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비대위, 세대교체 의지 명확

왼쪽부터 서병수, 김기현, 이채익, 조해진 의원.
왼쪽부터 서병수, 김기현, 이채익, 조해진 의원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중진 의원들과 오는 1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 예정인 오찬 간담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간담회 취지는 총선 승리를 위한 당 중진들의 의견을 모은다는 것이지만 앞서 지난 2일 한 위원장이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우리 당의 자산과 보배들에게 필요한 헌신을 요구하겠다"고 말한 만큼 물갈이에 대한 얘기가 오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일단 이날 모임에서 3선의원은 제외됐다. 4선 참석 대상은 권성동·권영세·김기현·김학용·박진·윤상현·이명수·홍문표 의원, 5선은 김영선·서병수·정우택·정진석·조경태·주호영 의원이다.

한 위원장은 앞서 비대위를 ‘40대·비정치인·수도권’을 주축으로 구성했다.

정가 관계자는 "당내에 영남권을 중심으로 '좀비 중진의원'들이 너무 많다는 시각이 있다"며 "(한 위원장이) 2030세대의 젊은 비대위원을 앞세운 것은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중진들을 많이 바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PK 중진들의 경우 국민의힘 지도부에 윤재옥 원내대표가 있는 TK와 달리 PK 라인이 사실상 전무, 당 핵심부에 입장을 전달한 통로조차 마땅찮은 상황이다.

게다가 개인별로 약점이 다 있어 공천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부산에선 5선에 최고령인 서병수(진갑)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선수에 맞는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동생인 서범수(울산 울주) 의원과 '형제 공천'을 받은 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대체 21대 공천관리위원회와 무슨 관계였기에 형제가 동시에 공천을 받았느냐는 것이다.

같은 5선의 조경태(사하을) 의원은 21대 국회 내내 비주류로 머물면서 당내 기반이 약해졌다.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둔 당내 도전자들이 몰린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공천의 관건은 민주당이 화력을 집중하는 낙동강벨트에서 지역구를 지켜낼 만한 '대체 후보'가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3선의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국토위원장, 국방위원장 등을 맡았지만 중앙에서는 "그런 의원도 있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같은 3선으로 옆동네인 사상의 장제원 의원이 여권 실세로 떵떵거린 것과 정반대되는 유형으로, 지역구민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3선인 김도읍(북강서을) 의원은 중앙에서의 인지도는 높지만 그가 지향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애매모호하고, 아직도 검사 티를 벗지 못했다는 이미지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울산의 김기현(남을) 의원은 22대 공천에서 '흑역사'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누구보다 높다. 당 대표 사퇴 과정에서 총선 불출마를 권고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요구를 끝내 거부하자 윤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와 친밀하게 지내려고 애를 쓰던 PK 의원들이 썰물처럼 사라졌다는 후문이다.

3선의 이채익(남갑) 의원은 지난 4월 울산 남구갑 기초의원 보궐선거 결과로 인한 상처가 크다. 울산의 ‘강남’격인 이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에 의석을 내준 데 대해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남 최다선인 5선의 김영선(창원의창) 의원도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경남의 3선으로는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박대출(진주갑), 윤영석(양산갑) 의원 등이 있다.

김태호 의원은 불성실한 의정활동이 경실련으로부터 혹평을 받았고, 조해진 의원은 지방선거 공천 잡음 등 지역구 관리를 놓고 말썽이 일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김기현 전 대표의 측근으로 활동한 이력이 이제는 약점으로 바뀌었다.

윤영석 의원은 3선을 거치면서 제대로 보여준 게 없고 중앙에서의 인지도도 크게 낮다. 하지만 지역구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험지’라는 점이 공천에 유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역정가에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얼마 전 전국 당협위원회 20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정기 당무감사’에서 평가 최하위 22.5%에 해당하는 46명의 당협위원장에 일부 PK 중진의원이 포함됐다는 말이 나온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PK에서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빠지고 김기현 의원이 대표직을 사퇴하고 나니 쭉정이만 남았다는 비아냥이 있을 만큼 PK 중진들이 부진하다"며 "저마다 흠과 단점이 있어 지금으로선 공천에서 누가 탈락하든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뉴스로드] 이주환 busan786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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