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印尼, 2030년까지 메탄 배출 30% 감축 ‘국제 메탄 서약’ 맺고도 딴 말
- 포스코·인니 정부, 국내 1년 가스 소비 3배 규모 붕아 가스전 사업 착수
- 기후솔루션 “재생에너지 협력해도 부족한데 신규 화석연료 사업이라니” 비판

 

인도네시아의 가스 시설 [사진=트렌드 아시아]
인도네시아의 가스 시설 [사진=트렌드 아시아]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더 심각한 메탄(천연가스 주성분) 감축에 국제사회가 공감대를 넓혀 가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 정부와 대규모 신규 가스전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양국의 기후단체가 반발했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트렌드 아시아’와 국내 기후 싱크탱크인 기후솔루션(SFOC, 대표 김주진 변호사)은 21일 함께 보도자료를 내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신규 가스전 탐사 사업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르타미나 훌루 에너지’(PHE)와 함께 ‘붕아 가스전’ 생산물 분배 계약을 체결하며, 이 지역에 대한 향후 6년 가스 탐사와 30년 개발·생산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지난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6)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최소 30% 이상 감축하자는 결의에 동참하기로 약속한 바 있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부 해상에 위치한 붕아 광구는 면적 8500km², 수심 50~500m으로 약 13억 배럴의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의 1년치 가스 소비량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신규 개발 가스전 사업이 최장 2060년까지 운영될 것이라는 계획에 양국의 기후환경 단체들은 적극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기후솔루션은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이번 사업 추진은 한국 정부와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기후 공약에 위배되는 더러운 사업일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에너지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비타 인드리 (Novita Indri) 트렌드아시아 캠페이너는 “천연가스는 종종 ‘청정 에너지’ 로 불리기도 하지만, 2019년 천연가스 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배출 기여도가 높았다”면서 “이번 개발은 인도네시아를 향후 탄소 다배출 국가로 고착시키고 전 세계 기후 재앙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소재 씽크탱크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10년(2010-2019)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분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2%는 천연가스 연소 등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원인으로 석탄, 석유, 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 가스의 공급망 전반 탈루로 인한 우려도 나왔다. 

메탄의 20년 기준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86배가량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글로벌 메탄 이니셔티브’(GMI)에 따르면 전세계 석유·가스 부문의 메탄 배출(24%)은 축산업계의 장내 발효(27%) 다음으로 많다. 

기후솔루션은 "미국 ‘환경 보호 기금’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최대 60%의 메탄 가스가 공급망에서 빠져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번 신규 가스전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가스 생산 공급망 전반에서 유사한 메탄의 신규 배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 [사진=뉴스로드]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 [사진=뉴스로드]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천연 가스 생산의 확대는 신규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져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국제 메탄 협약 이행과 국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붕아 광구는 미얀마, 말레이시아, 호주에 이은 포스코의 네 번째 아시아 가스 탐사 프로젝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붕아 가스 프로젝트를 포함해 오는 2025년까지 해양 석유가스 탐사 프로젝트에 최대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페르타미나(Pertamina)에 의하면 탐사 단계의 첫 3년 동안만 400만 달러 (약 52억원)가 필요한데, 해외자원개발의 전례를 보면 한국 정부가 이 자금을 특별융자 등을 통해 지원할 가능성이 매우 짙다는 것이 기후솔루션의 입장이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한번 개발되면 수십년간 운영되는 가스전 사업의 특성상, 붕아 광구 탐사 사업은 추후 수십년간 양국의 탄소 배출을 고착시킬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이어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는 “아시아의 가스 소비 확대는 지구 온도 상승률을 1.5℃로 제한하려는 파리 협정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경고한 바 있다"면서 "양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현재도 파리 협정에 비해 미흡한데, 이 사업이 추진되면 이 목표는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질타했다. 

노비타 인드리 트렌드아시아 캠페이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 세계가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좌초 자산 위험에 빠지는 시대착오적 결정 대신, 기술 전문성을 활용해 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기술에 투자함으로써 에너지 전환을 선도할 수 있다”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에서 화석 연료 확대를 중단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힘쓸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사업자들은 에너지 업계가 화석연료 신규 사업 추진을 ‘친환경’으로 포장하기 위한 그린워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및 블루 수소와 암모니아의 잠재적 사용 가능성도 모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기후 재난을 피하기 위해 세계는 2030년 말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의 석유가스 대기업은 현재 고가의 검증되지 않은 탄소포집저장(CCS)과 블루수소, 암모니아 기술 등 위험한 수단을 이용해 아시아에서 가스 수요 유지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오동재 연구원은 이어 “점점 더 많은 기업들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부담과 압력이 늘어나고 있고, 신규 가스 사업 추진은 향후 금융적, 법적 위험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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