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 부산항 기항 계속할 것...동맹 약화되더라도 자체 선박 경쟁력 최고 수준"
- "산은·해진공, 5월 이후 영구채 전환할 경우 이유 밝혀야...HMM 주가, 밸류업 기조에 역행"
- "현대차·포스코 인수도 좋고 포스코·KT처럼 국민주 공모 방식 민영화도 바람직"

최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국내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에서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 선사 HMM(옛 현대상선) 매각과 관련 신중론을 펼쳤다.

강도형 장관은 (HMM) "민영화 기준은 '건전 경영'"이라면서 "돌다리를 두드리듯 방법과 시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코로나19로 거대 자본을 축적한 국제해운업계가 해운동맹 재편 등을 통해 빠르게 판을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HMM 내부의 시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뉴스로드>는 지난 번 하림으로의 매각을 앞장서서 저지했던 이기호 HMM 육상노조위원장을 찾아 현장의 체감온도를 물었다. 이기호 위원장은 1996년 12월에 입사해 27년 동안 원양해운업에 종사하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침을 지켜봤던 해운업계 베테랑이기도 하다...<<편집자 주>>

이기호 HMM 육상노조위원장 [사진=뉴스로드]
이기호 HMM 육상노조위원장 [사진=뉴스로드]

HMM과 같은 동맹에 속한 하파크로이트가 내년에는 머스크와 제미니 협력으로 새로운 동맹을 구성하고, 부산항을 기항지에서 제외하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해운업계의 우려가 깊다. 어떻게 전망하는지 밝혀달라

원양해운업, 특히 정기선은 상당히 장기적인 전망에 따라 선제적으로 움직인다. 선박을 건조하고 동맹을 맺고 새로운 항로를 짜는 일은 단시간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국제 제조업의 중심축이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극동아시아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특히 머스크나 하파크로이트 같은 경우는 정시성을 중요시하는 회사들이고, 이를 위해 허브 앤 스포크 전략으로 인제 부산항을 패싱하고 중국 상하이·닝보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탄중 펠리파스항 등을 중심으로 항로를 변경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이 없어지고, 동남아로 생산 기지가 옮겨가니까 거기에 맞춘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부산항은 상하이항의 피더항으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물량이 줄고 있다. 일본의 전철을 밟아가는 거다. 현재 수출입 물량을 보면 경제 규모는 일본이 우리나라의 거의 서너배 되지만 화물량은 우리가 더 많다. 

해운업은 화물단가가 아니라, 화물량이 매출을 좌우한다. 

HMM은 부산이 모항이기 때문에 북미나 유럽 서비스에 반드시 기항을 할 거고, 한국 화주들의 기대를 안고 가야 한다. 

하파크로이트는 내년에 HMM과 결별하면 이런 부담에서 벗어나는 거다. 

그러면 HMM, ONE, 양밍은 지금 이 동맹을 지속할 것인지 고민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2025년 이후에도 디얼라이언스는 존속이 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미국의 해운경쟁법 때문에 계속 시장점유율을 높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해운동맹은 MSC, 제미니 협력, 오션 얼라이언스, 디 얼라이언스 네개 동맹이 경쟁하는 체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디 얼라이언스는 그 중에서 가장 사이즈가 작지만, HMM과 ONE는 올해 신조 선박 인도 계획이 많이 잡혀 있다.

그래서 HMM은 올해 100만 TEU가 되고, ONE도 상당한 규모의 인도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현재는 약 280만 TEU지만 금년 내 아마도 350만TEU까지는 늘 것으로 본다. 

양밍이 이상하게 발주 계획이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양밍은 동맹에 매우 협조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정도 규모라면 생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도 HMM이 갖고 있는 선박들의 경쟁력이 매우 좋다. 친환경 선박이 대부분이고 사이즈도 좋고 효율이 높다.

그래서 HMM은 적자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작년에 적자가 아닌 글로벌 선사 몇개 없었는데, HMM은 그 중에서도 흑자 규모가 큰 편이었다. 

HMM의 선박이 가진 원가 경쟁력은 해운업계에서 거의 최고 수주으로 볼 수 있다. 하드웨어만 보면 전혀 밀리지 않는다.

HMM의 단위당 운송수송 선박 단위당 수송 능력은 최고다. 탑티어다. 컨테이너 운송부문에서는 1등이다. 

선박 한 척당 몇 TEU를 싣느냐를 따졌을 때, HMM은 척당 선복량이 가장 크고, 가장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이것은 유창근 전 HMM가 대표가 시작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결실이고, 선박 인도시기와 딱 맞물려 시작된 코로나19 특수 혜택을 고스란히 누렸다. 

