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정근 위원장 "하림, 자금조달·상환계획 투명하게 밝혀야...사실상 무자본 인수"
- "HMM 졸속매각 시 부작용 심각...해운산업 연쇄 도산 위기 가능성도"
- 박인호 부발협 대표 "한진해운 파산 반복되면 안돼"

전정근 위원장이 주제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HMM해원노조]
전정근 위원장이 주제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HMM해원노조]

지난 11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는 HMM(대표이사 김경배) 매각과 관련한 대국민 검증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공개토론회에서는 한국산업은행(회장 강석훈)과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가 진행 중인 HMM매각이 '졸속매각'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하림그룹 계열사인 팬오션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해 인수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하림측이 사외이사 지명권 요구, 주주간 계약 5년 제한, 영구채 전환 3년 유예, JKL파트너스 3년 뒤 지분 매각 등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HMM 유보금을 탐낸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해운업계와 해양기자협회 등은 애초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협상'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최근에는 HMM 노조가 '반대'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하림측의 무리한 인수에 대한 질책과 우려가 쏟아졌다. 특히, 3조원으로 거론되는 팬오션 유상증자와 2조원으로 추정되는 인수금융에 대한 이자비용과 원금상환에 대한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영미 더불어민주당 중구 영도구 지역위원장, 김두영 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 의장, 배기영 하림 신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전정근 위원장 "하림, 자금조달·상환계획 투명하게 밝혀야...사실상 무자본 인수"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전정근 HMM 해원노조 위원장은 'HMM의 민영화가 HMM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는 민영화여야 한다'를 주제로 HMM 매각 관련 우려와 문제점을 짚고 하림 측이 자금조달과 상환계획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짚었다. 

전정근 위원장은 "약 7조원에 달하는 국가재정 투입으로 살려낸 국민기업의 매각절차와 우선협상자 인수자금 조달계획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특히 인수자금 조달계획에 대해서는 밝혀진게 없다. 이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무엇보다도 팬오션이 보유한 현금 4000여억원 외, 나머지 6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 조달과 상환계획이 불투명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무자본 인수"라면서 "무리하게 빚을 내서 인수한 뒤 HMM이 보유한 현금과 자산을 이용해 이를 상환하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림측의 인수자금 마련 시나리오별 분석자료 [자료=전정근 위원장]
하림측의 인수자금 마련 시나리오별 분석자료 [자료=전정근 위원장]

하림 측의 인수금액 제시가는 6조4000억원으로 알려져있다. 

전 위원장은 "하림 측이 보유한 현금이 4000억원에 불과해 적어도 4조5000억원에서 5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인수금융과 팬오션 유상증자로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수금융이 많으면 이자비용이 늘고, 유상증자 비율이 커지면 현재 시총이 2조원에도 못미치는 팬오션이 최대 3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져 실권주 인수에 대비해야 한다. 

인수금융을 2조원만 잡더라도 연간 이자비용만 16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전 위원장의 지적 [자료=전정근 위원장]
인수금융을 2조원만 잡더라도 연간 이자비용만 16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전 위원장의 지적 [자료=전정근 위원장]

인수금융 금액을 2조원만 잡더라도 시중금리 8% 적용시 이자부담이 연간 16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전 위원장의 지적이다. 

이럴 경우 유상증자 금액은 3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하림지주가 보유한 팬오션 지분 약 1조1000억원의 3배에 육박한다. 여기에 최소 5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영구채와 선박유동화(세일앤리스백)도 사실상 빚을 늘리는 셈이어서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기존 팬오션 주주들에게 큰 손실을 끼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전 위원장의 설명이다. 

