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전 SH 사장 “지금이야말로 왜곡된 주택시장 정상화 마지막 기회”
- 분양원가 전면 공개·후분양제·토지임대부 방식·직접시공제 등 개혁 구상 제시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임기를 3개월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17일 자신의 SNS에 차기 사장 자리에 대한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김 전 SH사장은 이날 “곧 LH 사장 공모가 시작된다. 지난 3년 경험을 쏟아 LH의 변화와 혁신을 통한 집값 안정과 전국 명품 도시 건설에 다시 도전할 기회가 왔다”며 사실상 공개 도전장을 던졌다.

김 전 사장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사진=김헌동 페이스북 갈무리/뉴스로드]
김 전 사장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사진=김헌동 페이스북 갈무리/뉴스로드]

김 전 사장은 “LH가 지난 20년간 감춰온 분양 원가를 공개하고, 후분양 의무화와 직접시공제를 도입하면 시장은 달라진다”며 “지금이야말로 지난 20년 왜곡된 주택 시장을 정상화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SH 사장 재직 당시 분양 원가 공개, 후분양제 도입,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 공급, 적정임금제, 직접시공제 확대 등 12가지 개혁을 직접 추진해 서울 주택 시장에 뚜렷한 영향을 남긴 바 있다.

그는 이어 “과거 강남 서초 보금자리 분양가를 평당 1,200만 원대에서 970만 원대로 낮춘 사례처럼 LH가 변화를 주도한다면 전국 집값 안정도 가능하다”며 “이제 그 개혁의 바통을 LH가 이어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헌동 전 사장 [사진=뉴스로드]
김헌동 전 사장 [사진=뉴스로드]

이와 관련해 김 전 사장은 18일 <뉴스로드>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LH개혁과 서민주거 안정에 대한 입장 표명과 대안을 제시했다.

김 전 사장은 무엇보다도 LH의 분양원가 공개를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입주자 모집 당시의 예정 분양가만 공개될 뿐, 실제 공사에 투입된 준공 원가는 알려지지 않는다. 건설원가 71개 항목과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을 모두 공개하고, 이윤과 수익률까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소비자가 가격의 적정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시장 신뢰가 회복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SH공사가 공개한 사례처럼 원가 공개는 분양가 인하 압박으로 이어져 집값 안정 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은 또한 '후분양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건설업계에서 불거지고 있는 중대재해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선분양제'에서 비롯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선분양제는 입주 지연·부실시공·투기 조장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소비자가 실제 건물을 보지 못한 채 계약에 나서야 하고, 건설사는 공사비를 선분양 대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품질 관리 유인이 약하다. 반면 후분양제는 완공된 주택을 확인한 뒤 계약할 수 있어 하자 발생 가능성이 줄고, 투기성 전매를 막아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분양제는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고품질 주택 공급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사장은 또한 이재명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을 반대했다. 그는 “공공이 강제수용한 토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토지는 공공이 영구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건물분양주택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방식은 주변 시세 대비 40~60% 수준의 반값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며, 주택 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또한 공공이 토지를 보유함으로써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가치 상승분을 다시 국민에게 환원하는 효과도 있다"고 짚었다.

김 전 사장은 공공주택의 품질 향상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LH가 직접 시공에 참여하는 직접시공제를 도입해 재하도급 구조와 원가 절감을 위한 부실 공법을 막아야 한다”며 "동시에 적정임금제를 적용해 숙련 기술자들이 건설 현장에 안정적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통해 안전사고를 줄이고, 100년 이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백년주택’ 공급이 가능해진다. 품질 좋은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때만 공공주택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LH가 변화와 혁신을 통해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토지임대부 방식, 직접시공제를 도입한다면 주택시장은 투기 중심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집값은 안정되고,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이 장기적으로 명품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헌동 전 사장이 공공임대사업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김헌동 전 사장이 공공임대사업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한편 현직 이한준 LH 사장은 임기 종료(11월)를 3개월 앞두고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7일 LH에 따르면 이 사장은 이미 사표를 제출했으나 아직은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11월 LH 사장으로 임명돼 3기 신도시 개발과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주요 국책 사업을 이끌어왔다. 이 사장은 지난달 31일 김윤덕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한 직후 거취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7월 9일 사내 게시판에 “새 장관이 발표되는 대로 제 거취를 임명권자에게 일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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