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림, 자체 자본 부족해...수조원 빚, 상환 계획 밝혀야
- 산은, 9조원 제시한 하파크로이트 배제해 '배임' 논란 여지
- 산은·해진공, '졸속매각' 비판 면하려면 인수금융 공개하고 매각 조건 양보 말아야
- 산은·해진공, HMM 지원 초심 잊지 말아야 ...유찰 가능성 활짝 열어 둬야
- 산은, 9조원 제시한 하파크로이트 배제해 '배임' 논란 여지도
- 산은·해진공, 정부를 대신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 지킬 책무' 되새길 때

HMM 노조 관계자들이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HMM 노조 관계자들이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국적선사이자 세계 8위의 해운회사인 HMM(옛. 현대상선, 대표이사 김경배)의 졸속 매각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회장 김홍국)의 인수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고 있다. 

HMM과 하림의 3분기 말 연결 기준 재무상태 비교 [자료=뉴스로드]

10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HMM의 부채비율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20.18%에 불과하고 자본총계 22조원, 자산 26조원 5000억원 규모다. 부채는 4조원대로 당장이라도 무차입 경영이 가능할 만큼 재무건전성이 탁월하다.  

반면에 하림그룹의 지주회사인 하림지주는 자본총계 약 5조5000억원, 자산 13조8000여억원, 부채는 8조3000억원으로 자본총계보다 빚이 3조원 가량 더 많다. 

한국해양기자협회는 이같은 이유로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졸속 매각'에 반대했고, HMM 해원노조와 사무금융노조, 전국사무금융노조는 '무자본 인수'라며 '결사 반대'를 연호하고 있다. 

강도형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안병길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최근 '졸속 매각'에 대한 우려를 밝힌 바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 스스로도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졸속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하림, 자체 자본 부족해...수조원 빚, 상환 계획 밝혀야

강석훈 회장은 앞서 지난 6월20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인수 의향을 가진 기업이 적지 않다"며 "재무능력과 경영능력을 갖춘 기업에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림이 '재무능력과 경영능력을 갖춘 기업'이 맞는 지부터 의문이다. 

현재 알려진 인수금액은 6조4000억원이고, 하림 측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최대 약 1조6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3분기말 기준 하림지주의 부채규모는 8조3412억원이다. 자본총계인 5조4947억원보다 3조원 가량 더 많다. 

그렇다면 약 5조원에 달하는 빚을 내거나 증자를 해야 한다.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JKL파트너스(대표 정장근)는 자본금 30억원, 지난해 기준 자본총계 370억원의 중소기업이다. JKL이 동원하겠다는 자금 5600억원도 어디선가 빌려야 하는 셈이다. 

팬오션(대표 김홍국, 안중호)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 규모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최근 팬오션의 시가총액이 2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많아도 1조원 정도를 넘기 어렵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의 관측이다. 

만일 유상증자 폭을 과도하게 잡았다가 실권주가 발생하면 하림이 사들여야 한다. 유상증자가 실패하면 하림의 신용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고, 매각은 물건너 간다. 

산은, 9조원 제시한 하파크로이트 배제해 '배임' 논란 여지도

예비입찰에서 9조원대의 인수금액을 써낸 하파크로이트를 외국계기업이라며 적정 인수 후보에서 제외했던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의 배임에 대한 논란 여지도 남는다. 

이번 협상은 사실상, 총 지분의 38.9%를 매각하는 것이다. 정부가 매각 대금 중 일부로 HMM 지분을 다시 사들이면 정부가 다시 최대주주가 될 수 있어 국부 유출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더구나 코스피에 상장된 만큼 소액주주 대부분이 우리 국민이고, 현재 3대 주주인 SM그룹도 국내기업이다. 

포스코를 보더라도 블랙록이 최대주주지만, 포스코를 외국계기업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하파크로이트를 인수 후보에서 제외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파크로이트가 9조원으로 38.9% 지분을 사려 했다면, HMM의 실제 가치를 20조원 이상으로 평가한 셈이고, 6조4000억원의 매각금액은 지나치게 낮게 잡은 셈이 된다. HMM 노조도 '최소 7조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최근 해상운임이 큰 폭으로 반등하면서 주가가 2만원대로 상승한 점도 변수다. 

