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산비서관제 도입해 한미 RDP 서두를 때"

최근 신냉전 기류가 확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지역의 분쟁도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정세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새해들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다. 

<뉴스로드>는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보국훈장 천수장, 삼일장과 지난 1999년 대통령표창을 받은 바 있는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에게 설명절 연휴를 맞아 K-방산의 나갈 길을 물었다.

채우석 회장은 지속가능한 K-방산 성장을 위해 한미방산동맹을 강화와 이를 위해 RDP-MOU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편집자 주>>

채우석 방산학회장 [사진=뉴스로드]
채우석 방산학회장 [사진=뉴스로드]

▲K-방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말씀해달라

- 한미방산동맹으로 안보 강화하고 경제적 이익도 취해야

지난 70년간 유지해 온 한미동맹의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 한미 간에 유기적인 방산협력을 정책제도화하면 안보도 강화하고 양국이 호혜적인 경제 성과도 누릴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내 방산기업들이 미국 방산업계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개발에 참여하거나, 부품 및 구성품을 공급하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방산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국방예산은 연간 10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는 전세계 방산시장 규모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미국시장에서 통하는 방산제품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 만큼 성능을 인정받는다. 따라서 미국과 방산협업 체계가 구축되면 제3국 방산시장 공략이 훨씬 수월해진다.

한미 방산협력을 통해 미국의 방산시장과 글로벌 방산시장 점유를 확대한다면, 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적 실익도 취할 수 있고, 국방을 넘어 산업적 관점에서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가 위상이 제고되는 등 많은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올해는 수십조 규모의 미 공군과 해군의 훈련기 도입 사업의 수주 성패가 결정된다. 따라서 정부와 방산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보다 굳건히 하기 위해 방산동맹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셨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 한미 RDP협약 체결에 정부와 방산업계 역량 결집해야

무엇보다도 한미상호국방조달(RDP) 협약을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 이는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바 있던 사안이다. 

RDP-MOU는 군사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라고 할 수 있다. 과거 한미FTA 체결 당시 군사분야는 제외했기 때문에 아직 한미 간에는 높은 무역장벽이 있는 셈이다. 

한편 미국은 이미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세계 28개 동맹국들과 RDP-MOU를 체결했고, 이를 통해 상호 공급망 협력과 방산교역 확대, 첨단 군사기술과 무기체계의 공동개발·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F-35 20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F-35의 정비와 보수를 우리가 직접 하기 위해서는 RDP협약 체결이 최우선 과제다. 현재는 한미RDP협약이 체결되지 않아 일본 오키나와 공군기지에 보내서 정비를 받아야 한다. 

또 올해는 미 공군과 해군의 훈련기(T-50) 도입사업이 결정된다. 만일 RDP협약이 체결되지 못하면 막대한 관세 부과 등 많은 장애물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실상 수주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K-방산이 퀀텀점프를 할 수 있느냐 아니면 다른 기회를 노려야 하느냐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어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만일 한미RDP-MOU가 체결되면 한미동맹은 기존의 군사안보동맹을 넘어 방위산업과 군사기술동맹으로 한단계 올라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방산 공급망의 안정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또한 미국 방산 생태계의 핵심 소재, 부품, 장비 생산 기업들이 최근 자국과 우방국 기업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어 경쟁력 있는 국내 방산기업들이 미국 방산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특히, 미국 방산 공급망의 취약 분야인 초소형 반도체, 고성능 이차전지, 5G 이상의 통신체계, 광전자기 분야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미 방산시장 참여 기회가 만들어진다. 

더 나아가 바이오, 우주, 양자컴퓨팅 등 미래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내기업들이 미국 방산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방산동맹은 상호간 경제적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업적 강점에서 한국이 더 우수한 분야가 있고, 미국이 앞서 있는 부분이 있다.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고 협력해 활용할 수 있다면 상호간에 더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현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에게 커다란 기회가 온 것으로 확신하며 이 기회를 반드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구체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함께 민간차원에서도 방산 공급망으로 탄탄하게 엮어 갈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도 중요할 것 같은데, 추진 동력을 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해달라

- 방산비서관제 도입해야... 군통수권자 의지가 K-방산 성패 가를 수 있어

무엇보다도 방산비서관제 도입이 필요하다. 한미 RDP-MOU는 국방을 넘어서 산업, 기술, 보안 등을 포괄하는 사안이고, 외교부도 많은 부분에서 관여가 될 수 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의지가 한미 RDP-MOU체결의 열쇠이자 한미방산동맹의 추진동력이다. 

따라서, 방산을 전담하는 컨트롤 타워로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이 필요하다. 

이는 이전부터 거론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 방위산업의 유일한 소비자는 정부와 군이다. 그런 이유로 방산기업들은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기껏 개발한 훌륭한 무기체계도 이런 저런 규정때문에 전력화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어렵고 힘든 사정도 묵살당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소통은 커녕 방산비리라는 프레임때문에 방산기업이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자고 지난 수년간 방산담당관제 등을 운영했지만, 실제 성과를 살펴보면 아쉽기만 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방산을 전담하는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제가 도입돼야 한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지형이 급변하고 있고 군사적 긴장이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근본적으로 세계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신냉전 기류의 확산은 피하기 어려운 문제다. 국방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우리 의사와는 상관없이 희생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또한, 미래 국방 차원에서도 현재의 초저출산 상황에서 방산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병력 자원이 급감하는데 더 강력한 무기체계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무기체계가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무인시스템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런 기술 경쟁에서는 한번 뒤쳐지면 따라잡기 힘들다.

방산분야에서도 4차산업혁명과 항공우주산업의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과기정통부와 국방부, 산업부, 기획재정부, 방위사업청, 군(軍)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졌고,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역사상 가장 강대한 시기를 맞이했다. 특히, 미국은 전략적으로 대한민국을 중요한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다. 이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동북아시아의 린치핀(LINCHPIN, 핵심동반자)에서 핵심역할자(KEY-PLAYER)로 위상을 높일 때다. 

그 첫걸음이 한미방산동맹을 바탕으로 한 한미동맹의 공고화다. 국제정치나 미국내 선거 등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한미관계는 방위산업협력에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육사 28기 출신으로 예비역 육군 준장이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방부연구개발관, 조달본부 외자부장, 조달본부(옛. 방위사업청) 차장을 지냈다. 성균관대, 고려대, 전북대, 건국대 초빙교수직을 맡아 후학을 양성했다. 

방산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보국훈장 천수장과 삼일장을 수훈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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