[자료=전정근 위원장]
[자료=전정근 위원장]

또한 전 위원장은 "만일, 하림 측이 유상증자 등에 성공하더라도 이자비용 등을 감당하고 부채 상환을 위해 HMM 유보금을 활용하거나, SPC(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팬오션과 HMM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 밖에도 팬오션 자회사를 HMM에 매각하거나, 팬오션 선박을 팔 수도 있고, HMM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며 "인수금융 상환계획이 불투명한 만큼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그 밖에도 △하림 측이 모든 자본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해운의 공공재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기업 이익과 상충되는 문제 △선대다양성 확보에서 중복되는 선단문제 △모회사, 모그룹의 경영 관련 전반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문제 △ 컨테이너선단, 벌크선단 압도적 보유에 따른 독과점과 담합 문제 △하림 김홍국 회장이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전에 대통령과 함께 네덜란드 순방을 같이 갔고 귀국 후 얼마되지 않아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됨에 따른 공정성이 훼손 문제 등을 지적했다. 

"HMM 졸속매각 시 부작용 심각...해운산업 연쇄 도산 위기 가능성도"

전 위원장은 "만일 산업은행(회장 강석훈)이 이번 매각에 성공하면 국제결제은행지급준비율(BIS비율)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향후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등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고, 팬오션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해운산업이 연쇄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또한 HMM의 벌크선 사업 투자가 무산되고, 향후 국제경쟁력 확보가 불투명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HMM의 정상적인 매각을 위해서는 이번 졸속매각을 당장 중단하고, 잔여영구채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제대로 된 기업들이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인호 부발협 대표 "한진해운 파산 반복되면 안돼"

이날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이번 매각에 대해 한 목소리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인호 부산발전협의회 대표는 "우리나라 해운 역사상 한진해운 파산은 가장 뼈아픈 부분"이라며  "한진해운 때도 금융논리로 나기다가 파산시켰다. 빨리 매각하는것보다는 충분한 검토이후에 매각해야한다"고 밝혔다.

박인호 대표는 "한진해운도 3000억원만 투입했다면 살릴 수 있었다. 이걸 아끼다가 망했다. 현재 누구도 나서주는 사람이 없다. 한진해운 망할때와 똑같다. 총선과 연계시킬 필요도 있다. 한국해운산업의 흥망이 달려있다. 필사의 각오를 가져야한다. 100년을 후회할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호 HMM 육상노조 위원장 "매각 목적 되짚어야...산은 BIS비율 맞추기 수단 안돼"

이기호 HMM육상노조 위원장은 "현재 문제는 매각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라면서 "매각의 목적이 무엇인가부터 되짚어 봐야 한다. 산업은행의 BIS비율을 맞추기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짚었다.

이기호 위원장은 이어 "잔여영구채가 해결돼야 하고 매각조건 및 자금조달계획 공개 검증이 돼야 한다. 아울러, 유보금 배당 및 유용 금지에 대한 구속력 있는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융모 팬오션소액주주대표 "팬오션 소액주주들, 유증 공포 속 하루하루가 지옥"

강융모 팬오션 소액주주 대표는 "하림이 자금 없이 무리하게 HMM 인수에 나서면서 하림이 사라질 수도 있다. 유상증자의 공포 속에서 하루 하루 지옥 속에 살아가면서 힘들다고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고 말했다. 

▲홍이표 HMM소액주주대표 "이번 매각은 밀실매각...절대 반대"

홍이표 HMM소액주주대표는 이번 매각과정을 '밀실매각'으로 규정하고 '절대 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홍이표 대표는 "당초 2조6800억원에 달하는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해 정상적인 기업의 이수전 참여 의지를 꺾어버렸고, 예비입찰에서 9조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쓴 하파크로이트는 제외시켰으면서도, 하림에게는 경영권 프리미엄조차 포함되지 않은 금액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특혜를 인정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재민 해양금융연구소장 "하림 인수로 HMM 가치·경쟁력 훼손되면 안돼"

이재민 해양금융연구소장은 하림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HMM의 가치나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했다.

이재민 소장은 "해운업의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시기다. 탈탄소화를 위해 엄청난 자금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해운업의 경쟁력이 달라질수 있다"며 "매각으로 인해 HMM의 가치나 경쟁력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