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기자協 "새우가 고래 삼키는 매각 반대...제대로 된 주인 찾아야"
- 잘못 끼운 첫 단추 'CB 전환과 배임론'
- 현대차·포스코 등 적격 업체 있지만... 문제는 '잔여 CB'
- 尹정부, '자유시장경제' 표방했지만 '이권카르텔' 극복해야

정부가 HMM(대표이사 김경배) 지분 매각에 나섰지만, 매각 과정이 순조롭지 않다.

지난 정부의 '배임론'이 낳은 결과다. 공정과 상식에 맞는 로드맵을 새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로드>는 HMM에 얽혀있는 이권카르텔의 실체를 밝혀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HMM의 첫번째 2만4000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진수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축사하는 모습 [사진=해운협회]
HMM의 첫번째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진수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축사하는 모습 [사진=해운협회]

▲해양기자協 "새우가 고래 삼키는 매각 반대...제대로 된 주인 찾아야"

한국해양기자협회는 지난달 28일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HMM 매각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매각에 급급하기 보다는 HMM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시간이 늦춰지더라도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HMM의 자산규모 26조원인 반면 하림은 17조원, LX는 11조원, 동원은 9조원에 불과하다. HMM의 6월말 기준 자본금은 21조원이고, 보유 현금성 자산은 최근 환율 인상 등으로 14조원에 달한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매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해운업계도 탄소중립을 위한 신규투자가 필요하고, 국내 수출물량의 99.7%가 해운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HMM 매각은 국가경제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봐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20년 항공과 해운산업 지원을 위해 한국산업은행법 시형령을 개정해 40조원 규모의 기간간업안정을 조성했다. 그 만큼 항공과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난해 11월1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조찬 세미나에서 "HMM을 공공이 영위하는 것은 안된다. 하지만 국민세금으로 살아난 회사인데 회사내 보유현금이 많으니 이를 보고 탐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HMM에게 보유현금을 터미널이나 선박 등의 투자로 빨리 소진하라고 하고 있다.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절대 매각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보유현금을 탐내는 기업에게 팔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이 현재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들을 적격업체로 분류한 것은 영구전환사채(CB·BW) 때문으로 보인다.  

잘못 끼운 첫 단추 'CB 전환과 배임론'

산은이 CB전환을 결정한 데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지급준비율을 맞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32.9%의 지분을 가진 한국전력공사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주가가 하락해 지분 평가 손실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HMM도 이동걸 전 산은회장이 지난 2021년 6월 '이익의 기회가 있는데 이를 포기하면 배임'이라며 3000억원 규모의 만기도래 CB를 지분으로 전환하면서 주가가 하락해 오히려 큰 손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방문규(현 산업통상부 장관) 당시 수출입은행장은 그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 CB전환과 관련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배임 여부' 질의에 대해 “국책은행은 수익률을 목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산은 노조와 일부 직원들은 줄곧 부산 이전과 관련해 '국책은행'이라며 거부하고 있지만, HMM CB 전환과 관련한 일련의 의사결정에서는 이같은 '국책은행'으로서의 자격을 찾아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동걸 전 회장의 '배임론'은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가 같은 해 6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빌미를 제공했고, 산은은 최대 피해자가 됐다. 

당시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는 이같은 'CB 전환'을 '불건전한 행위'로 규정하고, 법령 개정했으면서도 정작 또 다른 피해자인 신용보증기금의 주무부서로서 아무런 조치 없이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또한, 산은과 해양진흥공사의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또 다른 피해자인 국민연금공단의 피해를 방관하고 있다. 

이동걸 전 회장 외에는 아무도 '배임론'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산은과 해진공은 'CB 전환'은 잘못 끼운 첫 단추 때문인지 뚜렷한 명분 없이 CB를 전환해 정부와 국민들의 피해를 확대시키고 있다. 

더구나, 조승환 장관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민영화를 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고도 오히려 HMM 지분을 늘리겠다는 산은과 해진공의 입장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엄기두 전 해수부 차관이 해진공의 CB 전환 직후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CB를 모두 전환하면 인수금액이 너무 커져 주인을 찾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던 것과도 어긋난다.

해양진흥공사는 오는 2030년까지 자산규모를 20조원으로 불리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사진=해진공]

산은과 해진공이 CB를 조기 상환받으면 주가가 정상화되고 이에 따라 산은을 포함한 모든 HMM 주주들의 손실을 회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HMM 매각도 본격 궤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포스코 등 적격 업체 있지만... 문제는 '잔여 CB'

HMM은 공정자산 순위 19위에 올라 있다. 

운임지출 비중 등을 기준으로 HMM을 품을 만한 국내기업은 자산 약 270조원의 현대차그룹, 132조원의 포스코그룹이 유력하고, 83조원의 한화그룹과 81조원의 HD현대그룹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많게는 해마다 수조원의 운임을 지불하는 등 물류비용이 막대하고, 해운의 전·후방 산업을 핵심업종으로 영위하는 기업들이다. 

尹정부, '자유시장경제' 표방했지만 '이권카르텔' 극복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줄곧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해왔고, '이권카르텔을 깨부수라'고 했다. 

이는 기간산업분야의 기업이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지적이다. 

예를 들어, 1920년 제정된 미국의 존스 액트(존스 법)는 '미국 내 운항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75% 이상)하고 미국인이 선원(75% 이상)인 선박으로만 가능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당초 이 법의 취지는 전시에 선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었다. 국가 안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WTO에서도 예외가 됐다.

하지만 국가 안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존스 액트는 오히려 미국의 안보·고용 역량을 저하시켰다. 경쟁이 사라지자 경쟁력이 급감했고, 국제경쟁력이 사라진 미국 조선업은 사실상 군용선박만을 건조하게 됐다. 

미국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에 따르면 존스 액트에 의해 인증된 선박은 1980년 257척에서 지난해 93척으로 급감했다.

특히 국경이 없는 원양해운업은 치열한 국제경쟁을 피할 수 없다. 

수출과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물류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다. 

경쟁력을 확보하고 강화하려면 인력과 자본이 투자돼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은 물론, OECD 국가 중에서 교통물류부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국토부와 해양부가 분리된 나라도 우리나라 뿐이다. 농림축산과 수산이 따로인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당시 비리와 불법으로 얼룩졌던 해수부를 해체해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부 체제로 변경했다. 

해운산업은 탄소배출과 선원 부족, 신냉전에 따른 공급망 변화 등으로 크고 커다란 위기와 새로운 기회가 닥쳐오고 있다.

과감한 투자와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HMM을 민간이 경영해야 하는 이유이며, 정부는 보유 지분을 민간에 순조롭게 이양해 경영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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