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이사 쪼개기 이후 이어지는 인명사고... 편법과 꼼수 대신 모범 보여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611건, 644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인 2021년에 비해 사고 건수는 8.1%(54건) 줄고 사망자는 5.7%(39명)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재해사고에 대한 사주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안전에 대한 투자는 아쉬운 점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비앤지스틸, '무재해·안전일터' 선언했지만 오너의 진정한 사과와 실질적인 안전 대책은?

현대비앤지스틸 노사가 지난 13일 무재해 공동 선언후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현대비앤지스틸]
현대비앤지스틸 노사가 지난 13일 무재해 공동 선언후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현대비앤지스틸]

현대비앤지스틸(대표 정일선, 이선우)은 지난 13일 경남 창원 본사에서 무재해·안전일터 조성을 위한 노사 공동 선언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선우 현대비앤지스틸 안전담당 대표이사, 조재승 금속노조 현대비앤지스틸 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노사 공동 선언문에는 안전문화 내재화를 통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공동 노력, 안전 관련 투자 및 중대재해 발생 예방 노력 지속, 안전한 사업장 조성을 위한 노사 간 소통과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 외부 전경 [사진=현대비앤지스틸 홈페이지]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 외부 전경 [사진=현대비앤지스틸 홈페이지]

하지만,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에서는 지난해 9월과 10월, 지난 7월까지 10여개월 동안 3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이 공장은 상시근로자가 40명이 넘는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기업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사망사고 후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광역중대재해수사과)의 수사를 받고 있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경남지역에서 중대재해 수사는 시작 후 통상 3개월이면 검찰로 송치가 됐었다는 점에서, 1년째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함안 한국제강과 만덕건설, 고성 삼강에스앤씨 등 경남도내 기업들은 대개 2~4개월 안팎에 검찰에 송치됐다. 

여기에 실제 경영권자로 볼 수 있는 정일선 대표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고, 안전대책도 구체적인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대재해법의 입법 취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 대표는 수년 전 수행기사 갑질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서는 공식 사과를 한 적이 있다. 

실제 경영권자로 여겨지는 그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인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사장의 아들이다. 

순환출자구조인 현대차그룹에 속한 현대비앤지스틸은 현대제철(대표 안동일)이 41.12%(우선주 1.55% 별도)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중대재해법상 사업장에서 사망자 1명 이상이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 법 위반으로 보고 책임을 묻는다. 창원공장의 경우 10개월 동안 무려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검찰 기소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지난해 2건과 지난 7월 중대재해 사건을 포함해 한꺼번에 처리하기로 했다"며 "곧 사건을 마무리 짓고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일선 대표 [사진=연합]
정일선 대표 [사진=연합]

대표이사 쪼개기 이후 이어지는 인명사고... 편법과 꼼수 대신 모범 보여야

그런데,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정 대표가 기소 대상이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앞서 지난해 3월29일 이사회를 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바꾸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직무를 이선우 신임 대표에게 맡겼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1월27일 이후 약 2개월만으로 이른 바 '바지사장'을 내세운 '대표이사 쪼개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애초 중대재해법의 입법 목적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전에는 2008년 이후 줄곧 정일선 대표이사 단독 체제였다. 

당초 전신이었던 삼미특수강이 1997년 부도 처리된 뒤 2001년 현대제철에 인수돼 현대차그룹에 편입되면서 정 대표는 대표이사 상무를 맡았던 것까지 감안하면 정대표는 사실상 오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자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꼼수를 동원한 기업이 현대비앤지스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대 정주영 회장은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거인이고,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2위의 기업집단이다. 

정 대표는 창업주 가문의 일원이자 책임있는 기업인으로서 마땅히 모범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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