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복지공단, 4100만원 산재보상금 지급 후 구상금 청구...일부 승소 판결
- 이 고문, 법원 "3280만원 지급하라"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 제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부인이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근로복지공단에 3000만원의 산업재해 구상금 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단에 항소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희 고문은 과거 갑질 행위로 인해 3000만원의 산업재해 구상금을 물어내게 됐다. 이 고문 집에서 일했던 A씨가 이 고문의 폭언 등으로 '돌발성 난청'이라는 질병을 얻었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해 A씨에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후 공단은 질병의 원인을 제공한 이 고문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24일 이 고문에게 구상금 지급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고, 이 고문은 이같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불복, 지난달 15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산재 피해자인 A씨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4년 이상 이 고문이 살던 조양호 회장의 평창동 자택에서 24시간 2교대 형태로 시설경비·정원관리·내실보조·주방업무와 동물관리·쓰레기정리 등의 일을 하다가 2015년 좌이 돌발성 난청으로 입원치료를 받았고, 2018년부터는 우이 돌발성 난청으로 진료를 받았다. 이전에 A씨가 이같은 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적은 없었다.

A씨의 돌발성 난청은 이 고문의 과거 갑질 폭행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 고문은 앞서 2018년 집에서 근무하는 운전기사, 경비원 등에 대한 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20년 11월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받은 전과가 있다.

이 고문은 사택 경비원들을 7회에 걸쳐 상습 폭행했고, 21회에 걸쳐 관리소장에게 화분·철제 전지가위·모종삽 등으로 폭행했다는 범죄사실 등을 인정받았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사실상 피고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상습 폭언과 폭행을 저지른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며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원만하게 합의한 점, 범행이 순간적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약자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관대하고 아량을 베푸는 태도로 나머지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했다.

당시 A씨는 이 사건의 피해자로 적시되지는 않았다. 이때 A씨는 이 고문을 모욕 혐의로 형사 고소했지만,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2019년 불기소 처분됐다.

다만 형사사건 진술 등에서 이 고문이 A씨에게도 폭언과 욕설을 한 사실이 기재됐고, 요양급여 신청 과정에서 “(이 고문에게) 폭언과 욕설을 당한 것은 일상적이고 너무 많아서 특정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얻은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판단했다.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정한 셈이다. 공단은 A씨에게 2019년 요양급여와 휴업급여, 장해급여를 합쳐 약 4100만원을 지급했다.

공단은 이후 산재보험법 87조에 따라 이 고문에게 구상금을 청구했다. 

이번 구상금 청구 재판의 쟁점은 이 고문에 손해배상 책임 소재 여부와 손해배상 책임 범위다.

1심 재판부는 이 고문에 구상금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 사건에서 인정된 피고의 다른 피해자들에 한 언행을 감안해 보면, 피고가 A 씨에 대해서만 폭언과 욕설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보이지 않는다. 공연성이나 전파가능성이 없어 형사상 모욕이나 명예훼손의 죄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는 데는 지장이 되지 않는다”며 “이를 종합해 보면 A 씨에게 2014년경부터 지속적으로 폭언과 욕설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는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고문의 폭언과 A씨가 얻은 돌발성 난청의 상당한 인과관계도 인정했다. 폭력적인 근무환경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난청의 원인이 됐다고 본 것. 재판부는 “돌발성 난청은 원인을 명확히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극심한 스트레스가 촉발 요인으로 작용해 발병하거나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지속적인 폭언과 욕설을 당한 피해자의 스트레스가 극심했을 것”이라며 “이는 24시간 교대근무로 인한 야간근무와 1주 평균 50~70시간의 노동시간으로 인해 가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단은 이 고문의 과실 비율이 100%라고 주장한 반면, 재판부는 이 고문의 과실 비율을 80%로 인정했다. A씨가 2015년 진단받은 당뇨증상이 돌발성 난청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다. 재판부는 이 고문이 공단에 약 328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한편, A씨는 이 고문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해 작년 7월 화해권고결정을 받기도 했다. 

이 고문의 항소로 산재배상금 3000여만원 소송은 2심으로 향하게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개인적인 사안이라 회사 법무실에서도 관여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산재 보험료를 지급했으니 돌려달라는 것이다. 손해배상 규모의 싸움”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9월 이 고문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 70만1001주(약 300억원 규모)를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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