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은, 영구채 조기상환이 배임 아니라는 법적 근거 요구"...작년 아시아나 CB 조기상환 사례도
- "인수금액 최소 7조원...예비입찰 기업들, 투자 여력 부족"
- "1.68조원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가능성이 HMM 인수할 수 있는 기업 입찰 참여 막아"
- "산은, 해운산업 발전 계획부터 수립해야...유보금 약탈은 국가적 배임"

HMM 노조원들이 시위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HMM 노조원들이 시위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HMM(대표이사 김경배) 매각 본입찰을 이틀 남기고 HMM 노조가 한국산업은행(회장 강석훈)이 졸속으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며 입찰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HMM지부(육상노조)와 HMM해원연합노조(선원노조)는 2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HMM노동조합 전체 조합원 궐기대회'를 가졌다. 점심식사 시간을 이용해 진행된 이날 시위에는 전체 750여명의 조합원 중 400여명이 참여했다.

이기호 지부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이기호 지부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이기호 육상노조지부장은 이날 집회 이후 <뉴스로드>와의 통화에서 "HMM 육상노조가 생기고 회사 밖에서의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집회는 회사와의 투쟁이 아니라 HMM과 우리나라 해운업, 더 나아가 국익을 위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산은, 영구채 조기상환이 배임 아니라는 법적 근거 요구"...작년 아시아나 CB 조기상환 사례도

이기호 지부장은 이어 "산은 고위 관계자와 만나 1조6800억원의 영구채(CB·BW) 조기상환을 요청했는데, 이 관계자는 조기상환이 배임이 아니라는 법적 근거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초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HMM을 지원을 하기 전에도 배임 문제가 거론됐었다. 한진해운도 배임을 이유로 지원하지 않아 파산했다. 만일 한진해운과 HMM을 합병해 지원했다면 코로나 기간 훨씬 많은 이익을 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배임을 앞세우면 효과적인 정책금융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실제로도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앞서 지난해 7월 3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97회차 CB를 조기상환 받은 바 있다.

당시 아시아나 항공의 시세는 주당 1만5600원, 전환가는 1만4656원으로 이익이 있었지만, '차액이 크지 않고, 지분이 15.47%로 급증하는데 따른 부담'이 이유였다. 

하지만 아시아나의 경우 기존 보유 지분이 적어 주식 증발에 따른 희석 손실이 적었고, 매각지분 규모도 HMM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이라는 확실한 대안이 있었고, HMM은 사실상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라는 점과, 아시아나가 상환능력이 부족해 3000억원 중 1800억원만 상환받은데 비해 HMM은 상환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금액 최소 7조원...예비입찰 기업들, 투자 여력 부족"

이 지부장은 예비입찰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부족한 점을 우려하며, 졸속 매각은 안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 지부장은 "오늘 집회는 유찰이 목적"이라며 "예비 입찰 참여 기업들이 동원할 수 있는 인수자금이 최대 1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소 20%만 적용해도 HMM 인수금액은 7조원 이상"이라면서 "무리하게 인수금융을 동원할 경우 HMM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투자돼야 할 유보금이 인수금융 이자 지급을 위한 배당금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산은은 이와 관련해 향후 3년간 연간 배당한도를 5000억원으로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통 인수금융 금리가 연리 7% 이상이어서 사실상 인수금융 규모는 2조원을 넘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 지부장은 "만일 산은이 본입찰에서 7조원 이하의 예정가격(예가)을 책정할 경우 배임에 해당하는 만큼 감사청구를 포함해 강력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산은이 예비후보에서 탈락시킨 하파크로이트가 9조원을 인수가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기호 지부장이 결의문을 낭독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이기호 지부장이 결의문을 낭독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1.68조원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가능성이 HMM 인수할 수 있는 기업 입찰 참여 막아"

그는 이어 1조6800억원의 잔여 영구채로 인한 '불투명한 지배 구조'도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1조6800억원의 잔여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신용보증기금과 국민연금이 보유한 약 4550만주를 포함해 정부 보유 지분이 다시 3억8150만주로 늘어 이번 매각 대상 주식 약 4억주와 비슷해지고, 3대 주주인 SM그룹과 정부지분을 합하면 오히려 더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HMM을 인수해 기존 사업과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국가의 산업경쟁력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기업들이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현대글로비스가 없었다면 현대차그룹이 지금처럼 성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를 통한 물류경쟁력 강화가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산은이 국가의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HMM 민영화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HMM 인수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MM 노조 "산은, 해운산업 발전 계획부터 수립해야...유보금 약탈은 국가적 배임"

노조도 이날 결의문에서 "산은이 해운산업 발전 계획부터 우선 수립해야 한다"며 "자기자본 조달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기업의 인수 시도는 약탈적 타인자본의 참여를 예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에 유보된 14조원대 막대한 자본에 대한 약탈적 경쟁을 촉발하는 등 국가적 배임행위"라고 덧붙였다.

앞서 HMM 소액주주들이 국내 최대 일간지 1면에 광고를 냈고, 강석훈 산은 회장과 김양수 해진공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해양기자협회도 '졸속 매각'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여기에 이번 노조의 입장 표명까지 이어지면서 산은의 결정에 어떤 변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HMM 사무직 노조원 약 400여명이 집회에 참여한 모습 [사진=뉴스로드]
HMM 사무직 노조원 약 400여명이 집회에 참여한 모습 [사진=뉴스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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