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개혁의 신호탄…김헌동, 공공주택 패러다임 전환 예고
투명한 정보공개·후분양·기본주택…김헌동 "LH, 국토균형발전 핵심 역할해야"
"매입임대 축소·정보공개 확대"…‘부동산 정상화’ 로드맵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이 24일 사장 공모에 지원하기 위해 경남 진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전격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LH 사장 공모에 온라인으로 지원한 그는 이날 직접 LH를 찾아 자신의 개혁 구상을 가다듬은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사장은 25일 뉴스로드와의 통화에서도 “LH에 다녀온 것이 맞다”며 지원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이같은 방문 사실을 자신의 SNS에 직접 올리며 도전을 공식화했다.
▲ “LH가 바뀌어야 부동산이 바뀐다”…김헌동, 개혁 전면에 서다
김헌동 전 사장의 LH 지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공공기관 수장 교체를 넘어 공공주택·부동산 정책 전반의 체질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사장은 SH 사장 시절부터 원가·자산 정보 전면 공개, 분양 투명화, 후분양제 확대 등을 밀어붙이며 이른바 ‘투명 경영’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공공주택 정책이 불신에 빠진 시기, 그가 취한 개혁적 조치들은 찬반을 불러왔지만 ‘공공은 더 투명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런 그가 이번엔 LH 개혁에 직접 나선 것이다. LH가 여전히 ‘택지개발-분양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매입임대 중심의 공급 방식이 집값 상승 압력을 키운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김 전 사장이 어떤 해법을 들고 나설지 주목된다.
김 전 사장은 "지금 LH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지방 소멸을 막고, 국토 균형발전의 전환점을 만드는 핵심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안이 있다"고 밝혀, 개혁을 넘어 LH의 역할 확대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사장이 '한국 부동산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가 20여년 대기업 건설회사(쌍용건설)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을 토대로 시민단체인 경실련에서 25년 가까이 국내 부동산 개혁의 패러다임을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3년 동안 SH에서 분양원가 및 자산 등 정보 공개, 후분양제, 직접시공제, 적정임금제 등12가지 개혁을 직접 주도하면서, 단 1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높은 경영성과를 받은 것도 눈에 띈다.
그는 "LH가 보유한 택지·자산·원가·공급 구조 등을 모두 공개해 공기업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 의지부터 밝혔다.
이어 “공공은 강제 수용한 택지를 민간에 팔아선 안 된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주택 구상을 구체화할 것도 강조했다. 그는 평소에도 "토지는 LH가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임대하는 방식으로 투기적 이익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주택 품질과 원가가 검증된 상태에서 분양받도록 해 건설 현장의 안전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후분양제가 필수"라며 후분양제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현 매입임대, 집값 끌어올리는 제도...축소하고 반지하 매입 늘려야"
LH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를 묻는 질문에 그는 매입임대 정책을 첫번째 개혁대상으로 꼽았다.
김 전 사장은 “현재 LH는 주택매입공사가 됐다. 신축약정을 통한 매입임대는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며 "여름철 침수로 인한 안전 관리와 주거의 질 향상을 위해 반지하 매입은 늘리더라도 주택 수요를 자극하고 전세난을 부추기는 매입임대는 축소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한 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주택 매입예산을 줄이겠다는 그의 개혁안은 LH 내부의 이해관계 및 기존 수익 구조와 충돌할 여지가 커 조직적 저항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김 전 사장이 공모에 뛰어든 것은 개혁을 직접 실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헌동 “LH 개혁이 곧 부동산 개혁...이 대통령 의지 읽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이제 단순히 주택 공급량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철학과 운영구조 자체를 어떻게 재편하느냐의 문제로 넘어왔다. 김 전 사장의 LH 지원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이다.
LH는 과거 투기 의혹·부실시공 논란 등으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런 조직에 투명성·공공성·책임성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적으로 들이대는 개혁형 리더가 등장한다면, 공공주택 시스템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 시점에서 LH 사장 인선은 한국 부동산 구조 변화를 결정짓는 분수령”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김 전 사장은 "LH를 당초 설립한 목적대로 운영해왔다면, 우리나라는 집 걱정을 덜해도 되는 나라, 안 해도 되는 나라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후 집값을 잡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LH가 대통령의 의지를 읽고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의 LH 도전은 "LH 개혁은 곧 한국 부동산 개혁"이라는 그의 철학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다. 그의 행보가 향후 공공주택 정책 지형을 어디까지 뒤흔들지, 그리고 LH가 그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