의외로 머스크는 선박 경쟁력에서는 평범한 수준이다. 작은 배들이 생각보다 많고, 신조선박은 드물고, 초대형 선박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다만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하고 있는 메탄올 레디 선박들이 대여섯척 준공을 앞두고 있기는 하다. 

개인적으로는 해운동맹 재편에 있어서 HMM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효율이 낮은 선박부터 교체를 해야되는 상황이다. 

발주물량이 많은 데는 교체 수요도 감안해야 한다. 

▲최근 매각이 불발이 됐는데, 재매각을 서두르지 말자는 쪽이 있고, 재매각을 서둘러야 된다는 견해가 있는데, 5월달에 CB(영구전환사채) 등이 전환되고 나면 재매각은 사실상 어려운 거 아닌가?

현재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내건 조건으로 HMM을 인수해 강도형 장관이 강조한 '건전경영'을 할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본다. 

잔여 CB 전환의 불확실성을 바꾸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기업들이 인수전에 참여하기 어렵다. 이는 SM그룹이나 하림그룹에서 얘기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가진 주식이 약 4억주, 지분율 57.9%에 이른다.

그런데 5월 1000억원 규모와 6월 2000억원의 영구채를 공적자금 회수를 포기하고 주식으로 전환하면 6월말 기준 지분율이 또 2% 올라 60%에 달하게 된다.

문제는 오는 10월 66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또 전환한다는 것이 산은과 해진공의 계획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주식수가 올해 1억9200만주, 지분은 약 66%로 치솟는다. 

그리고 내년에 남아있는 72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마저 전환하면 산은과 해진공 보유 주식은 약 7억5000만주, 지분은 70.8%에 달하게 된다. 

HMM 주가는 최근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대다. 시장은 냉정하다.

작년에는 적자 예상에도 불구하고 5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올렸고, 올해는 후티반군 이슈 등으로 운임이 오르면서 1분기에 이미 작년에 거둔 이익을 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이는 영구채 주식 전환에 따른 주가 희석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매각이라는 표현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민영화가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민영화를 위해서라면 지금 산은과 해진공이 갖고 있는 57.9%만 해도 충분하다.

현재 상태에서 민영화를 숙고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계속 이런 형태로 정부가 지분을 늘리는 방식은 민영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 점을 최대한 빨리 명확히 밝혀야 한다. 민영화를 할 것인지 정부가 지분을 늘려 공기업을 만들 것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지분을 늘린 명분은 '배임'이다. 

산은이나 해진공의 이해관계의 관점에선 '배임'이 되는지 몰라도 HMM의 민영화라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이 배임이 될 수 있다.

정부가 HMM 지분 보유를 '지원한다'는 이유에서 시작했지만, 지금 HMM은 정부의 지원받을 정도로 어려운 기업이 아니라, 부채비율 20% 미만의 초우량 기업이다. 

그러니까 정부가 HMM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이유도 정확하게 밝혀야 된다.

작년 4월에 신용보증기금이 2450만주를 가진 주주로 사외이사 자리를 요구했는데, 산은이나 해진공이 같은 목적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은 아닌지 명확한 입장을 알고 싶다. 

5월 이후 산은과 해진공이 공적자금 회수를 포기하고 계속 지분을 늘린다면 사실상 정상적인 민영화를 포기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산은과 해진공이 자기 지분의 가치 하락을 감내하면서 늘어나는 지분만큼 결국은 지분을 늘려봐야 실익도 없다.

지분율 조금 올라가 가지고 주식을 조금 더 가져갈 수는 있겠지만, 그게 정상적인 매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각 지분이 58%에 이를 만큼 민영화 여건은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다.

그럼에도 추가로 영구채를 지분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분명하게 해야한다.

이번 매각이 무산된 결정적 이유가 바로 잔여 영구채 전환 문제다.

더구나 영구채 전환은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기업의 밸류업에과도 매우 역행하는 일이다. 

금융위원회도 지속적으로 대주주의 CB 전환에 따른 주가 희석에 대해 거듭 우려를 밝혔고, 관련 법안도 개정했다. 그런데 정부 기관들이 앞장서서 기업 정상화가 아니라, CB 전환을 위한 지분 매각 시도로 여겨진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자들이 애를 쓰고, 그것이 바로 주가로 보여진다. 

이것이 주주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핵심이다. 그게 아니라면 뭐하러 주식시장을 만들었나 묻고 싶다. 

개인적으로 주식을 통해 자본이 시장에 흘러 들어가는 구조는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라 생각한다. 

