해서 생산하면 유럽이나 미국에 수출할 때 국경조정부담금을 부과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지적처럼 RE100은 기업의 자발적 캠페인이 아닌 의무사항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 LG화학과 SK하이닉스 등은 납품 기업인 BMW, 애플로부터 RE100 동참을 요구받은 바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또한 오는 2023년까지 탄소국경세 시행을 목표로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며 미국도 최근 도입 의사를 발표했다. 화석연료에 의존해 생산한 상품은 탄소국경세 부담으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 

윤 후보는 이에 대해 “RE100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탄소국경세도 석탄인 경우지, 꼭 재생에너지만이 아니라 원자력 등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전기 에너지를 쓴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실제 EU는 지난 2일(현지시간) 녹색산업 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 및 천연가스 발전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원자력과 천연가스가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만든 제품에 탄소국경세가 부과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이 최근 발표한 RE100 연간보고서의 표지. 사진=더 클라이밋 그룹
영국의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이 최근 발표한 RE100 연간보고서의 표지. 사진=더 클라이밋 그룹

◇ EU 택소노미에 원전 포함? ‘조건’에 주목해야...

EU 택소노미 또한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던진 질문 중 하나였다. 이 후보는 “EU택소노미가 중요한 의제인데 원자력과 관련된 논란이 있다”며 “(윤 후보는) 원전전문가에 가깝게 원전을 주장하시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갈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는 이어 “EU 택소노미는 원전을 녹색 에너지로 인정할 것이냐가 논란이고, 우리나라는 어디에 (원전을) 지을 것인지, 핵폐기물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주요 의제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녹색에너지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어디에 원전을 지을 생각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실제 국내 녹색분류체계는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럽 또한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하면서도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확보하고 운영 세부 계획을 마련할 것 ▲2025년 이후 신규 원전 및 수명이 연장된 원전은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할 것 등 엄격한 단서를 달았다. 사고 저항성 핵연료료(ATF, Accident Tolerant Fuel)는 기존 핵연료보다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는 피복재로 처리되 사고로 인해 냉각기능이 중단돼도 녹지 않고 견딜 수 있는 핵연료를 뜻한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일각에서는 EU가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규제를 강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국내에서도 이러한 조건을 적용할 경우 만족할 수 있는 원전은 많지 않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EU 택소노미가 제시한 조건을 국내 원전이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U의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원전이 생산한 전력에 의존할 경우, 향후 유럽 시장에 수출할 때 탄소국경세 면제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신재생에너지만 가지고 2050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이 유지가 된다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하며, “원전을 어디 짓느냐는 문제는 지금 여기서 답할 수 없지만, 핵폐기물은 파이로프로세싱 등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신재생에너지만큼이나 빨리 고도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으로 재처리해 유용한 핵물질을 분리한 뒤 고속로에서 재활용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한·미 핵연료주기공동연구(JFCS)를 10년간 진행했음에도 결국 파이로프로세싱의 타당성에 대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청년기후단체 플랜제로 회원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 방문해 기후토론회 참석 의사를 확인했다. 사진=플랜제로
청년기후단체 플랜제로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 방문해 기후토론회 참석 의사를 확인했다. 사진=플랜제로

◇ 대선 후보 참여하는 '원포인트 기후토론회' 개최 전망은?

비록 토론 말미에 짧게 언급된 데다 RE100, EU 택소노미와 같은 용어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치중하기는 했지만,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기후위기와 관련된 의제가 거론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가족 리스크’로 점철된 대선 정국 속에서 기후위기가 더욱 중요한 의제로 각인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추가적인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년들을 중심으로 대선 후보가 참여하는 기후위기 토론회를 개최하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청년기후단체네트워크 ‘플랜제로’는 지난 6일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등 대선 후보 4인으로부터 ‘원포인트 기후토론회’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응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플랜제로는 “‘원포인트 기후토론회’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2050 탄소중립 달성 등 기후에너지 이슈에 한정한 토론회”라며 “영국, 독일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선거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주요한 의제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랜제로에 따르면, 이 후보와 심 후보 캠프는 기후토론회에 언제든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안 후보 캠프 또한 일정을 검토해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윤 후보 캠프의 경우 다른 후보들이 참석할 경우 함께하겠다고 응답했다. 

플랜제로 김지윤 활동가는 “청년들은 4곳 캠프의 화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린피스와 함께 오는 7일부터 각 캠프 공보단 등과 소통하여 실무협의에 착수하고자 한다”며 “플랜제로에서는 3인 이상의 후보가 참석하는 경우 토론회를 진행하고자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불참할 경우 기후위기 대응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RE100 논란으로 시작되 관심이 실질적인 대선 후보 간의 기후토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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