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군協, 지난달 22일 주관사업자 공모 공지..."사전에 내정하고 입찰 진행" 의혹
- 육군協, 내부 갈등도 "어려울 때 K-방산 발전에 기여했는데...이제 와서"
- 법정 다툼 예고....디펜스엑스포 "영업권 침해, 로펌과 소송대리 계약 체결"

2022년 개최된 DX-KOREA 전시회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내외빈이 전시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디펜스엑스포]

내년에 개최 예정인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4(DX-KOREA 2024)' 개최가 혼란을 빚으면서 방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육군협회(회장 권오성 예.육군대장)가 그동안 전시회를 주관해 온 디펜스엑스포와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하고, 부당하게 이권을 취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존 전시회 주관사인 디펜스엑스포는 이에 대해 "10여년간 적자가 지속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디펜스엑스포에서 모든 인력과 예산을 투자해 지난해에 비로소 손익 분기점을 넘어서는 단계에 이르자 비영리단체인 육군협회가 예산이나 전문성도 없이 사업권을 가로채려하고 있다"며 소송 준비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박춘종 디펜스엑스포 대표는 "강력히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법무법인에 소송을 의뢰하고 지난 29일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은 지난 2014년 기존 행사 주관사인 디펜스엑스포가 사업비 전액을 투자해 시작했고, 전시산업발전법 22조에 근거해 2016년 국제인증을 획득한 브랜드 전시회로서 작년 기준 세계 7위 규모의 지상방산전시회다. 

▲육군協, 지난달 22일 주관사업자 공모 발표

육군협회는 지난달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DX-KOREA 2024의 주관사업자를 공모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지난해 기존 주관사업자인 디펜스엑스포와의 계약이 종료됐고, 내년 행사는 'KADEX2024(가칭)'로 명칭을 바꿔 새로운 주관사업자를 공모해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새 주관사업자 공모 일정은 다음달 11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하고, 18일 이에 대한 평가 및 발표를 거쳐 19일 신규 주관사업자에게 결과를 개별 통보하게 된다. 

육군協 내부 갈등도..."어려울 때, K-방산 발전에 기여했는데"

하지만, 육군협회 내부에서조차 이처럼 기존 주관사를 일방적으로 외면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지상무기를 중심으로 한 방산전시회는 지난해를 제외하면 줄곧 적자가 이어져왔고, 특히,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2020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 폴란드 수주 등 최근 K-방산이 올리고 있는 탁월한 성과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을 지낸 바 있는 김영후 육군협회 이사(예. 육군 중장, 전 병무청장)는 최근 <뉴스로드>와의 통화에서 "디펜스엑스포는 당초 별다른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며 지상무기전시회를 국제수준의 전시회로 성장시켰다"며 "그 동안 축적해온 방산전시회 경험과 노하우가 사장될 뿐 아니라, K 방산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외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환 현 육군참모총장은 지난해 12월 '방위산업전 주관기업인 디펜스엑스포가 국가 방위산업 진흥에 전력해 왔고 대한민국 무기체계의 우수성 홍보에 이바지했다'는 내용을 담아 디펜스엑스포에 감사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법정 다툼 예고....디펜스엑스포 "영업권 침해, 로펌과 소송대리 계약 체결"

그 동안 서로 협력하면서 DX-KOREA가 국제적인 전시회로 키워왔던 육군협회와 디펜스엑스포의 이번 다툼은 소송전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갈등은 지난해 2월 권오성 육군협회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박춘종 대표는 지난달 말 <뉴스로드>와의 통화에서 "이번 육군협회의 조치는 영업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지난달 말 법무법인에 소송을 의뢰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주요한 쟁점은 지난해 작성된 합의서와 부속서류에 표기된 계약기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지난해 전시회 이후 갈등이 불거지면서 합의서와 부속서류를 작성한 바 있다. 협회는 합의서를 근거로 지난해 계약이 종료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디펜스엑스포는 당초 화해를 목적으로 작성된 합의서는 구체성이 없고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부속서류에 따르면, 내년까지 계약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디펜스엑스포 관계자는 "육군협회와 합의 서명한 업무협약서 10조와 11조에 명기된 협약서의 효력 및 유효기간이 내년 12월31일까지로 돼있고, 협약해지를 위해서는 상호 서면합의에 의해서만 변경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육군협회는 비영리단체로서 사업예산은 물론 전시업무를 위한 전문조직도, 전시산업발전법에서 명시한 국제인증과 상표권도 갖고 있지 않다. 

