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산은·해진공 CB 전환으로 1.9조원 피해 입어...해진공만 3339억원 이익
- 소액투자자 손실액 약 10조원..."HMM, 3년 연속 사상최대 수익 냈는데"
- 윤석열 대선 승리에 반짝 반등... 소액주주들, '공정과 상식'에 호소도
- 소액주주들, 산은 이동걸·강석훈 회장·김양수 해진공 사장 등 '배임'으로 고발

이동걸 전 한국산업은행 회장의 '배임론'은 정부의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당초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힘을 보탰던 정용석 전 산은 부회장을 쫓아내고, 초대형선박 20척 발주를 뒤집으려 했던 산은이 '이익의 기회를 포기하면 배임'이라며 당초 해운재건 계획에 없던 HMM(대표이사 김경배)의 지분을 늘렸고, 이로써 정부가 막대한 손실을 입는 단초가 마련됐다. 

<뉴스로드>는 HMM에 얽혀있는 해운카르텔의 실체를 밝혀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정부기관별 HMM 주식 보유 현황과 18일 종가 기준 주식평가액 변동 추이 [자료=뉴스로드]
정부기관별 HMM 주식 보유 현황과 18일 종가 기준 주식평가액 변동 추이 [자료=뉴스로드]

▲정부, 산은·해진공 CB 전환으로 1.9조원 피해 입어...해진공만 3339억원 이익

이동걸 전 회장은 지난 2021년 6월14일 만기가 도래한 전환사채(CB) 3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전 회장은 "이익의 기회가 있는데, 이를 포기하면 배임"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이 정책목표보다 이익을 앞세운 것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남아있던 3조2800억원 규모의 영구채(CB·BW)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막대한 정부 손실을 초래하게 됐다. 

18일 종가(주당 16870원) 기준 HMM 주가 하락에 따른 정부의 총 손실은 1조9329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의 보유주식수가 가변적이어서 지난 2021년 6월말 보유 주식수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

CB전환 이전에는 신용보증기금과 국민연금공단은 정부 보유 HMM 주식 약 7967만주 중 4583만여주를 보유해 과반을 훌쩍 넘었고, 산은의 CB 전환 발표 이전인 2021년 6월초 시총 약 20조원에서 2조3000억원 정도를 차지했다. 

신용보증기금은 보유주식수에 변동이 없지만, 국민연금은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만일 국민연금 보유주식수가 같다고 가정하면 18일 종가 기준 두 기관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각각 4138억원, 3593억원으로 합산하면 7731억원에 불과하다. 약 1조5700억원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여기에 당사자인 산은도 주가하락으로 698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해진공만 3339억원의 차익을 기록하고 있다. 

2021년 6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HMM의 누적영업이익은 무려 15조원에 달하는데, 주가는 3분의 1로 곤두박질 쳤고, 정부는 1조9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소액투자자 손실액 약 10조원..."HMM, 3년 연속 사상최대 수익 냈는데"

같은 기간 산은과 해진공의 CB와 영구채 주식전환으로 소액주주들은 10조원 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산은의 CB 전환 이전인 2021년 6월 초 HMM의 시총은 약 20조원이었고, 정부는 여기에서 약 5조1600억원의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 지분이 절반으로 늘어나면서 시총이 8조원 규모로 줄어들어 비정부 투자자들의 주식평가액은 약 15조원에서 4조원대로 쪼그라들어 11조원의 손실을 봤다. 18일 기준 외국인들은 시총의 11.7%인 1조원 정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3조원 정도의 주식을 보유한 셈이다. 비정부투자자 평가액 15조원에서 외인을 제하더라도 소액주주들은 10조원 가량 손해를 봤다. 

이 기간 중 HMM은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갱신하며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고, 작년에는 국내 기업중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HMM의 주가 변동 추이 2021년 5월 5만원에서 산은과 해진공의 CB전환으로 주가 하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으나, 이후 기대감 소멸로 추가 하락 [자료=네이버 금융/뉴스로드]
HMM의 주가 변동 추이 2021년 5월 5만원에서 산은과 해진공의 CB전환으로 주가 하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으나, 이후 기대감 소멸로 추가 하락 [자료=네이버 금융/뉴스로드]

윤석열 후보 대선 승리에 반짝 반등... 소액주주들, '공정과 상식'에 호소도

HMM 주가는 작년 3월9일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뒤 이틀 후 3만3000원, 5월10일 취임 이후 최고 3만3750원까지 반등을 하기도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공정과 상식'을 약속했고, 취임식에서 '자유'와 '헌법수호'를 강조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호양회 멤버인 조승환 장관이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됐고, 같은 호양회 출신의 김양수 해진공 사장이 굳건한 위치를 지키게 되면서 '해운카르텔'은 공고해졌고, 주가는 다시 반토막이 나게 됐다. 

지난 3일 조선일보 1면에 게재된 HMM소액주주들의 호소문 [사진=조선일보]
지난 3일 조선일보 1면에 게재된 HMM소액주주들의 호소문 [사진=조선일보]

이같은 이유로 HMM 소액주주들은 지난 3일 조선일보 1면에 "산은과 해진공의 불공정과 몰상식을 막아달라"며 윤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게재했다. 

2021년 10월27일 CB 전환 규정을 개정한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는 주무부서이면서도 신용보증기금의 막대한 손실에 대해 모른 척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산은 지분의 100%, 해진공 지분의 97.8%를 갖고 있다. 이들의 최대주주는 기획재정부(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다. 그런데 국민연금을 포함해 2조원에 달하는 정부 손실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나유신 변호사(왼쪽)와 이준락 HMM소액주주가 남부지검 금융범죄중점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나유신 변호사(왼쪽)와 이준락 HMM소액주주가 남부지검 금융범죄중점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소액주주들, 이동걸 전 회장·강석훈 회장·김양수 사장 '배임'혐의로 고발

최근 산은이 HMM 매각과 관련해 2조6800억원 규모의 잔여 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HMM 주가는 추가 하락했다. 

HMM 소액주주들은 결국 지난 15일 서울 남부지검 금융범죄중점검찰청에 이동걸 전 산은회장과 강석훈 산은회장, 김양수 해진공 사장 등 3명을 형사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법률 대리를 맡은 나유신 변호사는 이날 "금융위원회가 지난 2021년 10월 27일 개정한 전환사채(CB) 규정에 따르면 이들 공적 기관의 CB전환은 당초 설립 취지와 지원 목적에 반해 배임을 다툴 여지가 있다. 또한 정부와 산은도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이후 시가총액이 크게 감소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준락 HMM소액주주 소송대표는 "산은과 해진공의 몰상식하고도 불공정한 정책으로 HMM 48만 소액주주들은 가정과 삶이 무너졌으며 이젠 금기어인 죽음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고 있다"며 "언론과 국민들이 함께 살펴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산은과 해진공의 눈높이에서 국책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가의 눈높이가 아니라 산은과 해진공의 이해만을 따져 '배임'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이라도 기재부와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의사결정을 주도하지 않으면 정부의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만일 기재부와 금융위가 이같은 상황을 방치해 정부가 손해를 본다면 '배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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