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전 시장, 1000억원 예산 투입해 세운상가부터 진양상가까지 인적드문 공중보행로 설치
- 오세훈 시장, 녹지 생태 공간으로 재개발...SH가 주도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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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 청계천부터 충무로역 입구까지 1KM를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세운상가는 1967년 1인당 국민소득이 114달러에 불과했던 시절 라디오수리점과 사창가들이 모여 있던 서울 도심 청계천변에 연면적 20만5536㎡에 이르는 대규모 상가와 17층 고급아파트로 건축된 거대한 건물군이다. 

빨간 점선이 세운상가 일대 [지도=네이버지도/뉴스로드 편집]
빨간 점선이 세운상가 일대 [지도=네이버지도/뉴스로드 편집]

서울시는 2006년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세운상가군 전체 상가를 철거한 후 공원을 조성하고, 주변 일대를 고밀도로 개발하려고 했으나 보상 문제와 2008년 국제 금융위기로 사업성이 악화되자 전면 철거 계획이 보류됐고, 2014년 서울시는 세운상가 존치 결정을 공식화하면서 재정비촉진지구의 분리 개발방식을 골자로 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청계천변 세운상가 입구 지역은 아파트 재건축에 이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로드]
청계천변 세운상가 입구 지역은 아파트 재건축에 이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로드]

朴의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실패...1000억원만 날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젠트리피케이션(도심재생)'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당초 침체된 상가 활성화가 최우선 목표였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1000억원을 투입해 총 2단계로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이 1KM를 곧게 뻗은 공중보행교다.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은 '다시 걷는 세운(보행 재생)', '다시 찾는 세운(산업 재생)', '다시 웃는 세운(공동체 재생)' 등 3가지였는데, 공중보행교가 핵심 시설이다. 

서울시는 당시 보행데크를 '청계천과 서울의 하늘을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며 기존 3층 외에 2층에도 데크를 신설하고, 2~3층 사이에 전시실, 휴게실, 화장실 등이 '컨테이너 박스' 형태로 배치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유동인구 5배 증가(1일 2314명→1만3000명), 상가 매출 30% 증가, 신규창업 200개소 이상, 젠트리피케이션 상생협약 기반 임대차 계약 사업체 70% 이상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은 당시 착공식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세운상가가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한 출발을 알리는 날로, 주민주도의 지역재생을 위해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공공의 기능을 투입하고 예산을 지원하고자 한다”며 “서울의 도시·건축적 유산일 뿐 아니라 역사·문화·산업의 복합체로서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가진 세운상가가 주변지역까지 활력을 확산하고 서울 도심 보행축을 사방으로 연결하는 랜드마크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과점하고 있던 서울시의회는 이를 적극 찬성 지지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당초 주된 목표는 상가 활성화였다. [이미지=서울시]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당초 주된 목표는 상가 활성화였다. [이미지=서울시]

요약하면, 1000억원을 투입해 공중보행교를 만들고, 사람이 모여들면 상가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하지만 <뉴스로드>가 금요일 오후부터 저녁까지 청계천변 세운상가 입구부터 충부로입구역 맞은 편 진양상가(인현시장)까지 천천히 걷는 동안 마주친 사람은 1만여명이 아니라 단 두명에 불과했다.  

금요일 오후인데도,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세운상가 공중보행교 [사진=뉴스 로드]
금요일 오후인데도,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세운상가 공중보행교 [사진=뉴스 로드]

공중보행교는 물론, 1층 상가 지역에도 손님은 커녕 문을 연 가게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았다. 

세운상가 공중보행교에서 내려다 본 지층 상가지역에도 인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뉴스로드]
세운상가 공중보행교에서 내려다 본 지층 상가지역에도 인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뉴스로드]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세운상가의 모습이 을씨년스럽다. [사진=뉴스로드]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세운상가의 모습이 을씨년스럽다. [사진=뉴스로드]
세운상가 공중보행교 [사진=뉴스로드]
세운상가 공중보행교 [사진=뉴스로드]
사무실로 만들어진 공간에는 일부 업체들이 입주해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스로드]
사무실로 만들어진 공간에는 일부 업체들이 입주해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스로드]

임대된 것으로 보이는 일부 사무실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활성화된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쓰여진 예산의 규모는 1미터 당 1억원에 달하는데, 당초 서울시가 밝혔던 상가의 활성화나 심지어 관광명소의 모습은 찾아보기는 커녕 상상하기도 어렵다. 