"육군협회, 기부금 10억여원 받고도 사업성 확보되자 직접 사업 추진"

디펜스엑스포 측은 비영리 단체인 육군협회가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1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받아왔고, 사업성이 확인되자 직접 사업을 추진하려는 생각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2014년 사업 초기에 전시회 활성화를 위해 군의 협조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육군협회를 찾아가 기부금을 낼 테니 군의 협조 업무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작년까지 협회에 기부금으로 낸 금액만도 1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겨우 투자 대비 수익성이 보존될 만큼 사업이 성장하자 협회가 갑자기 이름만 바꿔 자신들이 직접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이견이 있으면 협상을 통해 해결하면 될 텐데 협회의 이같은 결정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예비역 군인들의 이권 카르텔...K-방산 수출 4강 진입에 걸림돌 될 수도"

방산업계에서는 육군협회의 이같은 행태가 윤석열정부의 세계 방산수출 4대 강국 진입 목표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K-방산이 급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권에만 몰두하는 예비역 군인단체의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얘기다. 

육군본부와 방위산업진흥회 등 관련단체에서는 "신규 전시회(KADEX 2024)에 국고보조 지원 대상 전시회 지정이나 후원기관으로 승인한 사실이 없고, 이는 전시산업발전법 제17조에 명시한 전시회의 국제화ㆍ대형화ㆍ전문화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전시회를 육성한다는 정부방침과도 다르다"고 목소리를 냈다. 

특정업체를 내정하고 입찰을 공지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비영리단체인 육군협회가 확보된 예산도 없이 육군본부와 국방부, 방사청과의 인맥을 앞세워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둔 입찰을 하는 것은 권오성 회장의 개인적인 오만과 독선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내년 행사를 위해 노력한 결과 여러 국가의 해당기관에서 협력을 요청받고 있다"며 "방산전시회 준비과정은 국가 간의 약속임과 동시에 사전 계약의 성격도 있다. 권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주관사에 대한 불법행위가 지속된다면 국가의 신뢰와 K-방산 수출 분위기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시업계, 회원사간 갈등과 분열 예상돼" 우려 표명

현재 상태라면 두개의 전시회가 같은 장소에서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전시업계는 이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서원익 한국전시주최자협회 회장은 “육군협회의 새로운 전시사업자 모집공고로 인해 회원사 간의 갈등과 분열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서원익 회장은 "내년에 같은 장소에서 방산전시회가 따로 개최된다면 해당 전시기획사 간의 갈등과 출혈이 뻔하다"면서 "전시회의 실제 주인공인 참가업체들의 전시 효과와 신뢰도 또한 크게 떨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2년에 한번 개최되는 전시회 특성상 지난 10년 동안 국내외적으로 브랜드가치와 인지도를 키워 온 'DX KOREA'를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전시회를 개최할 이유도 분명치 않다.

K-방산의 발전을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온 양측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자칫 '잘 나가는' K-방산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DX KOREA 2022에 참석한 해외 귀빈들 [사진=디펜스엑스포]
DX KOREA 2022에 참석한 해외 귀빈들 [사진=디펜스엑스포]

이에 대해 육군협회 측은 "디펜스엑스포와의 계약관계는 이미 종료됐고, 2024년 별도의 방산전시회 개최를 통해 이권을 부당하게 취득하려 한 사실이 없다" 또한 "KADEX 2024 전시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주관사업자를  공개입찰절차로 선정하고자 한 것이고, 해당 전시회에 디펜스엑스포도 공개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했다."라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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