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은, 한전·HMM 등 보유 지분 가치 하락에 '눈덩이 적자' 불가피
- HMM, 급락하는 해상운임에 실적 전망 어두워...조기 매각론 부각
- 해수부, 조기매각 환영하지 않지만 해진공 지분 11.6%에 불과해 영향력에는 의문

강석훈 산은회장 [사진=연합뉴스]
강석훈 산은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조원대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라는 기록적인 호실적을 거둔 HMM(대표이사 김경배)이 조기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HMM의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회장 강석훈)이 HMM은 물론, 최대주주로 있는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의 실적 악화와 주가하락이 겹치면서 재무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자금 조달 금리가 높아져 또 다른 경영실적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재무구조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HMM 지분을 조기에 매각하는 방안이 사실상 유일하고도 유력한 대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보유한 2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조기 상환 의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관측됐다. 

산은, 2021년 CB전환 통해 1.8조원 벌었지만 이후 주가하락으로 손실 확대

산은은 앞서 지난 2021년 만기가 돌아온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해 1조8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이에 따른 주식가치 하락과 같은 해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의 연이은 주식전환으로 주가가 반토막 이하로 추가 급락하면서 지난해에는 이익규모가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32.9%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전력공사 마저 지난해 33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산은의 재무구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 상황을 방치하면 최악의 경우 산은의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등급 악화에 따른 금리 상승은 자칫 산은의 '눈덩이 적자'를 초래할 뿐 아니라, 산은의 자금 지원을 받는 기업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시각이다. 

▲"HMM, 올해는 실적 감소 전망 우세...매각 서둘러야"

HMM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교훈(물류학박사) 배화여대 겸임교수는 "지난 주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946.68로 전주 대비 27.98포인트 하락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5109.6을 찍었던 지난해 초 이후 국제경기 불황으로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해운회사들이 발주한 선박들이 인도되면서 선복량은 증가한 영향으로 당분간 해상운임은 하락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구교훈 교수는 "따라서 올해 해운 업체들의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실적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산은이 지난해에 HMM 매각을 서둘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 고위 임원은 27일 뉴스로드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HMM의 실적 전망이 좋았을 때 매각을 서둘렀어야 했는데, 정권교체와 맞물려 실기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이라도 산은과 해양수산부가 민간 매각을 공식화한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해수부는 조기 매각을 원하는 산은과는 다른 입장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승환 해수부장관이 조기 매각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HMM과 해양진흥공사 지분 구조 [자료=뉴스로드]
HMM과 해양진흥공사 지분 구조 [자료=뉴스로드]

다만, 산은이 HMM의 최대주주이고, 2대주주인 해양진흥공사의 지분도 사실상 가장 많이 가졌기 때문에 강석훈 산은회장의 입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HMM의 2대주주인 해진공은 기획재정부 41.6%, 산은 22.3%, 한국수출입은행 18.8%에 이어 해수부는 11.55%의 지분을 보유한 4대주주다. 
산은 지분의 91.13%를 기재부가 가진 만큼, 산은의 입장이 기재부의 입장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 금융업계 관계자의 견해다. 

▲ "산은, 2조6800억원 규모 CB·BW 조기상환 의지 밝혀야"

산은이 HMM 매각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2조6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조기상환 의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CB와 BW는 주당 5000원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어, 사실상 보유한 지분을 모두 매각하더라도 산은과 해진공이 오는 10월 이후 HMM이 조기 상환을 요청할 때 이를 지분으로 전환하면 인수업체는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는 지금까지의 경이적인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HMM의 주가가 하락한 가장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구교훈 교수는 "HMM(구. 현대상선)을 지원해 회생시킨다는 정부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된 만큼, 이제는 공적자금 회수와 민간매각을 서둘러야 한다"며 "국제해운업계가 전례없는 실적을 달성한 만큼 미래경쟁력을 위한 투자가 향후 해운업계의 성패를 결정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공공이 아닌 민간의 영역에서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