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약정 쏠림에 18조…공공건설 대비 ‘비싼 매입’ 구조 고착
수도권 77% 집중·오피스텔 편중…공실·가격 자극 우려
감정가·공사비 연동에 불투명성 확대…매입 상한·전수 공개 시급

경실련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경실련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매입임대주택 정책이 실제로는 세금을 낭비하고, 집 없는 사람들을 내쫓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공공주택을 직접 짓는 대신, 민간이 지은 비싼 집을 사들이는 매입임대 정책은 세금을 낭비하고 서민 주거를 불안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며 정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14만호의 신축매입임대 공급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실련 관계자는 "세금을 들여 주택을 사들이는 매입임대는 주택 시장에서 공급이 아닌 수요인데도 정부는 매번 공급정책으로 둔갑시켜 발표한다. LH는 직접 시행을 통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 '무제한으로 사들이겠다'며 주택시장을 어지럽힌 매입임대 정책을 이재명 정부가 왜 확대하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날 경실련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이 누구냐에 따라 매입 규모와 가격은 크게 달랐다. 윤석열정부의 박상우 전 장관은 집을 가장 많이 사들였고(약 10조원), 문재인정부의 변창흠 전 장관은 상대적으로 적게 샀지만 가장 비싸게 매입했다(호당 평균 2.8억원). 결국 누가 정책을 주도하느냐에 따라 예산 집행 방식이 극단적으로 달라진 셈이다.

최근 몇 년간 정부와 LH·SH공사는 새로 지은 집(신축)을 사들이는 데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신축 매입에는 17조원이 넘게 쓰였지만, 기존 주택 매입에는 3조원 남짓만 사용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민간 건설업자가 땅을 사고 집을 짓는 비용이 그대로 반영되다 보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원래 살던 세입자들이 집이 헐리면서 쫓겨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의 ‘르피에드 문정’ 아파트의 사례를 살펴보면, SH공사가 매입했을 때 전용 46㎡ 주택의 평균 가격은 약 7억원이었다. 하지만 인근 오피스텔은 비슷한 크기의 집은 2억 7천만원 정도였다. 즉, SH가 주변 시세보다 1채당 1억원 이상 비싸게 샀다.

비슷한 사례가 강동구 천호동에서도 있었다. LH가 매입한 ‘강동리버스시티’의 경우, 인근 오피스텔보다 집 한 채당 6천만원가량 더 비싸게 거래됐다. 매입임대정책이 LH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이렇게 비싸게 매입하는 과정에서 매입 대가 수수나 불법 알선같은 범죄도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매입임대 정책이 애초 취지와 달리, 건설업자 배만 불리고 세입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전면 재검토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LH는 신축매입 대신 공공주택은 직접 지어서 공급하고, 매입 과정과 가격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은 “내 돈이면 이 가격에 집을 샀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게 현실”이라며 “세금으로 집을 사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공주택을 직접 짓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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