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환보증 규모 2013년 765억에서 2023년 71.3조로 1000배 늘며 전세사기에 악용
- 경실련 “임대인 의무가입·공공 매수권 도입해야”

경실련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경실련]
경실련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경실련]

전세 보증금을 지켜주기 위해 도입된 ‘반환보증’이 10년 만에 1000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분별한 확대와 허술한 제도로 인해 전세사기의 도구로 악용되고, 보증금 미회수액만 7조원을 넘어서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1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반환보증 가입 실적은 지난 2013년 765억원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71조3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작년에도 6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도입 첫해 대비 약 1000배 늘어난 수치다.

[표=경실련]
[표=경실련]

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실적 급증에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 컸다"며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2015년 미분양 주택에 한정됐던 반환보증 가입 대상을 모든 임대주택으로 확대했고, 2017년에는 보증 담보인정비율을 100%로 높여 임대인이 현금 한 푼 없이도 세입자 보증금 전액을 보증받을 수 있도록 했다.이 조치는 집값 상승기에도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을 부추겼고, HUG의 대위변제액도 급격히 늘어났다. 2013~2024년 대위변제액은 9조8000억원, 이 중 수도권에서만 8조7000억원(89%)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주택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이 대위변제액 4조7000억원, 미회수율 82%로 피해의 핵심이었다. 아파트는 대위변제 발생률이 1%로 낮았으나, 규격화되지 않은 다세대·오피스텔은 시세 파악이 어려워 전세사기의 온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표=경실련]
[표=경실련]

경실련은 HUG의 부실한 감정평가 관리도 문제로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보증 신청 시 제출한 감정평가서의 조작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면서 "HUG는 국토부에만 16차례 보증한도 조정을 요청했으나, 정부가 이를 외면하면서 뒤늦게 담보비율을 90%로 낮췄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제도는 무주택 서민에게 여전히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처럼 임차인에게만 위험이 전가되는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이를 위해 △임대인의 반환보증 의무가입과 담보인정비율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적용 △보증금 미반환 주택에 대한 공공 우선 매수권 도입 등을 제안했다.

조 위원장은 “전세제도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 반환보증과 전세대출을 무분별하게 확대한 정부 책임이 크다”며 “집값을 부추기는 개발정책 대신 임차인이 안심할 수 있는 전세제도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반환보증 제도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설계됐지만, 현재 임차인이 보증료를 내고 가입하는 구조로만 운영되며 이중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도입 초기에는 임대인용 상품도 있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조 위원장은 “전세사기를 방지하고 임차인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임대차 시장의 공적 관리와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며 “임차인들이 안심하고 전세를 살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질 때까지 감시와 제언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