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솔루션 "LNG선, 지난해 발주 늘어 총 970척, 10년만에 3배로 폭증" 지적
- LNG선 건조 공적자금 10년간 52조원, 수출입은행 32조원·산업은행 13조원으로 1,2위
- “미래 전망 어두운 LNG 운반선에 국민의 혈세 투입하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 지원 중단해야”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해 인도한 20만㎥급 LNG운반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해 인도한 20만㎥급 LNG운반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내 공적 금융기관이 최근 10년간 LNG(액화쳔연가스)운반선 사업에 약 52조원을 투입한 것이 기후위기로 인한 가스 산업의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좌초좌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국내 공공 금융기관은 작년에만 약 18조원(약 140억 달러)의 금융을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기후싱크탱크 기후솔루션(대표 김주진 변호사)은 28일 발표한 ‘LNG운반선: 가스 확장의 최전선 뒤 숨겨진 산업’ 보고서에서 '공적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이 지난 10년간 좌초자산 전락 위험이 있는 LNG 운반선에 679건, 총 52조원(약 450억 달러)의 금융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LNG운반선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은 한국산업은행(회장 강석훈), 한국수출입은행(행장 윤희성), 한국무역보험공사(사장 이인호),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 한국자산관리공사(사장 권남주) 등이다. 

지원금액 순으로는 수출입은행(31조8000원, 268억 달러)이 가장 많았고, 산업은행(12조8000억원, 106억 달러), 무역보험공사(6조9000억원, 60억 달러), 한국해양진흥공사(6000억원, 5억 달러) 순이다.

LNG운반선 시장 10년만에 3배 늘어난 970여척...韓 조선3사, 79% 점유

글로벌 해운 리서치 업체 클락슨(Clarksons)에 따르면 전세계 LNG 운반선 규모는 지난 2014년 325척에서 지난해 970척(건조중인 320척 포함)으로 약 300% 증가했다. 

[자료=기후솔루션]
[자료=기후솔루션]

특히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망 문제와 카타르의 LNG 선박 신환 프로그램으로 165척이나 발주됐다.

지난 26일 기준 전 세계 LNG운반선 수주잔고는 현재 운영 중인 LNG 운반선(672척)의 절반(337척)에 달하며, 이 중 국내 3대 조선사인 삼성중공업, HD현대, 한화오션이 79%(252척)를 건조 중이다.

기후솔루션 "기후위기로 가스산업 재난 될 위험 다분해"

기후솔루션은 미국의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지난 2월 펴낸 보고서 등을 인용해 "기후위기에 따른 세계 에너지 전망의 최근 흐름을 보면 LNG운반선 건조 확대는 재난이 될 위험이 다분하다"고 전했다. 

미래 LNG 운송 수요 예측 [자료=기후솔루션]
미래 LNG 운송 수요 예측 [자료=기후솔루션]

IEEFA 보고서는 LNG 가격의 지속적 상승, 유럽의 가스 소비 감소, 에너지 전환 등의 이유로 인해 향후 수년간 글로벌 LNG 수요 전망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올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넷제로(NET 0) 보고서는 오는 2030년까지 가스 수요가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가장 낙관적인 LNG 수급 시나리오에서도 가스 수요는 2030년 이전에 정점을 지나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독일 씽크탱크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도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LNG 선박 발주량은 공급 과잉의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조선산업의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보고서는 국내 조선소의 기록적인 LNG 운반선 수주 뒤에 국내 공적금융의 대규모 금융 지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년(2013년~2023년) 간 LNG 운반선에 투자된 금융지원 대상 (조선소, 선주사)과 금융 상품 유형(대출, 보증)에 따라 금융 지원 상품 유형(조선소 금융(조선소, 대출), 조선소 금융지원(조선소, 보증), 선박 금융(선주사, 대출), 선박 금융지원(선주사, 보증))을 분석한 결과, 평년 2~6조원 정도였던 공적자금 지원이 작년에는 약 17조9000억원(USD 140억 달러)으로 폭증했다. 

그 중에서도 ‘조선소 금융지원’의 액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는 해당 유형의 대부분을 차지한 금융 상품인 ‘선수금 환급보증’ 확대가 주요 원인이었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선박 건조 중 문제가 생겼을 때 조선사가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선주사에게 대신 갚아주는 보증으로, 건조 계약에서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해운산업 특성상 선주사들의 투자 위험 완화를 위한 것이다. 

작년 조선소 금융지원액은 총 9조7000억원(약 76억 달러)으로 2021년 대비 3배에 달한다. 

"韓 공적금융, LNG운반선 금융 제공으로 국제사회 지탄 받을 수 있어"

보고서는 좌초자산 리스크 외에 한국의 공적금융이 LNG운반선에 막대한 금융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1년 영국, EU, 미국, 캐나다 등을 포함한 39개국 공적금융기관은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는 ‘글래스고 선언’에 서명하고 재생에너지 금융의 전환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이미 전세계 주요 환경단체들은 해외 화석연료 금융 1, 2위를 달리고 있는 한·일 정부에 신규 화석연료 금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 [사진=뉴스로드]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 [사진=뉴스로드]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올해 전례 없는 기후위기를 경험하면서 화석연료의 확장 중단의 필요성이 전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며 “LNG산업은 석탄산업처럼 막대한 평판 위험과 좌초 위험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동재 연구원은 “LNG운반선은 LNG 밸류체인 확장을 잇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LNG선 확장에 기여하는 선주사, 금융 기관, 핵심 기자재 업체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해외 선주사들의 ‘투기성 발주’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투기성 발주란 선박의 최종 사용자와의 장기 용선 계약 즉 선박 사용 계약 없이 단순한 선박 시장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선박을 발주하는 것으로, 전 세계 LNG운반선 발주 물량 중 39%(124척)이 투기성 발주였다는 것이 기후솔루션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투기성 발주 선박은 시황 호조를 기대한 것이므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선박 가격을 과도하게 상승시켜 국내 조선소와 공적 금융기관에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LNG운반선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은 큰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다"면서 "공공 및 민간 금융기관은 신규 LNG 운반선에 대한 금융 지원 중단, 선주는 불안한 LNG 운반선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중단하고 파리협약에 부합하도록 조정, 조선소는 재생에너지 분야로 혁신을 다각화해야 해운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이 리스크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은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값싼 금융 지원이 없다면, 투기성 발주가 늘어날 수 없다. 지난 2016년 이후 미국의 사모펀드들까지 LNG선박 시장에 진입해 한중일 공적 금융 기관들의 저금리 대출지원을 등에 엎고 척 당 약 3000억원(265억 달러) 이상의 LNG 선박을 발주하고 있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적 금융 기관들은 화석 연료인 LNG 수송 선박에 대한 금융과 보증을 제공할 때 시장 참여자들이 남용하는 기후비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더욱 엄격한 위험 관리 조건들을 적용시켜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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