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사 가스전은 한국 수소 경제 가늠쇠...화석연료 중심 계획 한계 드러나"
- "수출입銀·무역보험, 바로사 가스전에 최대 1조원 투자...좌초자산 위험 커"
- "기후 위기 대응 위한 다양한 해법 찾으려고 노력...효능감 높일 수 있어야"

유엔(UN)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국가간 협의체)는 최근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열린 총회에서 통합적인 단기 기후 행동의 시급성을 강조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는 2014년 5차 보고서를 낸 이후 9년만으로  지난 2014년 승인된 제5차 평가보고서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 체결에 과학적 근거로 활용되기도 했다. IPCC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2040년 내에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1.5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정책을 강화하지 않으면 2100년에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시기보다 3.2도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기후전문가들은 1.5도를 지키기 위해 실질적으로 남아있는 골든타임을 10년 정도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 공기업, 대기업의 역할과 사명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기후·환경 운동도 이전에 비해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후 관련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기후솔루션(대표 김주진)이 대표적이다. 

법률과 금융, 산업 분야를 망라해 전문가들을 확보하고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정의'와 '당위성'을 앞세워 '비판'에 그쳤던 모습과는 차별화된다. 

<뉴스로드>는 최근 호주 바로사 해상 가스전 시추 인허가 소송에서 연패한 SK E&S와 여기에 최대 1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자한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와 관련한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기후솔루션의 오동재 연구원을 찾아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편집자 주>>

오 연구원은 화석연료 사업의 좌초자산 위험과, 공적자금의 기후금융, 그린 워싱, 해외자원개발에서 간과되는 인권 문제 등을 짚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 [사진=뉴스로드]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 [사진=뉴스로드]

우선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SK그룹의 친환경에너지사업을 표방하는 SK E&S가 호주 북부 해역에서 연간 350만 톤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는 해외 화석연료 개발 사업이다. 여기에 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은 각각 4000억원 씩 총 8000억원(약 6억6000만 달러) 규모의 금융지원을 승인했다. 

수은은 앞선 2017년과 2018년에도 각각 501억원과 1670억원의 공적 자금을 해당 사업에 지원했다. 이런 공적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바로사 가스전은 오는 2025년부터 본격적인 가스 생산할 계획이었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왜 중단됐나?

SK측은 바로사 가스전 개발 과정에서 호주 현지 환경 규제에서 규정된 이해관계자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이런 이유 등으로 현지 원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작년 9월 1심 판결에 이어 12월 항소심에서도 패했다.

SK측이 패소한 주된 이유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호주 법에 보장된 원주민과의 협의절차가 인허가 과정에서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후솔루션과 144개 시민단체들은 앞서 지난 2021년 이같은 문제를 우려하고 바로사 가스전 사업을 멈춰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바로사 가스전 등 신규 천연가스 개발 사업이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명해달라.

호주 연방법원이 시추 인허가를 무효로 판결하면서 사업의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시추를 위한 인허가 무효는 물론, 시추 이후 CCS(탄소포집 및 저장, LNG를 채굴한 공간에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는 개념)를 위해서도 호주 정부로부터 다수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번 판결로 수월치 않게 됐다. 

또한 사업 개시 시점이 기존의 2025년에서 무기한 연기됐으며, 여기에 LNG에 대한 중장기 전망도 더욱 부정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0월 고공행진하는 가스 가격에 따른 각국의 정책 변화로 가스 수요가 정점에 도달했으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작년을 정점으로 오는 2050년까지 현재 수준의 25%까지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신규 가스전이 개발돼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가스 수요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하면 가스개발 사업에 투자한 자금은 좌초자산화(化) 될 위험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기후정의라는 관점은 물론이고, 산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LNG 신규 개발은 좌초자산 위험이 큰 만큼 재고돼야 한다. 

"바로사 가스전은 한국 수소 경제 가늠쇠...화석연료 중심 계획 한계 드러나"

이번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LNG가 아닌, 첫 블루수소 생산 사업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화석연료 기반 수소경제 계획을 세운 한국과 SK E&S가 첫 사업부터 시험대에 오른 셈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의 성공 여부를 에너지 안보 관점이 아니라, 현 수소경제 계획이 타당한지를 기준으로 볼 수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공적금융의 자금줄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바로사 가스전 사업 추진은 한국의 수소경제가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상으로도 해석된다. 

올해 초 기후솔루션은 감사원에 바로사 가스전 금융지원에 대해 공익감사청구를 했다. 맨 왼쪽이 오동재 연구원 [사진=기후솔루션]
올해 초 기후솔루션은 감사원에 바로사 가스전 금융지원에 대해 공익감사청구를 했다. 맨 왼쪽이 오동재 연구원 [사진=기후솔루션]

올해 초 감사원에 수은과 무보에 대한 공익감사청구를 했다. 배경을 설명해달라.

공적금융기관은 국민의 자산을 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처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공적금융이 해외개발사업의 인권영향을 미리 알아보고 예방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은은 2019년 인권경영선언을 했고, 무보는 2019년 인권경영요강에서 현지 주민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유의한다는 내용을 담았음에도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는 말로는 인권경영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투자과정에서는 이를 경시했다고 밖에는 이해하기 어렵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ESG 리스크는 공적금융의 투자 결정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다. 그럼에도 수은과 무보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8000억원이나 되는 돈을 투자를 결정한 것은 공적금융의 무책임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SK그룹은 ESG경영에 앞장서는 기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고 SK E&S는 재생에너지 개발에 앞장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그린워싱(위장 친환경주의)'로 볼 수 있나?

여러가지 면에서 SK 최고 경영진의 ESG경영 의지는 평가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업무 진행과정이나 사업의 이행 방식에서 과거의 관성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이번에는 실무진들이 이같은 관성을 극복하지 못해 그린워싱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그린워싱 광고들은 기존에 진행됐던 석유·가스 사업이나 제품들을 ‘탄소중립’으로 포장하다가 생긴 일이었다. 이게 단순 석유 제품 그린워싱으로만 그치면 다행이겠지만, 기업의 전환 의지마저 꺾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현지 ESG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현지 운영사인 산토스에만 의존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위험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다른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도 인권 문제는 앞으로 주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후솔루션은 이전까지의 기후 환경단체들과는 다른 면이 많아 보인다. 해외 기관들과의 연계성이나 다수의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점들이 그렇다. 실제 전문 연구원으로서 느끼는 기후 대응에 대해 말해달라.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은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지만, 위기를 강조하고 공포분위기를 조장하는 것만으로는 더 좋은 대안을 찾기 어렵다. 반복되는 위기와 공포라는 자극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무감각해질 수도 있고, 무관심해지거나 심지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종이 빨대를 쓰거나 플로깅(쓰레기를 주우며 조깅하는 것) 등을 통해 나름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도리어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강조하면 스스로의 노력에 대한 효능감이 낮아진다. 낮은 효능감은 무관심과 거부감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공공기관, 기업, 개인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범주를 넘어 함께 대안을 찾고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작은 노력이라도 어떤 효과를 가져오고, 위기의 시간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 [사진=뉴스로드]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 [사진=뉴스로드]

오동재 연구원은 기후솔루션의 석유·가스 금융 담당자로서 공적 금융의 화석연료 사업 투자로 인한 재무적·환경적 문제들을 연구하고 소통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합류 이전부터 수년 간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전환을 위한 청년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합류 후 민간과 공적 금융의 석탄화력발전 문제를 다뤘다. 
연세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뉴스로드] 김의철 nsrd4746@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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