결국은 주식 가치를 높여야 회사가 투자된 자본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또 주주도 회사 성장에 대한 결실도 가져가는데, HMM 주식은 관치로 망가지고 있는 셈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나 우리나라가 아직도 자본 시장 후진국이라는 평가를 받는 하나의 사례다.

특히 해진공은 HMM의 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HMM이 현대글로비스와 진행하고 있는 대선서비스 사업에 경쟁자로 참여한다는 얘기가 있다. 

HMM이 예닐곱척 플러스 알파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갑자기 해진공이 대선사업을 한다고 한다. HMM의 대주주로서 모든 영업기밀을 알고 있는 해진공이 이 사업을 빼앗겠다면 이는 심각한 사안이다. 

해진공은 해운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타공공기관인데, 선박을 소유하고 경쟁을 하면 어떻게 하나. 

국민의 혈세로 만든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저리의 정책금융을 통해 세금을 내는 민간기업과 경쟁을 하는 모양새는 아무래도 이상하다. 

산업은행이 운용하는 HMM 퇴직 적립금이 지금 무려 1000억원이나 된다. 그런데 수익률이 증권사나 보험회사보다 낮다. 쉽게 얘기해서 꺾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HMM의 대주주로서 누리는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고 있다. 

다른 금융기관에 맡기면 되는데 경영진 임명권을 쥐고 있으니까, 시중은행이나 시중 민간금융기관은 합리적인 경쟁이 어렵다. 

그러니까 산은과 해진공은 더 이상 지분을 늘리는 경우 반드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관련 이해당사자들과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 

주주가 경쟁업체가 주주가 되거나, HMM 유보금으로 산은의 이익을 위해 전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해진공은 당초 설립목적대로 해운인프라 강화에 앞장서고 선수로 시장에 참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선원 교육이나 선원 보급을 도와준다든지 인프라를 자꾸 깔아주고 그 안에서 민간 기업들이 혜택을 보면서 일할 수 있게끔 하는 구조로 사업을 가면 좋겠다. 

공산국가인 중국을 빼면, 국제 해운회사를 국가가 운영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졸속매각도 안되지만, 정부가 '건전 경영'을 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강석훈 산은 회장 얘기한 대로 'HMM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여럿 있다면, 그들이 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HMM 민영화의 핵심인 영구채 전환 문제는 이제 '배임론'으로는 변명조차 안된다. 

더구나, 원양해운업은 국내법 적용이 안되는 지역에서 대부분의 기업활동이 이뤄진다. 왜 정부가 지분을 그렇게 많이 보유하고 민영화를 주저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HMM이 민영화되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영업부문을 인수하거나 하는 일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해수부가 주무부처라면 다른 경쟁해운사들이 항공 등을 인수해 복합물류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민영화는 결국 대통령실이나 기획재정부가 정확한 계획을 내놔야 된다고 본다.

최근 김경배 대표이사의 임기가 1년 연장됐다. 이건 공기업의 경영진 관리방식이다. HMM이 공기업화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원양해운사는 국제경쟁력을 상실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현대상선 시절 뼈저리게 느꼈다. 

어떤 기업이 HMM을 인수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지 말해달라

화물량이 많은 화주기업이 인수하는 경우가 시너지가 크기 때문에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포스코그룹, 현대차그룹, 씨제이그룹, 한화그룹이 있다. 

이는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진 상식적인 얘기다. 

HMM과 경쟁하는 세계적인 해운사들의 경우 소유와 지배구조를 보면 HMM을 블록딜을 통해 서드 파티에 파는 방식은 틀린 방식일 수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오너쉽이 약해서 망했나? 아니다. 그룹내 다른 기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해운사가 희생된 경우다. 

세계적인 해운사들의 경우 해운업에 집중한다. 그리고 해운업을 중심으로 자회사도 설립하고 몸집도 키워나간다. 

노조가 하림 인수를 반대했던 이유다. HMM이 보유한 자금을 해운업보다는 하림그룹내 다른 계열사들을 지원하는데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만일, 산은과 해진공이 뚜렷한 명분이 있어 공적자금을 모두 지분으로 전환한다면 포스코나 KT 같은 지배구조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포스코가 철강업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소재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경우나 KT가 통신업을 바탕으로 IT 분양에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국민주 공모를 통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특정 집단이나 주체의 단편적인 이익이 아닌 국가 물류경쟁력의 관점에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되고, 이런 계기를 통해 하나씩 더 좋은 사례들이 쌓인다고 생각한다. HMM 종사자 입장에서는 딱 그렇다.

결론적으로 HMM 민영화를 통해 오직 해운업에 집중해 일할 수 있게 만들어 달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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