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계획, 완전한 실패...2차 계획, 의욕마저 상실한 느낌
- 선진국, 철도운송분담률 높이려고 안간힘...NDC 비관세 장벽化
- 정부, 1차 계획에서 중요했던 의왕ICD 활용계획 아직도 없어...3개월 내 점용계약 만료

원희룡 장관이  철도사고 현장을 방문해 점검하는 모습 [사진=원희룡 SNS 갈무리]
원희룡 장관이  철도사고 현장을 방문해 점검하는 모습 [사진=원희룡 SNS 갈무리]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는 지난 6일 '제2차 철도물류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 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원희룡 장관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철도물류산업 육성계획은 지난 2016년3월 제정된 '철도물류산업법(철도물류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수립하는 5년 단위 법정계획으로 2020년 6월에 개정된 바 있다. 

당초 법에서 정한 기한보다 2년이나 늦게 발표한 2차 계획을 살펴보면, 정부가 탄소중립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지속가능한 경제를 포기하고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번 계획의 핵심적인 목표는 지난 2021년 기준 2678만톤에 불과했던 철도화물수송량을 오는 2026년까지 5000만톤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철도화물운송분담률(톤, %)을 현재의 약 1.5%에서 2026년까지 약 3%로 늘리겠다는 것으로 이같은 목표는 지난 2008년 달성했던 철도수송량 약 4700만톤, 분담률은 2.8%과 유사한 수치다. 약 15년전에 달성했던 수치가 이번 5개년 계획의 목표인 셈이다. 

연도별 철도화물수송실적 [자료=국토부]
연도별 철도화물수송실적 [자료=국토부]

1차 계획은 한마디로 '완전한 실패'다. 정부가 이에 대해 국민에 사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사과는 커녕 해명이나 변명조차 없이 2026년까지 수송량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철도산업법은 5년 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앞선 계획이 잘 실행됐는지를 보려면 당연히 일관성있는 기준으로 새로운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

그런데, 분담률에서 수송량으로 기준 자체가 바뀌었다. 그 이유가 1차 계획의 완전한 실패를 국민에게 숨기기 위함은 아닐까? 이렇게 발표한 계획을 국민이 함부로 믿어도 되는 걸까?

1차 계획, 완전한 실패...2차 계획, 의욕마저 상실한 느낌

1차 계획과 2차 계획의 세부 추진과제들을 살펴보면 더 우려스럽다. 우선 추진과제가 대폭 줄었고, 모호해졌으며, 추상적으로 변했다. 의욕을 상실한 느낌마저 든다. 

1차, 2차 철도산업육성법의 추진과제 비교 [자료=국토부/뉴스로드 정리]
1차, 2차 철도산업육성법의 추진과제 비교 [자료=국토부/뉴스로드 정리]

무려 16페이지에 걸쳐 만들어진 1차 계획에서는 철도물류전문가가 지적하는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그랬는데, 실제로 이뤄진 과제를 찾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먼저 뼈아픈 실패를 반성하고, 그 이유를 분석해서 실천 방안을 찾아냈어야 했다. 

계획만 발표하고 결과가 없는 정부 정책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제는 정부의 NDC 계획이다. 시간이 정해져있다. 2030년까지 정부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번 계획은 너무 한가하고, 더구나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읽히지 않는다. 

수송부문은 전환(발전)과 산업(철강 등)을 제외하면 탄소배출이  가장 많다. 국토부가 강조했듯이 철도는 도로교통에 비해 탄소배출이 3.8%에 불과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30년 NDC 계획 [자료=정부]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30년 NDC 계획 [자료=정부]

선진국, 철도운송분담률 높이려고 안간힘...NDC 비관세 장벽化

선진국들은 철도운송분담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압도적으로 탄소배출이 적기 때문이다. 부수적으로 교통사고를 줄이고, 고속도로 정체를 줄일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탄소배출 감축은 비관세장벽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선진국들은 상품의 수입과정에서 공급망의 탄소배출 규제를 감시하고 추적하고, 탄소세를 부과한다. 유럽이나 미국에 상품을 수출하려면 생산부터 운송까지 탄소배출 감축을 입증해야 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독일은 최근 철도냐 도로냐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철도운송분담률이 1.5%에 불과한데 비해 캐나다는 철도운송분담률이 40%에 달하고, 미국은 20%를 넘는다. 유럽연합(EU)도 10%를 웃돈다. 이들 국가들은 철도운송분담률을 더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각의 주장대로 어쩌면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당장 멸망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역과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이들이 원하는 탄소중립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무역장벽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탄소중립은 이미 선택이 아니라 당위의 영역이다. 

언젠가는 수소차나 전기자율주행트럭이 화물을 옮길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고해도 교통사고와 지체와 정체 등을 감안하면 도로운송을 철도운송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물며 수소차나 전기트럭이 대량 보급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고, 화물연대  파업이 곧 물류대란이 되는 현실에서 철도물류산업법을 제정하고도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 정부라면 국민이 굳이 세금을 낼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의왕ICD 일대 위성사진 모습 [사진=구글맵]
의왕ICD 일대 위성사진 모습 [사진=구글맵]

정부, 1차 계획에서 중요했던 의왕ICD 활용계획 아직도 없어...3개월 내 점용계약 만료

심지어, 철도물류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는 의왕ICD(내륙컨테이너통관기지) 점용계약 만료가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인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토부는 아무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뉴스로드>와의 통화에서 "국토부, 입주 운송업체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조만간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차 계획에는 분명히 2021년까지 의왕ICD의 합리적 개발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적혀있다.

지금은 입주 업체들과 의미있는 조건을 협상하기에는 너무나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이 철도물류전문가의 지적이다.

구교훈 교수 [사진=뉴스로드]
구교훈 교수 [사진=뉴스로드]

구교훈(물류학박사)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부 겸임교수는 "입주한 업체들이 정부의 활용방안에 따라 이주 대책 등을 마련하려면 3개월은 너무 촉박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핑계로 코레일이나 국토부가 원하는 재계약 조건을 수용할 때 업체 입장을 최대한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구교훈 교수는 지난 2008년 코레일 물류사업본부 마케팅처장으로 근무하면서 철도물류수송량 4700만톤을 달성한 장본인이다. 

1차 계획에서 주목되는 점은 철도물류시설에 대한 투자계획이다. 지난해 수도권 물류의 핵심인 의왕ICD의 오봉역에서 발생한 인명사고와 관련해 구 교수는 '노후한 설비'를 지적하기도 했다. 

1차 계획은 화물역 거점화와 유효장 확장을 비롯해 중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철도물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같은 투자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수적인 예산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구 교수는 짚었다. 

1차 계획에 포함된 철도물류투자계획. 예산금액과 시기가 나와 있다. [자료=국토부]
1차 계획에 포함된 철도물류투자계획. 예산금액과 시기가 나와 있다. [자료=국토부]

아마도 기획재정부가 철도의 중요성을 간과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물류산업이 성장했는데, 정작 가장 유리한 입장이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철도물류는 침체일로를 걸었다. 

철도물류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는 점을 정부는, 특히 기재부는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국토부도 기재부를 더욱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물류경쟁력은 국가의 경제를 지속시키는 중요한 변수다. 이제는 빠르고 싸게 운송하는 것에서 탄소배출 없이 운송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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