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10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적 분할 안건이 부결돼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참석 주주의 66.7%가 찬성해야 하는데, 찬성이 64.9%로 약 1.8%p 부족했다.

현대백화점은 입장문을 내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그간 추진해온 지주사 체제 전환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했던 분할 계획과 주주환원 정책이 충분히 공감받지 못한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향후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재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대그린푸드는 인적 분할 안건이 통과돼 지주사 전환을 계속 추진해나간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월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소액 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현대백화점 지분은 현재 17.09%로, 인적 분할이 승인된다면 현대백화점홀딩스 지분 17.09%를 추가로 갖게 된다.

주식 교환 비율을 1대 1로 가정하면 향후 현물출자 과정에서 정지선 회장의 현대백화점홀딩스 지분은 34.18%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정지선 회장에게서 출자받은 현대백화점 지분 17.09%와 자사주 6.61%를 합해 현대백화점 지분을 23.7%까지 늘릴 수 있었다.

현대백화점 자사주 6.61%는 현대백화점홀딩스로 출자되면서 현대백화점에 대한 의결권도 생긴다.

인적 분할로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홀딩스 지배력이 높아짐과 동시에 의결권을 가진 백화점 주식도 간접 확보하게 돼 사실상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구조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라는 환원 정책을 내놨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앞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할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주주와 시장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며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newsroad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