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투명성이 14일 G20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위는 보고서의 한국 관련 내용 중 일부. 자료=기후투명성
기후투명성이 14일 G20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위는 보고서의 한국 관련 내용 중 일부. 자료=기후투명성

[뉴스로드] 최근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상향되는 등, 한국도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재생에너지 비중과 과도한 화석연료 의존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환경 협력단체 ‘기후투명성’(Climate Transparency)은 지난 14일 발표한 ‘기후투명성 보고서 2021’에서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수준을 ‘매우 불충분’으로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연평균 1.5°C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의 합의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G20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화석연료 퇴출 등 각 부문에서 얼마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평가했다. 

한국은 최근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무엇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파리협정에서 합의된 ‘1.5°C’ 목표 달성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투명성은 한국이 파리협정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78MtCO₂e(2억7800만이산화탄소 환산 톤)까지 줄여야 한다며, 현재의 NDC로는 지구온도가 2.4°C씩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G20 국가의 에너지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교. 자료=기후투명성
G20 국가의 에너지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교. 자료=기후투명성

다만 보고서가 제시한 수치는 지난해 NDC(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를 기준으로 추정한 것이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최근 2030년 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상향했다. 하지만 이 또한 ‘1.5°C’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목표다. 파리협정과 NDC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좀 더 높은 수준의 감축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

기후투명성은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들었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올해 들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2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4.7%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G20 평균 반등폭인 4.1%보다 0.8%p 높은 수치다. 

다른 연구기관의 자료에서도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규모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국제과학자그룹 ‘글로벌카본프로젝트’ 및 네덜란드 환경평가청(PBL)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11MtCO₂e로 전 세계에서 9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1인당 배출량은 11.93t으로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는 국가별 배출량이 가장 많은 중국(1인당 7.1t)이나 제조업 중심 국가인 독일(8.4t), 일본(8.72t)보다도 높은 수치다. 만약 정부가 상향 전 NDC를 고수했다면, 2030년에는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미국과 캐나다를 앞질러 세계 1위를 차지하게 된다. 

기후투명성의 분석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번 보고서에서 추정한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8tCO2e으로 G20 평균(7.5tCO2e)의 두 배에 가깝다. 특히 G20의 1인당 배출량이 2013~2018년 0.7%씩 감소한데 반해, 한국은 오히려 3%씩 증가했다.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사용량 또한 G20 평균의 2.5배에 달한다. 이대로 가면 한국이 세계 최악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기후투명성이 한국의 발전구성을 분석한 자료. 지난해에도 화석연료 의존도가 64%로 높았던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7%에 그쳤다. 자료=기후투명성
기후투명성이 한국의 발전구성을 분석한 자료. 지난해에도 화석연료 의존도가 64%로 높았던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7%에 그쳤다. 자료=기후투명성

이처럼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것은 부족한 재생에너지 비중과 과도한 화석연료 의존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발전 부문에서 재생에너지(수력, 바이오매스, 폐기물에너지 등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은 7.2%로 G20 평균인 28.7%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 실제 태양광 발전은 2015~2020년 약 4배 이상 성장했으나, 전체 발전량의 0.6%에 불과하다.

반면 석탄·천연가스 등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에서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며 탈석탄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프랑스(2022년), 영국(2024년) 등 구체적인 탈석탄 연도를 제시한 주요국과는 달리 한국은 탈석탄 시점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기존 석탄발전소의 가동 중단 계획은 세웠지만, 여전히 삼척, 강릉 등에 신규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한국의 천연가스 소비량 또한 2015년~2020년 17%나 증가해 G20 평균(12%)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천연가스가 석탄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 수준으로 적지만 재생에너지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만큼, 석탄발전을 천연가스로 전환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 있다. 

 

G20 국가의 화석연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 규모. 자료=기후투명성
G20 국가의 화석연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 규모. 자료=기후투명성

게다가 한국은 지난 2018~2019년 공적금융을 통해 매년 4.95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75억달러를 석유·천연가스에 각각 투자했다. 이는 일본(103억 달러)과 중국(80억 달러)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 대통령이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석유·천연가스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투명성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신규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2030년까지 전력 부문의 탈석탄을 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부족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관련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력계통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투명성 사무국 대변인 게르트 라이폴드 박사는 “한국은 G20의 기후 리더로 도약함으로써 제28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유치를 확고히 할 수 있다”며 “한국이 2030년 탈석탄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 것은 기후행동에 대한 의지와 성과를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OECD 가입국처럼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로드 임해원 기자 theredpi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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