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영인 회장, 1년전 '안전경영투자' 1000억원 약속 여태 안 지켜
- 시민단체 "노동부, 근로감독 소홀 책임" 지적... 노동부 "작년 SPC계열사 52개 사업장 기획감독...지난달 샤니 전체 사업장 감독"
- 수원지검, 지난달 25일 강동석 대표 등 4명 불구속 기소

허영인 SPC회장 [사진=SPC]
허영인 SPC회장 [사진=SPC]

지난해 10월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의 책임자 4명이 지난달 25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관련해 강동석 SPL 대표이사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지만, SPL의 모회사인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에는 안전보건 의무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고 판단해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그런데, 지난 4년간 SPC 공장에서 빵을 굽다 죽거나 다쳐 산재 승인을 받은 건수가 무려 759명에 이른다.

이쯤되면 '목숨 바쳐 빵을 굽냐'는 질타를 받아도 할말이 없을 정도다.

강동석 대표가 구속되고 허영인 회장은 1년전에 대국민사과와 1000억원의 안전분야투자를 약속했지만, 최근까지도 SPC공장에서는 근로자들의 산재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8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샤니 제빵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반죽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틀 뒤 숨졌다.

경찰은 근로자 사망일 다음날 이 공장을 압수수색했다. 이 공장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12일에도 손가락 절단과 골절 사고가 일어나 같은 공장에서만 1년간 세 차례나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SPL 직원 A(50대)씨가 내부 직원 식당 근처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직원들의 응급조치 후 사내 자체 절차로 평택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가 다행히 상태를 회복한 A씨는 정밀 검사 및 쓰러지는 과정에서 턱 등 신체 부상을 입어 추가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A씨가 쓰러진 원인이 올해 주·야 12시간 맞교대 생산라인으로 옮긴 뒤 누적된 과로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이 생산 라인은 오전 8시, 오후 8시를 기준으로 12시간 교대로 맞물려 운영되면서도, 주말 휴일이 보장되지 않고 직전 주에 차주 평일까지 포함한 이틀을 지정해 쉬도록 운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 "허 회장, 1000억원 투자한다더니"

지난달 31일에는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시민단체인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경기운동본부'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년간 SPC 그룹에서 산재사고로 다친 노동자만 568명”이라며 “지난달 10일 발생한 성남 샤니 제빵공장 사망사고 이전인 4월, 5월, 6월에도 산재사고가 연속적으로 발생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SPL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산재사망 사고로 허 회장은 안전분야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투자와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연속적으로 중대재해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허 회장이 약속한 1000억원 규모의 안전 분야 투자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SPC측에서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실천 내용을 밝힌 바 없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노동부가 근로감독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는 조사보고서를 작성해 노동부에 제출한다. 성남 샤니공장도 4월부터 산재사고 발생 사실을 매월 보고했을 것”이라면서 “노동부가 주도적으로 근로감독을 했더라면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SPC그룹 회장에 대한 조사와 기소,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보고서 공개를 요구한다”면서 “탁상행정이 아닌 공개적인 검증으로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회사는 조사보고서를 작성해 노동부에 제출한다. 성남 샤니공장도 4월부터 산재사고 발생 사실을 매월 보고했을 것”이라면서 “노동부가 주도적으로 근로감독을 했더라면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작년 SPC계열사 52개 사업장 기획감독...지난달 샤니 전체 사업장 감독"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작년 10월15일 SPL 끼임 사망사고 발생 직후 ‘22.10~12월 이번 사망사고가 발생한 ㈜샤니 성남공장을 포함한 SPC그룹 계열사 52개 사업장에 대한 기획감독을 실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샤니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이후 ㈜샤니 전체 사업장(성남·대구공장)에 대한 기획감독도 지난달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수원지검, 지난달 25일 강동석 대표 등 4명 불구속 기소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 김윤정)는 지난달 25일 지난해 10월 15일 경기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A씨는 샌드위치 소스 혼합기에 원료를 넣어 배합하는 작업을 하던 중 몸이 기계 안에 빠져 숨진 사고의 책임을 물어 강동석 대표, 공장장 그리고 중간 책임자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SPC 제빵공장은 상시 근로자 1135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양벌조항에 따라 SPL 법인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노동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 권한이 있는 경기고용노동지청도 같은 달 강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들 중 A씨와 함께 근무하던 생산직 노동자 1명을 제외하고 강 대표 등 간부급 4명과 SPL 법인이 A씨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회사와 강 대표가 지난해 2월과 8월을 포함해 최근 3년간 12건의 끼임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관리감독자를 형식적으로만 지정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에게는 공장장 등 3명의 공장 관계자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또한 노동자가 2인 1조로 근무해야 함에도 혼자 근무하게 하고 2013년부터 덮개 개방 시 기계를 자동으로 정지시키는 인터록 설비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도 기소 사유에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재해 발생 이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라며 “경영책임자가 규정만 만들고 형식적인 절차 이행에 그치는 경우도 형사 처벌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허영인 회장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계열사만 십여개”라며 “실제 사업에 관여를 해야 경영 책임자로 인정할 수 있는데 허 회장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동부 '중대재해 감축 긴급 안전보건교육' 실시...뒷북?

노동부는 지난 4일 "오늘부터 22일까지 3주간 전국 48개 지방관서별로 일제히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보건 담당자 및 건설업 현장소장 등을 대상으로 ‘중대재해 감축 긴급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고도 제대로 법이 적용돼 처벌이 이뤄진 경우가 드물어 사실상 법률을 무력화한 채, 뒷북만 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노동부는 이날 "정부는 올해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추진 원년의 해’로 삼고, 중대재해의 획기적인 감축을 위해 여러 정책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중대재해가 증가하고 있어 현장의 안전보건을 책임지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보건 담당자, 건설 현장소장 등의 경각심을 높이고자 이번 교육일정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중대재해 증가를 인정한 셈이다. 

여러 정책적 노력을 펼치기에 앞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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