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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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이자 부담 증대가 지속되면서 시중은행 주요 대출 상품의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향후 경기 침체 본격화, 금융지원정책 효과 소멸 등이 겹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의 부실 규모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가계 및 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은 3개월 전인 9월과 비교해 모두 상승했다.

5대 은행의 12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9월의 0.23% 대비 0.05%p 올라 평균 0.28%였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평균도 지난해 9월 0.18%에서 12월 0.24%로 0.0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대출 역시 같은 기간 0.01%에서 0.02%로 올랐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9월 0.16%에서 12월 0.19%로 0.03%p 상승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0.12%에서 0.15%로 0.03%p 오르고, 신용대출이 0.24%에서 0.28%로 0.04%p 올랐다.

지난해 전체 연체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가계와 기업 모두 상반기에는 연체율에 큰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낮아지다가 하반기 들어 상승세로 전환한 뒤 연말에 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아직 연체율 수준 자체가 매우 낮은데다 이미 대손충당금 등도 충분히 쌓아 우려할 정도로 아니다"라면서도 "연체율 추이 그래프를 보면 지난해 12월 꼬리가 다시 올라가는 모습이 나타나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보통 은행은 분기 말과 연말 기준 연체율을 최저로 낮추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개인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연말 연체율이 연초보다 많이 올라갔다"고 밝혔다.

그는 "연체율 상승은 지난해 고금리와 고환율, 고물가 등 3고(高) 여파로 파악된다"면서 "올해 연체가 많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주요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개인사업자 대출, 중소기업 대출, 가계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은 상반기까지 연체율이 낮았다가 9월 반등해 12월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각종 지원이 집중됐다"면서 "이들 중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연체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하반기 들어 대출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여파가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대기업대출(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과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해 1월 3.03%와 3.52%에서 12월 5.32%와 5.76%로 2.29%p와 2.24%p 각각 상승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3.85%와 5.28%에서 4.64%와 7.97%로 0.79%p와 2.69%p 올랐다.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금리 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 부담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민간부문 대출이자 부담이 지난해 대비 33조 6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26일 개최한 '2023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이슈' 세미나에서 주식과 회사채 발행시장 위축으로 기업대출 잔액이 계속 늘어나면서 저신용 기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총자산 하위 20% 기업은 최근 1년간 이자 비용이 39% 증가했고,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 비중이 54%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가 3.25%로 높아지면 한계 소상공인이 127만명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4%로, 올해 1분기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중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을 (작년) 11월에는 1.7%로 봤는데 한 달 조금 넘었지만 그사이 여러 지표를 볼 때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금융안정보고서는 "자영업자대출 부실위험 축소를 위해서는 취약차주의 채무 재조정을 촉진하고 정상 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조치의 단계적 종료, 만기 일시상환 대출의 분할상환 대출 전환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기관들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확대하고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로드] 이다혜 기자 newsroad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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