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품질 100년주택...골조공사는 고강도콘크리트로 직접시공
- 전세제도의 새로운 대안...내집 마련 빠르고 쉽게
- 건물분양주택에 대한 오해와 주택법 개정의 쟁점
- 윤석열, 이재명, 김동연 모두의 공약 '토지임대부 주택'

김헌동 사장 [사진=뉴스로드]
김헌동 사장 [사진=뉴스로드]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취임한지 1년 반이 지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21년 4.7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후 당시 서울시의회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김헌동 사장 임명을 강행했다. 

오세훈 시장과 김헌동 사장이 산고 끝에 서울시민들에게 실험적인 대안을 내놨다. 최근 SH가 첫삽을 뜬 '건물분양주택'은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한다는 점을 빼면 기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했던 토지임대부건물분양방식의 강남브리즈힐아파트와는 몇가지 점에서 다르다. 

우선,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주택이다. 또한 후분양제로 공급되며, 분양원가가 상세히 공개되고, 토지임대료는 월납과 보증금 등 선택권이 있다. 직접시공제와 적정임금제도 적용된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회 관계자 등이 시삽식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회 관계자 등이 시삽식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고품질 100년주택...골조공사는 고강도콘크리트로 직접시공

지난 31일 착공식을 가진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는 SH의 첫 건물분양주택으로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주택이라고 김 사장은 그 동안 강조해왔다. 국내 아파트 수명이 보통 40~50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수명이다. 

이는 오세훈 시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공공주택 품질향상과도 직결된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7월 김헌동 사장과 싱가포르의 토지임대부 건물분양주택인 피나클앳덕스톤을 방문하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오 시장은지난달 31일 고덕강일3단지 착공식에서 "공공주택은 분양가격 말고는 비교우위가 없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면서 "혁신적인 건축 디자인과 마감자재, 평면, 건물 성능을 갖춰야 공공주택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기존 공공주택과 차별화된 명품주택을 건설하도록 챙기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강조되고 있는 친환경, 탄소중립에도 역행한다는 점에서 SH의 100년주택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건물의 수명은 그만큼 높은 가치를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SH의 백년주택은 '명품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SH 관계자에 따르면, 고덕강일3단지는 기존 콘크리트에 비해 25% 강도가 높은 고강도콘크리트를 사용하고, 골조공사는 직접시공방식으로 진행한다. 안정된 품질을 위해 공사현장 근로자들에게는 적정임금이 지급된다. 

또한 국토교통부장관상을 수상한 우수한 건축디자인으로 스카이 커뮤니티, 옥상정원,  테라스형 세대, 선큰 커뮤니티 등이 조성되며, 시스템창호, 포세린 타일의 아트월, 프리미엄 주방 상판 등 내외장재도 고급화한다.

하태경 의원(왼쪽 3), 김헌동 사장(왼쪽 4), 안철수 의원(왼쪽 5), 김병욱 의원(왼쪽 6) 등 이날 토론회 주요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SH]
하태경 의원(왼쪽 3), 김헌동 사장(왼쪽 4), 안철수 의원(왼쪽 5), 김병욱 의원(왼쪽 6) 등 이날 토론회 주요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SH]

전세제도의 새로운 대안...내집 마련 빠르고 쉽게

또한, 건물분양주택은 전세제도의 새로운 대안으로도 꼽히고 있다. 월세에서 전세, 전세에서 자가보유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에서 전세제도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난 만큼 해법이 필요해졌다.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 개최한 ‘건물분양(토지임대부)주택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선주 경기대 교수는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94.9%인데 비해, 주택점유비율은 43.5%에 불과하다"며 "무주택 임차가구의 안정적 주거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해 서울시민의 자가보유가 어려운 만큼 전세사기 피해가 많았던 점을 지적했다.

최근 <뉴스로드> 취재에 따르면, SH 공공주택에서는 단 한건의 전세사기도 없었음이 확인됐다. 

더 나아가 건물분양주택은 땅값의 등락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투기목적으로는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실주거용으로는 문제가 없다.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도 걱정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고덕강일3단지 59㎡의 사전예약가격은 약 3억5500만원이다. 임대보증금은 약 1억4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임대보증금은 주택을 매도하면 돌려받을 수 있어 월별 임대료 부담은 없어지게 된다.

주변 신축 아파트의 전세시세는 이보다 높다.

집값이 올라도 전세금 올려줄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고급 사양이 적용된 신축아파트를 100년 이상 내집으로 보유할 수 있고,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면 팔 수도 있다면 집걱정은 털어낼 수 있다. 

김헌동 사장이 기자들과 함께 LH강남힐스테이트 아파트를 둘러보며 설명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김헌동 사장이 기자들과 함께 LH강남힐스테이트 아파트를 둘러보며 설명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건물분양주택에 대한 오해와 주택법 개정의 쟁점

그런데, LH강남힐스테이트·브리즈힐 이후 건물분양주택은 사실상 공급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주택법이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 주택법은 건물분양주택의 확산을 어렵게 하는 독소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분양자가 집을 팔 때 시세차익의 70%를 포기해야 하고, LH에만 환매할 수 있다. 또한 토지임대료를 매달 내야만 한다. 

LH를 비롯한 주택공기업들은 지난 정부에서 이런 이유로 주택을 짓는 대신 오히려 약정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매물로 나온 주택을 해마다 수조원 규모로 사들였다. 이전 정부에서 집값이 폭등하게 된 배경이자, 현재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전세사기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같은 이유로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토지임대료 선납 방식 및 사인간 거래 허용 등의 내용이 담긴 주택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건물분양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임대료를 선납하는 방식으로 35평형 아파트를 4억원 정도에 분양하고 있다. 또한 전체 주택의 70%가 건물분양방식으로 공급되고 있는데, 27세 이하 부부에게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SH는 건물분양주택에 대해 월별 납부 대신 선납과 월별 임대료 대신 보증금으로 대체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토론회 장면 [사진=KBS화면 갈무리]
지난해 대선토론회 장면 [사진=KBS화면 갈무리]

윤석열, 이재명, 김동연 모두의 공약 '토지임대부 주택'

윤석열 대통령은 '나눔형 주택'이라는 명칭으로 특히,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을 위해 토지임대부주택 50만호 공급을 약속한 바 있다. 

물론, 이번 고덕강일3단지도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임기 동안 약속을 지키려면 1년에 10만호씩 공급해야 하는데, 국토부와 LH는 지난 1년 동안 아무런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선공약으로 '기본주택' 100만호를 포함해 250만호 공급을 약속한 바 있다. 기본주택 중 분양형이 토지임대부주택이다. 

이재명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기본주택에 대한 홍보비용만 수십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거대 야당의 대표가 된 이후에는 '기본주택'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작년 지방선거에서 토지임대부주택 20만호를 포함해 100만호 공급을 약속한 바 있다. 

서울에 비하면 3기신도시 등 택지확보가 훨씬 쉬운데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김세용)와 경기도청은 지난 1년 동안 실적은 고사하고 아무런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집걱정 없는 나라가 되기라도 했다는 걸까? 그래서 공약 따위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걸까?

내집마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이는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저출산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다. 

정치인이 모든 약속을 다 지키기는 경우는 보기 드물지만, 저마다 앞다퉈 발표했던 공약을 보자. 오 시장을 제외하면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행보는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반면, 캐나다의 데이비드 이비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총리는 지난주 SH를 방문해 김 사장과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관료들이 국민의 집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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