세운상가 인근 황학동에 지어진 주상복합 아파트 힐스테이트청계센트럴은 준공을 마쳤지만, 미분양과 미입주로 아직은 썰렁한 분위기다. 세운지구 재개발을 기다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황학동 힐스테이트청계센트럴은 준공이 됐지만, 미분양 가구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 임대 모집 공고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로드]
황학동 힐스테이트청계센트럴은 준공이 됐지만, 미분양 가구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 임대 모집 공고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로드]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주상복합 아파트의 임차인 모집 광고 [사진=뉴스로드]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주상복합 아파트의 임차인 모집 광고 [사진=뉴스로드]

세운상가, 국내 최초 주상복합·토지임대부건물분양 주택

신성상가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스로드]
신성상가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스로드]

1968년 준공된 세운상가 일대는 비슷한 시기에 준공된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낙원아파트와 함께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타운이면서,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토지임대부건물분양방식의 아파트다. 

건축된 지 55년이 지나 노후했지만, 여전히 주거에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주변 지역이 낙후해 좋은 주거환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종묘광장공원에서 남쪽을 향해 걸으면, 다시세운 광장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세운상가, 세운청계상가, 세운대림상가, 삼풍상가, 호텔PJ(옛. 풍전호텔), 인현상가, 신성상가, 진양상가로 이어져 충무로에 이르게 된다. 

상가위에는 아파트가 각각 지어져 있다. 

吳의 서울시, 20여개 구역으로 조정해 개발 촉진..."자체 타당성 검토 진행 중"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지역을 북한산에서 종묘까지 이르는 녹지와 남산에서 용산, 한강에 이르는 녹지 생태 공간으로 다시 개발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회색을 지우고 녹색으로, '정원도시 서울'을 만들겠다'는 제목의 글에서 "초록빛 숲과 잔디, 푸른 한강과 지천은 일상에 지친 서울시민께 위안과 재충전의 안식처가 될 것"이라며 "건축물의 높이제한 규제 해제는 공공기여 확대로, 녹지공간 창출로 이어져 도심 곳곳에서 시민곁으로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강과 지천변 이용의 극대화는 여가공간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하는 도시, 녹지생태도심, 정원과 공원의 도시 '서울의 꿈'이 무르익어 간다. 곧, 실행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잠수교와 세빛동동섬을 찾은 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로· 한강과 서울 곳곳에 놀거리와 볼거리 인프라를 만들고 문화로 소프트파워를 채워나가는 일은 이미 주인공이 된 서울의 무대를 제대로 만들고 키우기 위한 '미래 투자'"라고 밝혔다. 

용산 일대에서 이어지는 잠수교와 동작대교 사이 한강 세빛동동섬 과 서래 나루 일대의 모습 [사진=네이버지도]
용산 일대에서 이어지는 잠수교와 동작대교 사이 한강 세빛동동섬 과 서래 나루 일대의 모습 [사진=네이버지도]

북한산에서 남산을 거쳐 한강을 잇는, 즉 녹지생태도심, 정원과 공원과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잇는 녹지축이 바로 세운상가부터 충무로 인현상가까지 이어지는 직선 구간이다. 

오 시장은 앞서 지난 2021년 11월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세운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171개 구역으로 쪼개진 세운지구 총 부지면적 약 44만㎡(13만여평)를 20여개 구역으로 조정해 개발하는 촉진계획안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장기간 개발이 안 된 인근 147개 구역(일몰 대상)도 포함된다.

SH 주도로 최고 40층 안팎의 오피스 빌딩과 주거단지, 녹지광장 등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타당성 검증과 함께 촉진계획안을 만들어 주민 공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8월 고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다시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고, 명품 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 서울시민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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