산은·해진공, '졸속매각' 비판 면하려면 인수금융 공개하고 매각 조건 양보 말아야

하림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기 자본이 부족해 빚을 많이 내야 한다면 인수금융 금리가 통상 7~8%에 달하는 만큼 HMM의 유보금을 배당을 통해 하림으로 유출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따라서 하림이 어떻게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과 수조원에 달하는 원금을 상환할 계획인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산은은 본입찰에 앞서 인수 후보자들에게 보낸 주식매매계약서 초안에는 'HMM 인수 뒤 지분 5년 보유, 연간 배당금 3년간 5000억원 제한(총 1조5000억원), 사외이사 지명권 조건'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산은과 해진공도 이같은 우려를 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이같은 매각 조건은 절대로 양보하면 안된다. 

물론, 이같은 우려를 하면서까지 매각을 진행할 이유가 있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수출물류의 99.7%를 책임지고 있는 물류 인프라가 해운이다. 

한진그룹도 정부도 한진해운의 파산을 막지 못했고, 이로써 코로나19팬데믹 기간 동안 그야말로 '막대한 이익의 기회'를 놓쳤다.

하림이 한진그룹보다 더 뚜렷한 비전과 경영능력과 재무여력을 갖췄는지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고 매각을 결정하지 않으면, 국가의 물류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산은과 해진공이 당초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7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지원했던 이유는 이같은 해운산업의 중요성 때문이다. 

이제와서 산업논리를 배제하고 '(산은과 해진공의) 금융논리'를 앞세우니 배가 산으로 가는 모양새가 됐다. 

더구나 이번 매각 공고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영구채(CB·BW)의 주식전환은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가 지난 2021년 10월 CB 전환 법령을 개정하며 언급했던 '불건전한 금융 행위'이자 불로소득이다. 

HMM이 코로나19 이후 벌어들인 20조원 규모의 이익은 HMM 전현직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결실이지 산은과 해진공이 노력한 결과가 아니다. 

다만, '배임'의 우려를 무릅쓰고 '해운재건 지원 결정'을 내려준 정용석 전 산은 부행장의 공로는 평가할 만 하다. 

산은·해진공, HMM 지원 초심 잊지 말고 유찰 가능성 항상 열어 둬야

산은과 해진공은 HMM을 지원했던 초심을 회복해야 한다. 이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시작하고 주도한 유창근 전 HMM 대표이사가 회고록에서 강조했던 바다. 

강석훈 회장이 언급했던 '인수 의향을 가진 기업들'이 정작 인수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산은과 해진공이 매각 공고를 내면서 '2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해양진흥공사가 6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처음 주식으로 전환했을 당시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매각이 어려워지고, 실익도 많지 않다"며 "50%+1주"를 언급한 바 있다. 

심지어 이동걸 전 산은 회장도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은과 해진공이 현재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기존 인수 지분이 38.9% 미만으로 줄어들고 정부지분이 새로 늘어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기업'들은 인수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산은과 해진공이 현재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다시 32%가 넘는다. 신용보증기금(2.3%)과 국민연금(2%)이 보유한 지분에 추가 지분 3%만 확보하면 정부는 다시 최대 주주가 된다. 

혹은 SM그룹이 보유한 지분만 가세하더라도 최대주주 지위는 불안해진다. 

하림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고 경영하겠다는 의지보다는 '현재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배당을 통해 이익을 챙기겠다'는 속셈으로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피하기는 어렵다. 

하림이 영구채 전환 유예 등을 제시했던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같은 이유 외에는 설명이 안된다. 민간기업은 본래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를 탓하기는 어렵다.

산은·해진공, 정부를 대신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 지킬 책무' 되새길 때

문제는 국책은행을 자처하는 산업은행과 정부산하 공기업인 해진공이다. 과도한 불로소득을 올려 성과급을 챙겼고,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신용보증기금'과 국민의 재산인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또한 성실한 납세자인 수십만명의 소액주주들에게도 큰 손실를 입혔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신용보증기금은 지난 4월 HMM에 사외이사 자리를 요구했고, '국민의 재산'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은 고스란히 손해를 입고도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기관장들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전관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앞에 정부는 원팀'이라고 강조했지만, 국가의 가장 큰 책무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산은과 해진공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CB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혈세로 조성한 신용보증기금'과 '국민의 재산인 국민연금'에 입힌 막대한 손실은 단 한번도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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